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동결에 내수부진 우려↑…정부, 재정부담에 부양책 없이 희망회로만
기재부, 5월부터 '내수 회복조짐' 주장…낙관론 비판↑
경제전문가들 "보편적 지원검토"vs"선별적 지원 강화"
[세종=뉴시스]김동현 기자 =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으로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내수 침체가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이미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과 한국개발연구원(KDI), 한은이 내수 부진을 우려하며 경제성장률(GDP)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일각에선 기획재정부가 1분기 GDP 깜짝 성장에 도취돼 하반기 경제 상황을 낙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내수 활성화 대책을 서두르기 보단 5월부터 4개월 연속 '내수 회복조짐'이라는 단어를 반복하며 '희망회로'만 돌린다는 목소리다.
26일 재정당국에 따르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2일 연 3.5%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2월부터 이달까지 1년 7개월간 13차례 연속 동결됐으며 이는 역대 최장기간으로 기록됐다.
한은은 장기간의 고금리로 인한 경기 위축 우려가 높아진 것을 고려하더라도 서울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데다 가계 부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기준금리를 낮추는 것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2.5%로 0.1% 포인트(p) 하향 조정하면서도 내수 회복세가 더딜 수 있는 만큼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덩달아 2.5%에서 2.4%로 하향 조정했다.
한은의 전망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기재부의 전망치 2.6% 보다 0.2%p 낮고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 2.5% 보다 0.1%p 낮다. 해외 IB 중에선 JP모건(2.7%), 바클레이즈(2.6%), 노무라(2.5%)보다 낮은 수준이다.
부동산과 가계부채 때문에 금리를 인하하지는 못했지만 GDP 전망치 하향 조정은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침체가 본격화되며 우리나라 내수 부진 상황이 한국 경제를 뒤흔들 수 있다는데 인식을 같이한 셈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도 내수 부진 극복에 총력을 다해야할 주무부처인 기재부는 낙관론을 펼치고 있다는 비판이다. 기재부는 국책연구기관의 내수 부진 경고에도 불구하고 지난 5월부터 내수가 회복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중이다.
그린북 5월호에서 처음 등장한 '내수 회복조짐'이라는 문구는 8월까지 4개월 연속 등장했다. 이 사이에 기재부는 지난달 하반기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올해 GDP 증가율을 기존 2.2%에서 2.6%로 0.4%p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예상을 웃도는 수출 회복세가 본격화될 수 있는데다 하반기 물가 안정, 기업실적 개선에 따른 가계 실질소득 증가로 소비 제약 요인이 완화되면서 경제가 되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 기재부의 판단이다.
기재부는 내수 활성화를 위해 재정 투입에 대해선 반대 입장이다. 전국민 25만원 지원 등 보편적 지원보다 선별적 지원 등을 통해 꼭 필요한 곳에 예산을 집중 투입해서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원칙이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 하반기 민간 사업 재정으로 하지 못하는 민자사업에 5조원 가량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사회간접자본(SOC)에서 벗어나 문화, 관광 등 복합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목표다.
내수 활성화를 위한 소상공인 지원 대책으론 채무 연장 등 단기적인 대책에 중점을 두지 않고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초점을 맞춘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내년도 예산에 소상공인 지원 대책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최 부총리가 구상은 밝혔지만 세부적인 경기부양책은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기업실적 악화 여파로 올해 법인세가 예상보다 덜 걷히면서 2년 연속 세수 펑크 상황이 유력한 만큼 쓰고 싶어도 쓸 돈이 없다는 진단이다.
여기에 추가경정예산 편성 및 적자국채 발행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감세 정책을 놓지 못하고 있는 것도 재정의 쓰임을 제약한다. 건전재정과 감세로 인해 곳간이 비어 내수 활성화를 위한 재정 투입 타이밍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체적으로 정부의 장기적인 내수 정책 방향에 대해선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내수 경기에 대한 위험 신호가 지속적으로 울리고 있는데도 경기 부양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선 경기 침체와 불황 탓에 소상공인들의 폐업이 이어지고 가계 부채 증가로 인해 서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1인당 25만원 지원 등 재정투입을 서두르고 장기적인 내수 활성화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병규 인하대 교수는 "국민 1인당 25만원을 주더라도 물가인상 요인이 크다고 볼 수 없다"며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경제가 코로나19 펜데믹 시기보다 어렵다는 말이 많이 나오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재정을 활용한 경기 활성화 대책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반면 전국민에게 일률적으로 현금을 지원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소상공인과 가계의 어려움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민생경제 활력을 위해 선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민생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5000만 국민들에게 다 공평하게 나눠주는 것이 민생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라며 "고금리로 인해 어려운 소상공인들에 대한 선별적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oj100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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