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이어 간호사들 29일 총파업... “의료 공백 더 나빠질 것”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의 공백이 길어지는 가운데 간호사와 의료 기사, 요양 보호사 등이 포함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도 이번 달 29일 파업한다. 의사들에 이어 간호사들마저 병원을 떠나면서 의료 공백이 한층 더 심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앞서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19~23일 61개 병원 사업장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91% 찬성률로 총파업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번 파업에는 국립중앙의료원, 한국원자력의학원, 경기도의료원 등 공공병원 31곳과 강동경희대병원, 고려대의료원, 한양대의료원 등 민간병원 30곳, 총 61곳에서 2만 2100여 명이 참여한다. 서울 대형 병원인 이른바 빅5(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 병원은 빠졌다.
보건의료노조의 핵심 요구 사항은 처우 개선과 임금 인상, 인력 충원이다. 특히 간호사들은 지난 6개월간 병원을 떠난 전공의, 전문의들의 빈자리를 메워왔지만 업무 강도가 점점 더 세지면서 한계에 부딪혔다고 밝혔다. 현재 간호사들은 의료 현장에서 PA(진료 보조) 자격으로 전공의가 하던 일부 업무를 맡고 있다. 의정 갈등으로 의료 공백이 심화되면서 지난 3월 1만 165명이었던 PA 간호사는 지난달 1만 6000여 명으로 57.4% 증가했다.
하지만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하지 않으면서 PA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규정한 간호법 제정안 통과가 불투명해졌다. 미국, 영국 등과 달리 국내 의료법엔 PA 간호사에 대한 구체적인 법적 규정이 없어 인정을 받지 못하면서도 이처럼 위급한 상황에서는 업무 부담만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정부는 전공의의 빈자리를 PA 간호사로 대신한다고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디까지 업무를 해야 하는지 정하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업무량이 급증한 데다 책임까지 늘어나 피로도가 극에 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여야가 각각 발의한 간호법을 반영해, PA 간호사 업무 범위를 임상경력 등을 고려해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는 내용의 수정안을 냈다. 하지만 여야의 입장은 다르다. 야당은 PA 간호사의 정의와 업무 범위 결정 등을 한 뒤에 세세한 사항을 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여당은 반드시 이번 본회의에서 간호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여야 의견을 바탕으로 중재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보건의료노조가 파업을 진행하면 병원, 특히 응급실 기능이 마비되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노조는 파업하더라도 응급실과 수술실, 중환자실, 분만실, 신생아실 등 환자 생명과 직결된 업무에는 인력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역시 노조가 파업하더라도 응급·중증 등 필수의료에는 24시간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계는 파업으로 병원 업무가 일부 마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의 대학병원 한 관계자는 “지난 6개월간 전공의들의 이탈로 남아있는 의사, 간호사 등이 탈진한 데다 이번 보건의료노조의 파업까지 겹치면 의료 현장이 더욱 혼란스러워질 것”이라며 “이미 응급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임에도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 여러 곳을 전전해야 하는 ‘응급실 뺑뺑이’가 일어나고 있는 만큼 간호사 파업까지 일어난다면 그 상황이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종합병원 관계자는 “노조와 정부는 당장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주장하지만 결국은 병동이나 외래 등 다른 곳에서 인력이 부족해지면 응급실이나 중환자실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파업을 하면 병원이 전체적으로 운영이 안 되니까 혼란스러워질 수 밖에 없다”면서 “지금은 전공의도 없는 상황이라 파업이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킬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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