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후판값 줄다리기…철강 "수익 방어 인상" vs 조선 "인하 요인 많아"
중국산 후판 유입·철광석 가격 하락 등 인하 요인 확대
철강사 "불황 속 수익 방어 위해 후판값 올려야"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지난달 가까스로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을 끝낸 철강사와 조선사의 하반기 협상도 바로 돌입한 가운데 팽팽한 줄다리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산 저가 후판 유입과 더불어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 하락으로 인하 요인이 많다는 조선사 의견과 업황 부진으로 인해 인상이 필요하다는 철강사 입장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다. 최근 조선사들의 실적이 개선세인 데다 주 거래처와의 파트너십을 무시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추가로 가격이 떨어지긴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2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철강사와 조선사들은 지난달 올해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을 끝마친 뒤 바로 하반기 후판가 협상을 시작했다.
후판은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주로 선박에 쓰인다. 선박 건조 비용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어 후판 가격은 조선사의 실적에 큰 영향을 끼친다.
앞서 상반기 후판 가격은 톤당 90만원 중반대에서 90만원 초반대로 가격이 내려갔다. 철광석 가격 인하와 더불어 중국산 저가 후판 공급 확대가 반영된 결과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8월 넷째 주 철광석 톤당 시세는 96.74달러(12만9500원)로 지난 5월 말(117.41달러)보다 17.6% 하락했다. 철광석 가격이 톤당 100달러 이하로 떨어진 것은 2022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후판을 생산하는 포스코와 현대제철·동국제강 등 철강사들은 하반기 협상에서 후판 가격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업황 부진으로 초라한 성적표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 4184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1조3262억원) 대비 68.4% 감소했다. 현대제철은 979억원으로 전년 동기(4650억원)보다 78.9%, 동국제강도 404억원으로 전년 동기(514억원) 대비 21.4% 줄었다.
철강사 실적 부진은 세계적인 철강 업황 부진이 영향을 끼쳤다. 특히 후판의 경우 중국 철강사들의 과잉 생산분이 한국으로도 유입되면서 가격 하락을 부추기는 실정이다.
중국 조선사들이 사용하는 현지 후판 가격은 톤당 70만원대로 국내산보다 약 28%가량 저렴하다. 과거에는 제품의 품질이 낮아 사용하기 어려웠지만, 최근에는 품질 수준도 개선돼 조선사들이 사용을 늘리고 있다. 실제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달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중국산 후판 비중을 기존 20%에서 25%로 늘렸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현대제철은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에 중국산 저가 후판 수입을 막아달라는 내용의 반덤핑 제소를 하기도 했다. 반덤핑 규제는 외국에서 들어오는 물품이 정상가격(수출국 국내시장 가격) 이하로 판매되는 상황에서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철강사 관계자는 "중국산 후판의 국내 유입으로 관련 시장에서 철강사들이 어려운 상황인 것은 맞다"면서 "수익 방어 측면에서 후판 가격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조선사들은 후판 가격 인하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가격 인하 요인이 늘어났기 때문에, 시장원리에 맞게 가격이 책정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선사 관계자는 "과거 10년간 조선업황이 불황일 때 철강사들이 가격을 인하하는 움직임이 없었듯, 철강사들이 현재 어렵다는 이유로 개별 품목의 가격을 인하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면서 "합리적인 가격 책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오랜 기간 파트너십을 이어온 만큼 철강사들의 의견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제품이 아무리 싸다고 해도 무조건 중국 제품만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한국 철강사들은 언제든 안정적으로 물량을 확보해 줄 수 있는 파트너이기 때문에 완전히 시장 논리만으로 협상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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