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중요한 건 본선 경쟁력…미래지향적으로 운영할 것" [일문일답]
9월 팔레스타인·오만과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처음으로 소집 명단을 발표한 홍명보 감독이 "안정적이면서도 미래 지향적인 팀을 만들 것"이라고 지향점을 밝혔다.
홍명보 감독은 26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개최, 내달 치러지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2연전에 나설 국가대표팀 소집 명단(26명)을 발표했다.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주축 선수들이 예상대로 승선했고, '18세 고교생' 양민혁(강원) 등 젊은 피들도 처음으로 A대표팀에 발탁됐다. 주장 완장은 손흥민이 계속 찬다.
홍명보 감독은 "그동안 대표팀이 해왔던 안정적인 운영을 유지하면서도 약간의 변화를 주는 데 가장 중점을 뒀다"면서 "월드컵 본선 진출 팀은 늘어났으나 상대적으로 16강에 진출하는 건 더욱 어려워졌다. 이를 염두에 두고 안정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인 선수들로 팀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홍명보 감독은 10년 전 2014 월드컵을 준비하던 당시 기존에 아는 선수들만 선발했다는 '의리 축구'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 선수 선발을 앞두고도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이에 대해 홍 감독은 "당시 정보가 많지 않은 상태에서 감독을 했고, 시간적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아는 선수 위주로 뽑았다. 결과도 좋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의 비난은 수긍한다"고 고개 숙인 뒤 "이번 대표팀은 팀보다 더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철학 아래 팀을 위해 겸손하게 뛰는 선수들을 선발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관심을 받은 건 '고교생 K리거' 양민혁의 대표팀 발탁이다. 홍명보 감독은 "지금까지 보여준 퍼포먼스는 충분히 대표팀에 들어올 만하다"면서 "지금은 기회를 주는 게 맞고, 그 이후의 기회들은 양민혁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어 손준호(수원FC)를 뽑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구금 등과 관련해) 중국 쪽과의 리스크가 있던 게 사실이다. 계속 지켜보고는 있고,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답했고 배준호(스토크)는 "능력은 충분히 알고 있으나 최근 부상을 당해 지금은 엄지성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홍명보 감독은 팔레스타인, 오만을 상대할 월드컵 예선에 임하는 각오에 대해 " 한국이 2002 월드컵 이후 편하게 본선에 나섰던 건 지난 카타르 월드컵이 유일하다. 그 외에는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과 월드컵에 나섰던 감독이 모두 힘들었다"면서 "나 역시 쉬울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만큼 큰 노력을 하고, 더 경쟁하면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명단 발표 후 이어진 홍명보 감독과의 기자회견 일문일답.
-명단 발표 소감은? ▶ 명단에 오른 선수들에게 축하 인사를 전한다. 큰 노력을 했지만 명단에 들지 못한 선수들에겐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기회가 많이 있을 것이다. 실망하지 말고 지금까지 했던 모습을 보여주면 언제든지 대표팀에 들어올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선발에서 가장 중점을 둔 건 그동안 해왔던 안정적인 운영에 더해지는 약간의 변화다. 북중미 월드컵은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확대된 뒤 처음 열리는 월드컵이다. 예선은 조금 여유가 있겠지만 16강 진출은 더 어려워졌다. 그 부분을 염두에 두고 더 안정적이면서 미래 지향적인 선수들로 구성해 팀을 만들어 나가겠다.
-양민혁의 선발 배경은? ▶양민혁은 대표팀에 들어올 수 있는 충분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가장 좋았던 7월과 비교하면 지금은 조금 컨디션이 떨어져 있지만 이전까지 보인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들어올 자격이 있다. 지금은 그에게 기회를 주는 게 맞다. 하지만 이후는 양민혁의 몫이다. 모든 사람들이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만큼, 대표팀에 와서도 잘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양민혁 외에 최초 발탁한 다른 선수들 이유는? ▶최우진은 K리그 감독을 할 때부터 봐왔던 선수다. 이후 (대표팀 감독이 된 뒤) 인천 경기를 두 번 봤는데 왼쪽 측면 수비수로 정확한 축구를 하더라. 물론 아직 젊은 선수라 부족한 건 있다. 그래도 흥미로운 선수였다. 특히 측면 수비수는 한국 축구에 고민거리기 때문에, 의미 있는 발탁이다. 젊은 선수가 어떻게 해야 성장하는지는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황문기는 강원의 경기를 세 번 관찰했는데 전체적친 폼과 경기력이 꾸준했다. 이한범은 공식전에 많은 출전 시간을 갖지는 못했지만 미래지향적 팀 운영을 위해 필요한 선수다. 앞으로 이런 선수들을 대표팀에 불러서 같이 훈련시켜서 언제든지 편안하게 경기에 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주장 완장은? ▶손흥민에게 계속해서 맡길 것이다.
-10년 전 의리 축구라는 꼬리표가 선발에 있어 부담을 주진 않았는가? ▶당시는 정보가 많지 않은 상태에서 감독을 했기 때문에 아는 선수들 중 가장 잘하는 선수들로 뽑으려 했다. 아는 선수만 뽑았다는 비판을 수긍한다. 이번에는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철학에 맞는 선수들을 선발했다. 팀에 대해 겸손한 마음을 갖는 선수를 선호한다.
-문체부의 조사를 받는 등 현재의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조사 등과 관련해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말은 없다. 할 수 있는 자리도 아니다. 내가 선수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을지는 확신 못하겠지만, 신뢰를 줄 수 있는 감독이 되는 게 중요하다.
-배준호와 손준호를 뽑지 않은 이유는? ▶배준호가 가진 능력은 충분히 알고 있지만 최근 부상을 당했다. 복귀했지만 여러 가지를 체크했다. 결과적으로 지금은 엄지성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손준호는 계속 지켜보고 있다. 아직 중국 쪽과 관련해 명확하지 않은 리스크가 있다. 앞으로 중국축구협회 측에 문의해 해결해 나가겠다.
-외국인 코치가 아직은 선수 선발에 관여하지 않았을 것 같다 ▶이번 선발에 영향을 끼친 게 많지는 않다. 한두 경기만 봤기 때문에 불가피하다. K리그와 K리거의 수준이 이 정도구나 공부하는 차원이었다. 앞으로는 더 적극적으로 관여할 것이다. 또 외국인 코치들은 유럽에 나가 있는 선수들을 체크할 것이다. 손흥민처럼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선수들 말고 다른 젊은 선수들과도 계속 소통하고 모니터링해서 정보를 쌓을 것이다. 유럽에 있는 다른 젊은 선수들을 어떻게 성장시키느냐도 한국 축구엔 중요한 요소다.
-팔레스타인과 오만전에 임하는 각오는? ▶한국 대표팀이 2002 월드컵 이후 그나마 편하게 월드컵 진출했던 건 카타르 월드컵 정도다. 모든 월드컵 과정이 그렇듯 이번 최종예선 3차 예선도 쉬울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만큼 큰 노력을 해야 한다.
tr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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