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벗겼다" "혼자 벗더라"…알몸 배회 9세아, 8분간 무슨 일이

소봄이 기자 2024. 8. 26. 15:0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화장실서 등 때리고 옷 벗겨…당한 게 계속 생각 나"
가해 학생 "성질나서 혼자 벗은 것…날 먼저 때렸다"
('실화탐사대')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지적장애 초등학생이 나체로 길거리를 배회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 학생을 폭행하고 옷을 벗긴 가해 학생은 결국 가장 센 전학 처분을 받았다.

지난 22일 MBC '실화탐사대'에서는 '알몸으로 거리에 내몰린 9세 아이, 그날의 진실은?'이라는 주제로 알몸 학폭 사건을 추적했다.

방송에 따르면 피해 아동 A 군은 7세 때 지적장애 진단을 받고 현재 언어장애를 앓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날은 지난 6월 19일 오후 1시 30분쯤이다.

이날 A 군 부모는 경찰로부터 "A 군이 오늘 밖에서 옷을 좀 벗고 돌아다녀서 신고가 들어왔다. A 군 말로는 ○○이가 자기 옷을 뺏었다더라"라는 연락을 받았다.

A 군 부모는 깜짝 놀라 한달음에 경찰서로 달려갔고, A 군은 노란색 조끼를 입은 상태로 울고 있었다. A 군은 누군가에게 맞고, 옷을 뺏겼다고 진술했다.

실제로 A 군의 얼굴과 팔에는 손톱자국이 있었고, 등은 빨개져 있었다. 이에 가족들은 곧장 A 군의 옷과 가방을 찾아 나섰다.

먼저 A 군이 발견된 건물을 찾아가 보니, 가방은 소변기 사이에 있었고 열려 있었다. 가방 안엔 A 군의 옷이 젖은 채로 들어 있었다.

('실화탐사대')

A 군 부모는 "이걸 경찰한테 보여주자, 옷을 세탁하지 말고 보관하라고 하더라. 옷방에 따로 놔뒀는데 아이 옷에서 암모니아 냄새가 나더라"라며 "아이 옷을 못 입도록 훼손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A 군 부모는 지난달 29일 옷에 묻은 액체를 알아내기 위해 국과수에 성분 분석을 맡긴 상태라고 한다.

제작진은 A 군의 속마음을 들어보기로 했다. A 군은 "○○○ 때문에 잘 못 잔다. ○○○한테 당한 게 계속 생각 난다"며 "○○○이 맛있는 거 먹자고 해서 따라갔다. ○○○은 날 괴롭히는 친구"라고 주장했다.

충격적이게도 범인은 A 군의 같은 반 친구 B 군이었다. 사건이 발생한 6월 19일, 두 아이의 행적을 CCTV로 따라가 봤다.

오후 1시 10분쯤, 두 아이는 함께 하교에 나섰고 목적지를 정한 듯 이동했다. 그렇게 두 아이가 도착한 곳은 큰 사거리의 한 상가 건물이었다. 이어 아이들은 엘리베이터가 왔는지 뛰어서 탑승했다.

아이들은 4층으로 향했는데, 이곳에는 B 군이 다니는 학원이 있었다. 두 아이는 남자 화장실에 들어갔고, 약 8분 뒤 A 군이 알몸으로 B 군과 함께 나왔다.

8분 사이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A 군은 "내 등을 10대 때리고 옷을 벗겼다. 싫었다. 옷은 B 군이 가방에 넣었다. 나가라고 해서 나갔다. 옷을 입고 다니지 말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옷을 입지 않고 밖에 나갔을 때 부끄럽고 싫었다며 "B 군이 사과하면 안 받아줄 거다. B 군이 손 들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이후 알몸 상태의 A 군은 엘리베이터에서 눈물을 닦았고, 1층으로 내려와 부끄럽고 당황스러운 듯 어쩔 줄 몰라 했다.

('실화탐사대')

오랜 기간 A 군을 지켜본 장애아동 발달센터 관계자는 "옷 벗는 습성이라는 건 없다. 어떤 폭력적인 성향을 가진 아이도 아니고 감각적으로 예민하지도 않다. 정말 조용하고 온순하고 어떤 걸 얘기하면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친구"라고 밝혔다.

그러나 B 군은 "내가 옷을 벗긴 게 아니라 A 군이 성질나서 자기가 벗었다"며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또 B 군은 교실로 가던 중 오히려 A 군이 먼저 두 대나 세게 때리고 웃으면서 도망쳤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아동심리 전문가는 "말이 좀 안 맞는다. (A 군이 성질 나서 혼자 옷을 벗었다면) A 군은 굉장한 흥분 상태였어야 한다"며 "(알몸 상태로) 되게 천천히 걷는 건 당황한 모습이다. 옷을 벗은 게 부적절한 행동이라는 걸 자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 이후 A 군의 상태는 점점 안 좋아졌다고 한다. '내가 왜 폭행을 당했을까?'라고 질문하거나 잠을 못 자고 악몽을 꾼다고. 특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자해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A 군 부부는 "저희가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오면 계속할 거다. 끝까지 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일, 사건 발생 52일째 되는 날 B 군 부모로부터 연락이 왔다고. B 군 아버지는 "학교폭력 심의위 결과가 나왔는데 (강제) 전학으로 나왔다. 저희도 이거에 대한 처벌을 받긴 받아야 하는 거고, B 군한테는 아직 몇 번 더 물어보긴 할 거다"라며 "(경찰) 조사에서도 이런 결과가 떨어진다면 사과를 드려야죠"라고 말했다.

sby@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