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탈퇴시킨 여성전용 앱… 호주 법원 "900만원 배상하라"

지난 23일(현지시각) 호주 연방법원은 여성 전용 소셜 네트워킹 플랫폼 기글이 트랜스젠더 여성을 어플에서 추방한 것은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결하며 기글에게 소송비용 지불을 명령했다. 사진은 지난 23일 호주 연방법원을 떠나고 있는 록산느 티클의 모습. /사진=로이터

호주에서 한 트랜스젠더가 여성 전용 SNS '기글 포 걸스'(기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승리했다.

지난 23일(이하 현지시각) CNN에 따르면 이날 호주 연방법원은 기글이 트랜스젠더 여성을 플랫폼에서 추방한 것은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기글에게 티클의 소송비용 1만호주달러(약 898만원)를 지불하도록 명령했다. 다만 티클이 요구한 서면 사과는 기각됐다.

로스트 브롬위치 판사는 "티클의 직접적인 성 정체성 차별 주장은 기각됐지만 간접적인 성 정체성 차별 주장은 승소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글은 성별 판정의 근거로 출생 당시의 성별만을 고려했다"며 "티클은 출생 시 남성으로 지정됐지만 성전환 수술을 받았고 티클의 출생 증명서는 업데이트 됐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기글측은 엑스(X·옛 트위터)에 "불행히도 우리는 예상했던 판결을 받았지만 여성의 권리를 위한 싸움은 계속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사건은 2013년 호주에서 성차별법이 개정된 이후 연방법원이 성 정체성 차별에 대해 판결을 내린 첫 번째 사례다. 모나쉬 대학교의 폴라 거버 교수는 "이번 결정은 호주의 트렌스젠더 여성에게 큰 승리"라며 "이 사건은 모든 호주인에게 트랜스젠더 여성을 시스젠더 여성과 다르게 대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보낸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이 얼마나 여성적으로 보이는지에 따라 여성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덧붙였다.

티클은 2021년 기글의 회원가입을 위해 자기 사진을 올렸고 AI(인공지능)는 그를 여성이라고 판단해 가입을 승인했다. 하지만 그해 9월 기글은 여장 남자를 적발하겠다며 가입자들의 사진을 직접 검사했고 이 과정에서 티클을 남성이라고 판단해 회원 자격을 박탈시켰다. 티클은 기글측을 상대로 총 20만호주달러(약 1억8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성 정체성을 이유로 사람을 차별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성차별 금지법을 위반한 것이란 주장이었다. 기글 측은 약관에 16세 이상 '여성'만 가입할 수 있다고 적어놨고 여기서 여성이란 법적이 아닌 생물학적 개념이라며 티클을 여성이라고 볼 수 없어 회원 자격을 박탈시켰다고 설명했다.

김영훈 기자 mike49@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