‘파친코’ 김민하·이민호 “비극 속에서 이겨내고 살아낸 이야기”
일제강점기에 남편을 따라 낯선 땅 일본으로 건너간 어린 선자, 그리고 1980년대 일본에 뿌리 내려 아들과 손자를 보듬는 노인 선자. 지난 23일 첫 에피소드를 공개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애플티브이플러스 시리즈 ‘파친코’ 시즌2에는 두 시간대 속의 선자가 나온다. 식민지배와 전쟁, 빈곤, 재일조선인에 대한 차별을 견디며 끝내 노년에 이른 선자를 바라보며 젊은 날의 선자는 무슨 생각을 할까? “윤여정 선생님이 연기한 선자를 보고 ‘참 잘 이겨냈다. 잘 살아냈다’는 생각을 했어요.” 젊은 선자 역을 맡은 배우 김민하는 23일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파친코’는 한국·일본·미국을 넘나들며 4대에 걸쳐 펼쳐지는 가족사를 다룬다.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고향 부산을 떠나 일본으로 건너간 선자의 일생을 통해 비극적인 근현대사와 이민자의 설움을 그려냈다. 시즌1이 식민지 조선에서 일제의 억압을 받는 이들의 이야기였다면, 시즌2는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차별과 빈곤 속에서도 굳건하게 살아가는 선자와 그 가족의 이야기다.
시즌1·2의 주연 배우 김민하와 이민호는 인터뷰에서 ‘파친코2’를 두고 “비극적인 역사 속에서도 결국 살아내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김민하는 “힘든 상황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았으면 하는 게 ‘파친코2’의 주제로 다가왔다. 이 진심이 닿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다”고 말했다. 조선인이자 성공한 일본 사업가 고한수 역을 맡은 이민호는 “‘파친코’는 ‘우리에게 이런 역사가 있었어요’라고 외치는 작품이 아닌, 이런 역사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지금도 존재하고 다음 세대에도 존재할 소외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4대에 걸쳐 펼쳐지는 대서사극인 만큼 배우들은 경험한 적 없는 부모의 모습을 연기해야 했다. 시즌2에서 선자는 투옥된 남편을 대신해 생계를 꾸리는 가장이자 엄마가 된다. 한수는 전쟁통에 선자네 가족을 안전한 곳으로 피난시키려 하는 장면 등에서 부성애를 드러낸다. 김민하는 “가장 풀리지 않았던 궁금증은 모성애에 관한 것이었다”고 돌아봤다. “할머니에게 ‘할머니는 일곱남매를 키웠는데 어떻게 했어요?’ 하니 ‘그냥 했어’ 이러셨어요. 근데 그게 맞아요. 이유가 어디 있고 뭐가 필요하겠어요. 어머니에게는 ‘나를 왜 이렇게 좋아해?’ 물었더니 ‘너니까’ 이러시더라고요. 이런 부분들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이민호는 중년 남성을 구현하기 위해 증량하기도 했다. 그는 “수 휴 작가(‘파친코2’ 각본가이자 총괄 제작자)와 중년 남성을 어떻게 구현할지에 대해 이야기했다”며 “작가는 20㎏이 쪘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5~6㎏을 찌웠다. 한수라는 인물이 나왔을 때 화면을 뚫고 위스키 냄새가 났으면 좋겠어서 거의 모든 장면마다 술잔을 들고 있었다”고 말했다.
두 배우가 이해하려고 애쓴 것은 또 있다. 단순한 사랑이라고 정의하기 힘든 선자와 한수의 관계는 시즌2에서 한층 복잡한 모습을 띤다. 한수는 선자를 버리고 일본인 야쿠자의 사위로 살아가면서도 동시에 14년 만에 재회한 선자에게 “(너를) 놓친 적이 없었다”고 말한다. 선자는 그런 한수를 밀어내면서도 위기 때마다 한수가 건네는 도움을 거절하지 못한다. 두 배우는 서로의 연기를 통해 상대 역할을 이해했다. 이민호는 “현장에서 선자를 보고 있으면 묘하고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던 것 같다. 답답해지거나 화가 나기도 하고, 시키는 대로 했으면 좋겠고…. 여러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재주가 있다”고 했다. 김민하는 “진짜 한수를 이해 못하겠었는데, 현장에서 (이민호의 연기 덕분에) 설득됐다.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에 압도당했다”고 말했다.
10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할리우드 대작 시리즈인 만큼 대규모 세트장 또한 배우들의 몰입을 도왔다. 김민하는 “선자가 오사카 시장에서 라면을 파는 장면이 나오는데, 캐나다 토론토에 꾸려진 세트장이 정말 큰 규모였다. 실제로 시장에 있는 것처럼 정신이 없고 몰입됐다”고 말했다. 이민호는 “부산 영도 시장 장면을 촬영할 때 트럭 10여대가 와서 해산물과 생선들을 세팅했다. 캐나다였는데도 그곳을 걷는 순간 (영도 시장에 있는 것처럼) 몰입됐다”고 했다.
‘파친코2’는 소외되고 차별받는 이민자들의 아픔을 다루는 동시에 가족의 끈끈한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래서 두 배우는 ‘파친코2’가 이민자들을 넘어 전 세대를 아우르는 위로를 건넬 것이라고 믿는다. 이민호는 “뉴욕에서 열린 시즌2 시사회에서 한 퇴역 군인이 ‘전쟁 후 후유증으로 트라우마가 컸는데 이 드라마를 보고 위로를 받았다’고 하더라. 결국 다 누군가의 엄마이자 딸이기 때문에 시대를 초월하는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김민하는 “어떤 중국 분은 ‘파친코’를 보고 엄마가 너무 보고 싶었다고 하더라. 이민자의 이야기를 넘어 가족과 그 이상의 것들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파친코’를 본 이들에게 ‘최악의 상황이라고 여기는 순간이어도 항상 곁에 누군가가 손을 잡아주고 있다’는 위로를 건네고 싶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한동훈, 2026년 의대 증원 유예 제안…대통령실 거부
- “‘김건희 조사’ 권익위 국장, 사망 전날 좌천 통보받은 정황”
- ‘이진숙 방통위’ 방송장악에 제동…탄핵심판도 ‘영향권’
- 김문수 “일제 선조 국적은 일본” 발언에 청문회 파행
- 김희영 ‘위자료 20억’ 바로 입금…노소영 “계좌 어떻게 알았나”
- [단독] 공무원증 사진으로 딥페이크 성범죄…군 내부자 연루 가능성
- [영상] ‘1945년 광복?’ 물음에 “노 코멘트”…김형석 독립기념관장
- [단독] 8층 높이서 에어매트 가장자리에 떨어지자 ‘70도 들썩’
- [단독] 성매매 건물주는 교수·종교인·퇴역 장군…132곳 털어봤다
- 검찰총장 “수심위 결과 존중할 것”…핵심은 명품가방 ‘직무 관련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