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서 자취 감춘 고금리 상품, 여기에 있었네
금리 인하 기대감 속에 시중은행 예금금리 하락세가 계속되는 중이다. 9월 미국의 금리 인하가 시작되고 연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인하할 거란 예상이 우세한 상황이고, 정부의 가계빚 관리 기조에 따라 대출을 타이트하게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굳이 예금금리 경쟁을 벌이며 자금을 유치할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다만 상반기 부실을 털어낸 일부 저축은행이나 비교적 대출 여유가 있는 지방은행은 3% 중반대 예금이나 파킹통장을 선보이고 있다.
22일 은행연합회 누리집을 보면 시중은행의 고금리 예금은 이미 자취를 감췄다. 기준금리(연 3.50%)를 넘어선 상품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시중은행(케이비국민·신한·하나·우리) 4곳의 정기예금(12개월) 상품 가운데서 우대금리 등을 모두 포함한 최고금리 기준으로도 3.35∼3.40% 수준이다. 우리은행의 원(WON)플러스예금(3.37%)을 제외하면 이미 기본금리가 2%대까지 내려와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인뱅)의 정기예금은 오히려 시중은행보다 낮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정기예금 금리는 각각 3.10%, 3.30%로 시중은행 4곳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오프라인 점포가 없어 비용 절감이 가능한 인뱅들은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로 고객을 유치해 왔지만 흐름이 달라진 것이다.
여기엔 여러 요소가 작용하고 있다. 먼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다. 예금금리를 좌우하는 기준금리는 지난 2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동결됐지만,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가능성이 크고 이에 따라 한은의 기준금리 역시 연내 하향 조정될 것으로 시장은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다 4월 이후 가계부채가 빠른 속도로 불어나면서 공격적인 대출에 나설 수 없는 은행들의 사정도 예금금리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출을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시점이라면 고금리 예금으로 자금을 끌어모아야 겠지만 대출 필요성이 줄어들면서 자금 유치 유인이 약해진 것이다. 시중은행은 상반기 가계대출 대신 기업대출에 열을 올리기도 했지만, 부실채권이 급증하면서 건전성 관리 필요성이 더 커졌다. 4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가운데 ‘고정이하’(3개월 이상 연체) 여신은 상반기 말 기준 2조8075억원으로 작년 말(2조4168억원)에 견줘 16.2% 늘었다.
시중은행이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 사이, 일부 저축은행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시하며 수신 업무(예·적금)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저축은행들은 상반기 중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부실 우려로 건전성 관리를 ‘제1 목표’로 삼아 왔다. 금융당국 역시 저축은행에 피에프 사업장 사업성 재평가 및 충담금 적립 등을 강하게 압박했다. 이렇게 부실을 털어낸 저축은행들이 하반기 여신에 뛰어들 채비를 하며 고금리 상품을 출시하는 모양새다.
에스비아이(SBI)저축은행은 이달 19일 정기예금(애플리케이션 기준) 금리를 3.5%에서 3.8%로 0.3%포인트 인상했다. 지점 가입 상품 금리도 3.4%에서 3.7%로 올랐다. 22일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을 보면 상당수 저축은행이 3.50%보다 높은 3%대 중후반 금리를 내세우고 있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을 잠시 거치해둘 수 있는 파킹통장(자유입출금통장) 금리도 높이고 있다. 오케이(OK)저축은행은 지난달 파킹플렉스통장의 금리를 3.5%(500만원 이하)으로 높였고 에스비아이저축은행도 이달 사이다입출금통장의 금리를 기존 2.9%에서 3.2%(1억원 이하)로 인상했다.
시중은행과의 대출 경쟁에서 밀리면서 비교적 여신 여유가 있는 지방은행의 금리도 매력적인 수준이다. 전북은행, 제주은행, 비엔케이(BNK)경남은행에는 최고금리 기준 3.50∼3.60%대 정기예금 상품이 있다. 올해 지방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면서 고객 기반 확대에 힘쓰고 있는 아이엠뱅크(옛 대구은행)도 3.66% 금리를 제공하는 정기예금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금리인하기 개미는 ‘채권’
상반기에 23조원 순매수
채권 투자는 기관투자가들이나 하는 것이란 말은 이제 옛말이 되었다. 개인투자자들도 2022년 20.6조원어치의 채권을 순매수했고, 지난해엔 37.6조원어치나 순매수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23.1조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상반기 개인투자자들이 산 채권의 종류는 국채가 32%, 기타금융채(여신전문금융 회사채)가 24%, 회사채가 22%였다. 여신전문금융 회사채는 신용카드사, 리스(시설대여), 할부금융, 신기술사업금융 등 여신전문금융업을 영위하는 회사가 발행하는 채권이다. 6월부터는 ‘개인투자자용 국채’가 따로 발행되고 있다. 10만원부터 1억원까지 살 수 있는데, 만기까지 보유하면 연복리를 적용하고 이자소득 분리과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만기에 미리 정한 액수의 돈을 받는 채권의 가격은 만기일까지 이자를 뺀 것이 된다. 일반적으로 만기가 길수록, 발행회사의 신용도·신용등급이 떨어질수록 이자율이 높다. 회사채가 특수채보다, 특수채가 국채보다 이자율이 높다. 같은 회사채라면 신용등급이 낮을 수록 이자율이 높다. 그야말로 ‘고위험=고수익’이다. 국채나, 정부가 지급을 보증한 특수채는 돈을 못받을 일이 없지만, 회사채는 발행사에 탈이 나면 돈을 못받는 수가 있다.
지난해와 올해 개인의 채권 투자가 급증하는 것은 채권의 수익률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은 이자율이 떨어질 때 값이 오른다. 예를 들어, 1년 만기 3% 수익률의 1000만원짜리 채권이라면 이자가 30만원으로 채권값이 970만원이다. 그런데 이자율이 1%로 떨어지면 이자가 10만원으로 줄고 채권값이 990만원으로 뛴다.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하지 않고, 이렇게 수익률이 하락한 뒤 팔아 차익을 얻을 수도 있다.
반대로 이자율이 오를 때는 채권값이 떨어진다. 만기가 아주 긴 채권을 만기 전에 매각하려다 원금 손실이 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은 이 때문이다. 채권 투자에서는 앞으로 시장 이자율이 어느 쪽으로 얼마나 더 움직일 지 판단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
한국은행은 아직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았지만, 금리인하 기대감을 반영해 시장 금리는 발빠르게 하락했다. 채권 투자자들이 고려해야 할 변수다. 금융투자협회 집계를 보면, 개인투자자들은 7월에도 3조4천억어치의 채권을 순매수했다. 상반기 6개월동안 월평균 3조8500억원 순매수한 것에 견줘서는 매수세가 조금 약했지만 그렇게 큰 차이는 아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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