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이 그 나이 때 그랬을까” 레전드도 ‘와’ 감탄… 10년 국가대표 마무리 탄생하나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kt는 8월 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경기에서 연장 12회 접전 끝에 1-0으로 이겼다. 모든 선수들이 잘하기는 했지만, 8회 2사 위기 상황에서 나와 1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간 팀 마무리 박영현(21)의 투구는 압권이었다.
0-0으로 맞선 8회 1사 후 이창진에게 안타를 맞고, 박찬호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했다. 최원준의 2루 땅볼로 이어진 2사 2,3루에서 kt는 승부수를 꺼냈다. 세이브 상황이 아니었는데 마무리 박영현 카드를 썼다. 일단 이걸 막지 못하면 뒤가 없다는 생각에 가장 센 카드를 낸 셈이다. 그런데 타석에 선 선수는 당시 30-30까지 홈런 하나를 남긴 올 시즌 리그 최고 타자 김도영이었다.
승부처에서 만난 박영현과 김도영, KBO리그를 대표하는 투·타 재능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된 매치였다. 여기서 박영현이 이겼다. 2B-2S에서 5구째 시속 153㎞짜리 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김도영이 못 친 게 아니었다. 그냥 육안으로 봐도 박영현이 잘 던졌다. 엄청난 매력이 있는 패스트볼이 말 그대로 포수 미트에 빨려 들어갔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전설적인 투수인 이강철 kt 감독도 25일 인천 SSG전을 앞두고 당시를 회상하며 박영현이 올 시즌 최고의 공을 던진 장면으로 그 승부를 뽑았다. 이 감독은 “제일 좋았을 때가 광주에서 김도영을 상대했을 때다. 8회에 냈는데 거기서 와, 153㎞를 던지더라”고 놀라워했다. 박영현의 구위가 정상적으로 돌아왔음을 상징하는 장면이다.
박영현보다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는 리그에도 제법 있다. 박영현의 포심패스트볼 구속은 대개 140㎞대 후반에서 150㎞대 초반이다. 그런데 회전과 악력이 제대로 걸린 이 공은 KBO리그에서 가장 중력을 무시하는 구종 중 하나다. 공이 중력을 거스르며 끝까지 살아 들어간다. 놀라운 공이다. 한 구단 베테랑 스카우트는 “KBO리그 역대 최고의 패스트볼이라면 역시 오승환이다”면서 “박영현의 공이 전성기 오승환만큼 강력하지는 않을 수 있다. 그런데 오승환이 박영현의 그 나이 때 그랬을까”라고 했다. 오승환은 대졸로 입단했다. 박영현은 대학생이라면 3학년 나이다.
박영현은 이 최고의 패스트볼을 앞세워 데뷔 이래 승승장구했다. 신인 시즌이었던 2022년 5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66으로 순조로운 스타트를 끊었고, 지난해 68경기에서는 3승3패4세이브32홀드 평균자책점 2.75라는 최고의 성적으로 국가대표팀에도 승선했다. kt가 마무리 김재윤의 삼성 이적을 뼈아프게 느끼면서도, 그래도 위안을 삼을 수 있었던 건 박영현이라는 특급 재능이 있었고 이 선수가 마무리 보직을 더 빨리 차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는 시즌 초반 다소 부진했다. 구속 등 구위 전반적으로 한창 좋을 때와 거리가 있었다. 여기에 패스트볼의 높낮이 조절이 다소 미약했다. ABS 도입과 더불어 높은 쪽을 더 공략하려는 느낌이 있었지만 가운데 몰리는 경우도 있었다. 박영현의 경우는 워낙 좋은 수직무브먼트의 포심을 낮은 쪽이 찌르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었다. 타자는 무릎 아래로 내려가 볼이라고 생각하는데 마지막 순간 차고 오르며 존 하단에 걸치는 것이었다. 타자가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그런데 올해는 초반 높은 쪽, 낮은 쪽 모두가 잘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근래 들어서는 높낮이 조절까지 되면서 불꽃 직구를 선보이고 있다. 7월 11경기, 13⅔이닝에서 기록한 평균자책점은 0, 8월 9경기 11⅔이닝에서 기록한 평균자책점은 0.77에 불과하다. 지금 느낌만 놓고 보면 박영현은 난공불락처럼 느껴지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이 감독은 “처음에는 공을 때리지 못하고 머리 쪽이 넘어지면서 팔이 떴었다”면서 지금은 자기 밸런스를 찾았다고 진단했다.
박영현은 23일 인천 SSG전에서도 7-6으로 쫓긴 8회 1사 만루에서 마운드에 올라 에레디아와 한유섬을 연속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고 불을 껐다. 리그 최고의 콘택트 히터 중 하나인 에레디아가 패스트볼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헛스윙 삼진을 당했고, 하재훈 역시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최고 구속은 151㎞까지 나왔다. 그냥 한가운데 보고 던지는데도 대응이 안 됐다. SSG 타자들을 탓할 게 없었다. 그냥 박영현의 공이 ‘넘사벽’이었다. 경기를 지켜보는 모든 사람들이 그 압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감독은 “처음에는 박영현이 불안해했다. 지난해에는 다양한 상황에서 나섰다. 올해 초반에는 선발 한 명 가지고 하다 보니 이기는 날이 적었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 나가면 힘이 잔뜩 들어가서 오히려 볼이 안 나갔다. 그래서 (경기 상황과 관계없이) 계속 던지게 했고 그때부터 좋아졌다”면서 “키가 크지는 않지만 수직무브먼트가 엄청 좋다. 그리고 마무리로서의 마음이 좋다”고 기량과 멘탈을 모두 갖춘 마무리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직은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우리는 향후 대표팀의 10년을 이끌어나갈 마무리 투수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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