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 던진 ‘탈조선’ 논쟁, 9년 만에 영화로 돌아왔다
장강명 작가의 소설 ‘한국이 싫어서’에서 주인공 계나는 행복을 두 층위로 구분한다. 하나는 ‘자산성 행복’이고, 또 하나는 ‘현금흐름성 행복’이다.
책에 따르면, 자산성 행복이란 성취에서 기인하는 행복감이다. 뭔가를 성취한 사람은 그걸 자산처럼 쌓아두고 꺼내보면서 자주 행복해진다. 반면 현금흐름성 자산은 일상에서 느끼는 행복감이다.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행복의 총합, 즉 ‘소확행’이라 할 만하다. 한국은 현금흐름성 행복이 매 시간 침해받는 공간이다. 계나는 말한다. “한국은 평균 수준의 현금흐름성 행복으로는 살기 어려운 국가”라고.
계나의 문제제기는 이 책 출간 9년이 지난 지금 해소됐을까.
소설 속 계나의 고민은 영화 내에서도 유효하다. 거주지가 호주에서 뉴질랜드로 바뀌었을 뿐, 인생을 살아갈 정착지를 고민하는 건 그대로여서다.
최근 공개된 ‘한국이 싫어서’에서 계나의 고민은 여전하다. 마을버스로 열두 정거장을 타고 다시 지하철로 환승해야 하는 출퇴근길은 매일이 지옥이다. 같은 대학을 나온 남자친구의 부모는, 아들과 계나의 연애를 못마땅해 한다. 눈 한 번 질끈 감고 하청업체에 거짓 평점을 줘야 하는 등 회사일도 지겹다.
계나는 뉴질랜드로 떠난다. 계나는 행복할 수 있을까.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은 배우 김고은의 출연만으로 이미 화제작으로 거론되는 작품이다. 10월 2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박상영 작가의 동명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에 실린 네 편의 소설 가운데 첫 번째 편인 ‘재희’를 다룬다. 배우 김고은이 재희 역을, 배우 노상현이 ‘흥수’ 역을 맡았다. 노상현은 ‘파친코’에서 선자의 남편이자 목사인 백이삭으로 출연했던 배우다.
그러나 둘의 관계는 ‘그런 관계’가 아니다. 흥수(영)가 성소수자여서다. 두 사람의 동거는, 그러므로 전혀 연인스럽지 않은 관계였다. 예고편에서 보여주는 이성애적 인간관계가 아닌 것이다.
2019년 출간된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은 출간 직후부터 화제를 모았다. 급기야 이 책은 2022년 세계 최고 권위의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롱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다. 이언희 감독이 이번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을 연출했고, 이와 별도로 ‘봄날은 간다’ ‘8월의 크리스마스’ 등 걸작을 연출한 허진호 감독이 ‘대도시의 사랑법’을 드라마로 만들고 있다.
소설 줄거리는 이렇다. 어느 날,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나’에게 딸이 연락해 목돈을 빌려주면 이자를 주겠다고 말한다. 가진 건 이층짜리 낡은 단독주택 한 채인데, 시간강사로 일하는 딸의 부탁은 쉽게 허락 가능한 문제가 아니었다. 딸은 동료 시간강사의 해고에 분노하며 투쟁에 앞장섰다. 그런데 바로 그 딸이 ‘동성 연인’과 집으로 들어온다.
“그래, 그럼 소꿉장난이 아니라는 걸 어디 한번 말해 봐라. 너희가 가족이 될 수 있어? 어떻게 될 수 있어? 혼인 신고를 할 수 있어?”라고 말하는 엄마 ‘나’에게 딸은 답한다.
“엄마 같은 사람들이 못 하게 막고 있다고는 생각 안해?”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이 더위에 2t 쓰레기 더미 샅샅이 뒤진 안동시 공무원...무슨 사연이길래 - 매일경제
- “일가족 4명이 간암으로 사망”...원인은 오래 사용한 ‘젓가락’ 때문이라는데 - 매일경제
- “옷 입는게 지겹다”…30대 유명 女가수, 맨몸으로 밥 먹고 침대서 포즈까지 ‘파격 근황’ 눈
- [속보] 의협회장 “대통령과 국회가 의료대란 끝내달라”…단식투쟁 시작 - 매일경제
- “시아버지도 있는데”...명절때 속옷 드러난 레깅스 입은 며느리 불편하다는 시모 - 매일경제
- “여보, 못버티겠어 1억 빌릴 데 없을까”…카페·술집 등 65만5000곳 문닫아 - 매일경제
- 7세 딸의 충격 발언 “아빠는 아저씨 같아”…이런 꽃중년 패션에 지갑 확 열었다 - 매일경제
- 식당서 준 물 마시고 일가족 3명 ‘날벼락’ 병원 이송…알고 보니 ‘락스 물’ - 매일경제
- 반도체 저승사자는 ‘고점’이라는데...이날만 기다리는 삼전·SK하이닉스 주주들 - 매일경제
- 김민재 ‘치명적 실수’에 ‘공개 비판’ 투헬과 달랐다···뮌헨 콤파니 감독 “KIM 실수에 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