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돈이면 전기차 산다더니 '대반전'…요즘 인기 폭발한 車 [이슈+]
미국에선 규제 때문에 휘발유 차보다 싸게 팔리기도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사이에 끼어 찬밥 취급받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차량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차량은 모터와 엔진을 모두 갖췄고, 플러그로 배터리를 충전할 경우 30~60㎞ 정도의 거리는 모터만으로 주행할 수 있는 차량이다.
기술 발전으로 차량의 상품성이 크게 개선됐고, 미국 시장에선 넓은 국토에 비해 충전 인프라 부족해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제조사에 대한 강력한 규제 정책으로 싼값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을 내놓고 있다는 점도 인기 요인이다.
포드, GM 잇따라 PHEV 선보여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완전 전기차 출시를 미루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놓는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포드 자동차는 지난주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계획을 취소하고 대신 플러그인을 포함한 하이브리드 버전을 선보이겠다고 발표했다. 하이브리드에 관심이 없던 독일 폭스바겐도 미국 시장용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 출시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리서치 업체 에드문드에 따르면 미국에서 판매 중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의 수는 2019년 이후 거의 두 배로 증가한 47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베스트셀러 SUV인 도요타의 RAV4를 비롯해 포드 이스케이프 소형 SUV 등 유명 차량 모델의 플러그인 버전도 인기를 끌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따르면 지난 1분기 미국 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했다. 다만 전체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작지만 2022년 이후 약 두 배 증가한 2.4%를 기록했다. 알릭스파트너스는 올해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점유율이 15%까지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시장에 선보인 지 10년이 넘었지만, 최근까지도 판매가 부진했다. 제조업체들은 비용 상승과 두 가지 동력원을 하나의 후드에 탑재해야 한다는 기술적 난도 때문에 하이브리드를 건너 뛰고 전기차 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가솔린 자동차는 물론 일반 하이브리드 차량에 비해서도 가격이 비싸 소비자들에게도 인기가 없었다. 2010년 전기차인 쉐보레 볼트와 함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선보였던 GM은 2019년 볼트를 단종시켰다. 그러나 GM은 2027년부터 신형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을 다시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기술의 발전과 완전 전기차에 대한 부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뒤늦게 각광 받는 것은 기술의 발전 때문이다. 10년간 기술의 개발로 초기에 선보인 플러그인 차량에 비해 주행거리와 연비 등을 크게 개선했다. 2000년대 초반 처음으로 선보인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차량 프리우스는 엔진의 연비를 상당히 개선시키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20여년간 발전시킨 기술을 집약한 신형 프리우스 프라임의 PHEV 모델은 배터리를 완전히 충전하면 전기로만 94㎞를 달릴 수 있고 출력이 220마력에 달한다. 모터의 보조를 받아 엔진으로 주행할 때는 연비가 리터당 30㎞를 넘나든다.
국토 면적이 큰 미국의 경우 완전 전기차의 경우 이동이 제한된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이 하이브리드에 더 큰 관심을 갖는다. WSJ는 "자동차 딜러들은 전기차에 관심이 있는 일부 자동차 구매자들도 여전히 가솔린 엔진의 보완을 원한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강력한 보조금과 제조사의 프로모션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판매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프 랭글러 모델을 리스할 경우 연방 세금공제와 제조사 할인을 더하면 한 달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가솔린 모델보다 70달러 정도 저렴하다. 이 같은 할인을 적용하는 것은 지프 차량 제조사 스탤란티스의 경우 올해부터 조 바이든 행정부의 배출가스 규제 때문에 친환경 차량을 더 팔지 않으면 벌금을 낼 처지에 몰렸기 때문이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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