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피해 공포감↑…학교 명단, 개인 신상까지 확산
피해 고교·대학 명단부터 이름·얼굴 공유 정황까지
타인 SNS·메신저 사진 이용해 범행…공포감 확산
"수사 범위 확대해야' '처벌 수위 높여야' 지적 나와
[서울=뉴시스] 허나우 리포터 = 불특정 다수 여성 얼굴에 음란물을 합성하는 '딥페이크' 성범죄물이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에서 공유되고 있어 전국 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교 여성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최근 '텔레그램 딥페이크 피해학교 명단'이라는 게시물이 온라인 상에 공유되며 파장이 일고 있다. 실제 피해 사실 및 규모가 경찰 수사를 통해 파악되진 않았지만, '내 사진도 범죄에 악용됐을까'하는 공포감이 여학생들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26일 엑스(전 트위터)를 비롯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텔레그램 딥페이크 피해 지역/학교 목록'이 다수 게재됐다. 게시글에는 'XX대(학교) 방' 'XX고(등학교) 방' 등 각 지역 및 학교 이름을 앞세워 개설된 텔레그램 대화방 목록을 제보받아 올리고 있다.
또한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딥페이크 불법 음란물을 공유한 정황이 담긴 대화 내역도 확산되고 있다. 이들의 대화에선 'XX고 08(년생)' 'XX중 OOO 사진'등 특정 학교의 여학생의 나이, 이름 얼굴이 공유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SNS나 온라인 메신저에 게시된 개인의 사진을 이용해 딥페이크 음란물을 만드는 범죄가 커다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엑스의 '텔레그램 사건 정리'라는 게시물은 "인스타그램 스토리, 피드, 하이라이트, 블로그,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 졸업앨범 사진 등 제3자의 사진에 비친 여성들의 얼굴이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범죄물에 악용되고 있다"며 "제작채널 참여가해자만 해도 22만 명이고 정보 판.구매자, 단순 이용자까지 종합하면 40만 명 이상일 것이라 감히 예상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인스타그램의 비공개계정, 친한 친구(설정된 사람만 볼 수 있는 내용) 스토리까지 해킹하여 사진을 퍼갈 수 있으니 유의하라"고 덧붙였다.
현재 엑스의 26일 기준 '실시간 트렌드(실시간 검색어)'에는 이미지, 얼굴 사진, 가해자 신상, 피해자 명단 등과 같이 딥페이크 성범죄물을 확인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대대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일부 가해자라고 지목된 남성들의 신상도 SNS상에 올라왔다.
실제로 피해를 입었다는 여성들의 목소리도 줄을 잇고 있다.
실제로 서울의 A대학교에 재학 중인 20대 여학생은 26일 오전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지인으로부터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를 제보받았다며 신고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서울대 n번방', '인하대 딥페이크 방' 사건 등 여성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딥페이크 음란물 범죄가 최근 잇따라 발생해 왔다. 이제는 이런 범죄에 대한 공포가 중·고교까지 확산하는 모습이다.
경기도 안산 B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여학생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텔레그램 딥페이크' 사건을 공유하며 '계폭(계정 폭파)이 답인 건가' '왜 우리(여성들)가 조심해야 하냐'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딥페이크 합성물을 유포, 공유하는 범죄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요 불법 음란물 유통 경로인 텔레그램이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수사 기관의 추적에 난항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딥페이크를 활용한 범행이 연이어 발생하는 만큼 현재 미성년 대상 성범죄에만 허용된 위장수사 범위를 성인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아동에서 성인으로 적용 대상 범위를 넓혀야 한다"며 "일부에서 표현의 자유를 근거로 수사 권한 확대를 반대하는데 법을 어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자유만이 논의의 대상"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경찰청은 지난 5월 '서울대 N번방 사건'이 알려진 후 디지털성범죄 위장수사 범위를 성인 대상 범죄로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2021년 9월부터 올해 6월까지 위장수사를 통해 1326명을 검거하고 83명을 구속했다.
또 딥페이크 불법 음란물을 제작에 대한 처벌 수위가 너무 낮다는 지적도 있다. 딥페이크 영상물 제작 의도가 반포가 아닌 단순 소지일 경우 처벌은 대부분 집행유예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서울여자대학교 정보보호학과 김명주 교수는 "지금까지 법원에서 처벌된 건 70건 남짓이다. 그중 반 이상은 집행유예로 풀려나고, 실제 징역을 산 사람은 5~6건 정도"라며 "'(현행 구조하에) 범죄를 저질러도 큰 처벌을 받지 않는다'라는 사회적 인식을 줄 수 있어 힘이 빠지는 규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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