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보다 ‘배우’에 방점 찍은 이민호, “나에게 ‘파친코’는…”

안진용 기자 2024. 8. 26.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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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민호가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서울파르나스호텔에서 열린 애플TV+ 오리지널 드라마 ‘파친코’ 시즌2 제작발표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연합뉴스)

“역사에서 소외받은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배우 이민호는 23일 공개된 애플TV+ ‘파친코 시즌 2’를 이같이 정의했다. 땅을 잃고, 민족성이 짓밟히던 시절을 견딘 이름 모를 민초들의 삶을 그렸다는 의미다.

이날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 이후 문화일보와 만난 이민호는 “한국의 역사를 보면, 선조들의 희생 덕에 우리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다”면서 “역사적 순간마다 소외받고 주목받지 못했던 이들의 삶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민호가 맡은 한수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하는 인물이다. 재력을 가진 일본인의 사위가 되고 그들 위에 군림하지만, 그럴수록 조선인으로서 정체성은 혼란을 겪게 된다. 그는 “한수는 욕망 앞에 순수하고 솔직하다. 비도덕적이지만 합리적 선택을 하는 인물”이라며 “더 많은 것을 가질수록 정체성이 희미해져가는 인물의 복잡한 감정을 표현하려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이민호는 드라마 ‘꽃보다 남자’ 이후 10년 넘게 최고의 한류스타로 손꼽힌다. ‘로코킹’(로맨틱 코미디의 왕)이라는 수식어도 항상 그를 따라온다. ‘파친코’ 시리즈의 한수는 그런 수식어에서 가장 멀리 달아난 캐릭터다. 하지만 어색함은 없다. 이민호는 ‘스타’라는 수식어를 ‘배우’로 메웠다.

그는 “‘꽃보다 남자’ 이후 작품을 결정할 때 항상 심플했다. ‘상속자들’ 할 때도 ‘교복을 언제 입겠냐’ 하면서 선택했고, ‘더 킹’도 ‘왕자의 이미지가 생긴 것, 백마까지 타고 끝내자’ 하며 결정했다”면서 “‘파친코’도 새로운 이미지가 절실할 때 온 작품이었다. 앞으로도 어떤 작품이든 사소한 것이라도 마음이 동하는 부분이 있으면 결정하는 데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한류스타’도 내가 스스로 부르는 게 아니고 내 의도와 상관없이 만들어진 거라 언제든 깨질 수 있는 수식어라 생각한다”고 의젓하게 답했다.

이민호가 ‘파친코’ 시리즈에 합류하기 위해 기꺼이 오디션에 응한 것은 그의 이런 다짐의 발로다. 지난 13년 간 그는 ‘선택받는 배우’가 아니라 ‘선택하는 배우’였다. 내로라하는 작가와 감독들이 그에게 손을 내밀었고, 이민호는 가장 반가운 손을 잡으며 차기작으로 골랐다. 하지만 ‘파친코’ 출연을 앞두고 오디션을 치렀다. 무려 13년 만이었다.

“한국에 있으면 ‘내가 굳이 오디션을 봐야 하나’ 생각하게 되는데 완벽한 작품을 위해서는 오디션이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만족도가 높았다”고 운을 뗀 그는 “배우로서의 커리어 이전에 새로운 에너지가 필요하고 좀 자유롭고 싶다는 욕망이 커져 있을 때 ‘파친코’ 대본을 만나게 됐다. 오디션 과정도 디테일해서 좋았고, 만족도가 높았다. 선택을 받기 위해서 준비를 하고 시간을 쏟고 태우는 것이 귀중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파친코’에 참여한 이민호는 출발선에 다시 선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미주 시장에 도전하며 신인의 자세로 신발끈을 매야 했다. 시즌1이 공개된 후 유력 매체들의 호평이 이어졌고, 배우로서 이민호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이민호는 “리뷰를 찾아보지 않아서 딱히 기억 남는 건 없지만, 한국에서 관계자 분들께 ‘이번 작품에서 뭔가 다른 느낌을 받았다’는 말을 들었다. 잘 선택했다는 말을 듣고 가장 희열을 느꼈다”면서 “한국에서 제작된 작품이었다면 ‘한수 역할에 이민호를 매칭시키기 쉬웠을까’ 싶더라. 그런 면에서 내 안에 있는 또다른 무언가를 꺼내고 좋은 평가를 들을 때 의미있는 작업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덧붙였다. “20대 때 로맨틱코미디에 어울리는 면이 드러났다면, 앞으로는 꺼내놓을 게 더 많은 배우로서 40대 배우 인생이 찬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한편 총 8부작인 ‘파친코 시즌2’는 지난 23일부터 애플TV+에서 방송되고 있다. 매주 한 편씩 공개된다.

안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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