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이재명과 회담, '전체공개'가 좋지만 전제조건 아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여야 대표회담 실무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과 관련, 자신이 주장한 '회담 전체 생중계' 제안을 철회할 의사를 시사했다. 야당은 물론 당내에서도 비판이 나온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 대표는 26일 당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이재명 대표의 코로나 확진으로 잠시 미뤄졌지만 많은 국민들께서 여야 회담을 기대하고 계시다. 그 이유는 정치의 복원과 민생정책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로의 새로운 전환을 많은 국민들께서 바라고 계시는 것"이라며 "회담을 반드시 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한 대표는 이어 "회담 전부를 국민들께 그대로 공개하는 것이 좋지 않느냐 하는 제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민주당 일각에서는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는 것 같다"며 "저는 공개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회담의 전제로서 그걸 주장하는 건 아니다. 전제조건으로 고집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빠른 시일 내에 회담을 하는 것"이라며 "이 대표의 쾌유를 빌면서 조속한 만남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서로 갈라져 있고 싸우는 상황에서 대단한 결과물, 한 방에 모든 것을 끝내는 결과물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현실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니까"라며 "하지만 여야 대표가 새로운 출발을 하겠다는 결의를 보이고 몇몇 쟁점에 대해 서로 합치되거나 의견이 좁혀지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만으로도 국민 여러분들께 희망을 보여드릴 수 있다"고 의미를 강조했다.
앞서 민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김재원 최고위원이나 윤상현 의원, 김영우 전 의원 등 중진들을 중심으로 "협상과 타협을 하는 자리인데 TV토론 생중계하듯이 하자고 하면 민주당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많지 않을 것", "생중계를 하면 대선 토론이 되는 것" 등 비판적 반응이 나온 바 있다. (☞관련 기사 : 한동훈 제안 '생중계 회담', 與 내에서도 비판…"협상을 어떻게 생중계?")
한 대표는 이날 최고위 후 가진 기자들과의 차담회에서도 "저는 공개했으면 좋겠다. 그게 낫다고 본다", "(전체 공개를 하지 않으면) 다 끝난 다음에 '이건 이런 뜻이다'라고 붙여야 하지 않느냐"면서도 "그것 때문에 못 만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저도 '그게 아니면 안 된다'고 한 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실질적으로 기대하는 여야 회담의 성과·목표에 대해서는 "(회담을) 대단히 오래 할 건 아니다", "여야 회담이 한 번 만났다고 손잡고 어깨동무하고 '다 해결됐다' 하고 나올 건 아니지 않느냐. 세상이 그렇게 쉽겠나"라고 과한 기대를 경계하면서도 "민생 관련한 법안 패스트트랙을 만드는 것"을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우리가 (앞으로도) 싸우지 않겠나. 정치가 어느 정도의 다툼과 투쟁이 이어질 것이고 그게 필요하다. 이재명 대표 판결 결과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날선 해석이나 쟁점이 이어질 것"이라며 "(그러나) 민생법안의 경우 패스트트랙으로 가자는 제안을 드린다"고 했다. 이는 전날 고위당정협의 당시 정진석 비서실장이 언급한 말이기도 하다.
한동훈 "채소값 상승, 기후변화로 인한 물가압력"…與, 또 한은 압박
한 대표는 이날 과채류 물가 문제, 군인 유족연금을 추서계급 기준으로 상향하는 방안, 난임시술 공난포 지원 등 매우 구체적 수준의 문제를 제기하며 '민생 우선' 기조를 이어갔다. 특히 과채류 물가와 관련해 기후위기 문제를 언급한 대목은 눈길을 끌었다.
그는 "반복되는 (과일·채소가격의) 구조적 문제는 기후변화 등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이 부분에 대해 장기적인 대책도 필요하다"며 "한반도에 과거와 다른 무더위가 계속 이어지면서 배추, 상추, 시금치같은 엽채류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기후변화에 따른 물가 압력을 정부가 비축물량 방출, 할인 지원 등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구조적 한계가 있다"며 "분명히 기후가 변하고 있다. 지난해 아열대 작물의 우리나라 재배 면적이 4000여 헥타르였는데 2017년에는 350헥타르였다. 7년 만에 10배가 넓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후변화가 정말 급속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거기에 따라서 우리의 농업 환경도 바뀌고 있다"며 "정부가 과학적 기후 분석을 통해 재배 환경을 예측하고 이에 맞는 농산물 생산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반복되는 물가 문제에 관한 중장기적 접근"이라고 제안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제롬 파월 의장이 지난 23일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움에서 '통화정책을 조정할 시기가 도래했다'면서 9월 기준금리 인하를 강력하게 시사했다"고 언급하며 "국내 기준금리 조정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독립적 의사결정권을 존중해야 하지만, KDI가 국내 경기의 장기적인 내수 부진(원인)을 금리 문제로 지목하고 있는 만큼 전향적 검토가 잇따르기를 기대한다"고 사실상 한은을 압박했다.
지난 22~23일 용산 대통령실과 여당이 앞다퉈 "내수진작 차원에서 보면 아쉬움이 있다", "소상고인 내수부진과 관련해 현실적인 고려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등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쪽에 힘을 싣는 반응을 보인 데 이어서다. (☞관련 기사 : 한은 금리동결에 당정 일제 압박…與 "내수진작 측면에서 유감")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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