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헤즈볼라, 서로 “공습 성공”…가자 휴전협상은 또 결렬
전투기 100대와 로켓 320발을 발사하며 공습을 주고받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레바논 시아파 무장 정파)가 서로의 공격이 성공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렸던 가자전쟁 휴전 협상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그리고 중재자 카타르의 대표단이 모두 철수하며 또다시 결렬됐다.
26일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전날 공습과 관련해 “헤즈볼라는 로켓 수백발을 쏠 계획이었지만 (이스라엘군의) 선제 공격 덕에 50% 이상, 혹은 3분의 2 가량이 발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도 “이스라엘의 전략적 목표물을 향해 발사한 헤즈볼라 드론을 모두 격추했다”며 “헤즈볼라가 계획한 공격을 저지했다”고 강조했다.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도 25일 밤 텔레비전 연설을 통해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지난달 숨진 헤즈볼라 고위 지휘관) 푸아드 슈크르 사건에 대한 보복이 우리가 계획한 대로 성공했다”고 말했다.
25일 새벽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공격을 계획했다며 레바논 남부를 전투기 100여대를 동원해 폭격했고 이후 헤즈볼라도 이스라엘에 로켓 320발과 다수의 드론을 발사해 공격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25일 충돌은 지난해 10월 7일 가자전쟁 발발 뒤 최대 규모였다. 공습으로 레바논에서는 3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이스라엘군은 21살 해군 1명이 자국군 요격 미사일 아이언돔의 파편에 맞아 사망하고 다른 군인 2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레바논 남부 도시 지브킨의 한 주민이 “비행기 소리와 시끄러운 소리에 잠을 깼다. 새벽 기도가 시작되기도 전에 지구 종말이 온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모두 서로의 공격이 성공했다고 주장하며 일단 양쪽은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 슈크르 사망 뒤 보복을 공언했던 헤즈볼라는 25일 공습으로 보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외교 관계자 2명의 발언을 이용해 “양쪽이 사태를 확대하고 싶지 않다는 메시지를 교환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불씨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폭격이 “이야기의 끝이 아니다”고 다짐했고, 나스랄라 지도자도 이번 공격이 “충분하지 않았다면 대응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사이 가자전쟁 휴전 협상은 또다시 결렬됐다. 아에프페(AFP) 통신 등은 가자전쟁 휴전 협상 대표단들이 협상 장소였던 이집트 카이로를 떠났다고 26일 보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가자·이집트 접경 지역의 이스라엘군 주둔 계획을 고수하고 하마스가 미국의 새 협상안을 비판하면서 협상은 삐걱되고 있었다. 그러나 에이피(AP)통신은 협상단이 카이로를 떠났지만 인질석방 협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교전도 이어지고 있다. 하마스는 전날 헤즈볼라의 공격을 “강력하고 집중된 대응”이라고 평가하며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로부터 12㎞ 떨어진 리숀레지온을 공격했다. 아에프페(AFP)통신은, 하마스 알카삼 여단이 텔레그램 성명을 내 “이스라엘의 민간인 학살과 고의적 이주명령에 대응해 미사일을 텔아비브로 쐈다”고 발표했다고 전했다. 발표 1분 뒤 텔아비브 남쪽 도시 리숀레지온에 공습 경보 알람이 울렸다. 이스라엘 언론 하레츠는 지난 1월 말 이후 리숀레지온에서 처음으로 알람이 울렸다고 보도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서 로켓이 날아왔지만 사상자 보고는 없었다”고 이스라엘군의 발표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맞서 이스라엘도 이날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 발라흐 일부 지역에 대피령을 내렸다.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24시간 동안 최소 71명이 사망하고 최소 112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과 미국,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대립 구도가 선명해지면서 이웃나라들의 불안도 높아지고 있다. 시엔엔(CNN)은 이날 국방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미국이 공습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헤즈볼라의 드론 추척을 지원했다고 전했다. 지중해 동부에 미국 구축함대 등이 남아있어 드론 감시 체계가 가동했을 것이라는 뜻이다. 요르단 정부는 “더 이상의 긴장 고조를 방지하고 긴장을 완화하고 지역이 지역 전쟁으로 빠질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통합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비비시(BBC)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쪽 다 전투를 원하지 않지만 (전투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불안한 지역 정세를 짚었다.
한편, 지난달 31일 수도 테헤란에서 하마스의 정치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 암살 뒤 보복을 다짐해온 이란은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방침을 재확인하면서도 확전 가능성엔 선을 그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25일 밤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테헤란에서 벌어진 이스라엘의 테러 공격에 대해 이란은 확실히 대응할 것이다. 이는 잘 측정되고 계산될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확전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이스라엘과 달리 이를 추구하지도 않는다”고 적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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