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략 요충지' 미얀마 군부·반군에 양다리…"모두 잃을 수도"

인교준 2024. 8. 26.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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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직통 송유관 건설 中, 평화회담 노력하지만 군부·반군 모두 '불만'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이 전략적 요충지인 미얀마의 군부와 반군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으나, 사태 악화로 모든 걸 잃을 수도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6일 보도했다.

미얀마 반군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중국은 2021년 군부 쿠데타 이후 4년째 전투가 이어져 온 미얀마 군정 정부와 그에 맞선 무장 반군에 평화 회담을 통한 해결을 주문하며 중재 노력을 기울여왔으나, 양측 모두 중국에 탐탁지 않은 반응을 보여서다.

지리적으로 2천㎞의 국경을 접한 미얀마의 내전으로 중국 국경 안보가 불안해진 데다 미얀마가 에너지 안보에 긴요한 탓에 중국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 2013년부터 중국의 윈난성 쿤밍과 미얀마 차우크퓨항을 연결하는 800㎞ 구간의 송유관 건설이 시작됐으며, 이는 중국으로선 인도양과 남중국해 사이의 말라카 해협을 통과하는 기존 해상 운송로를 대체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송유관이 건설되는 상당 지역에서 군부와 반군 전투가 치열하다.

이 때문에 중국은 군부에 우호적이면서도 반군과 척지지 않는 양다리 외교를 펴왔다.

SCMP는 "중국은 쿠데타 이후에도 미얀마 항구와 철도는 물론 석유와 가스 분야 등의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지속했으나, 내전이 장기화하고 치열해지자 중국은 지정학적 안보 위험을 줄이고 경제 이익 보호를 위해 군부-반군 평화회담을 촉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황은 군부에 유리하지 않은 양상이다.

지난달 미얀마 소수민족 무장단체 아라칸군은 서부 라카인주 탄드웨공항을 점령해 국제사회를 놀라게 했다. 이 공항은 최대 도시 양곤에서 북서쪽 260㎞ 떨어져 있으며, 이를 통해 미얀마 서부 해안 일대를 반군이 점령할 길을 열었고 라카인주 북부 대부분을 통제할 수 있게 됐다.

미얀마 반군의 공항 점령은 2021년 쿠데타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반군인 아라칸군(AA)은 타앙민족해방군(TNLA), 미얀마민족민주주의동맹군(MNDAA)과 지난해 10월 말 '형제동맹'을 구축하며 군부를 상대로 대공세를 펴고 있다.

보수 성향 미국 싱크탱크 스템슨센터의 윈쑨 동아시아프로그램 선임연구원은 SCMP에 "이달 초 중국과 국경인 샨주의 주도인 라시오를 반군 MNDAA가 점령한 걸 계기로 중국이 강한 중재 행보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은 지난 1월 윈난성 성도인 쿤밍에서 미얀마 군부와 반군 측을 불러 중재회담을 열었으나 효과는 신통치 않았다. 오히려 그 후 전투는 더 치열해졌다. 그럼에도 지난 14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미얀마를 방문해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을 만났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 [홍콩 SCMP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두 사람의 만남은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2021년 2월 쿠데타로 아웅 산 수치 정권을 축출하고 정권을 잡은 뒤 처음이었다.

왕 외교부장은 지난 20일에는 베이징에서 줄리 비숍 유엔 미얀마 특사를 만나 미얀마 문제 해결을 위해 유엔의 건설적인 역할을 지지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윈쑨 연구원은 "중국은 미얀마 혼란과 무정부 상태가 중국에 안보 위험을 초래할 것으로 본다"며 "왕 외교부장이 미얀마를 찾은 건 군부 정권에 선거를 통한 정치적 안정을 요구하려는 목적이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그러나 "미얀마 군부가 선거 실시를 거부하는 상황에선 미얀마 평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싱크탱크 타이허연구소의 미얀마 문제 연구원인 인이항은 "미얀마 군부 내에 중국 간섭이 지나칠뿐더러 (반군을 지원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과 불신이 팽배하며, 이에 따라 중국과 군부 관계도 위험에 처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는 중국이 2021년 쿠데타 이후 미얀마 군부 정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아 왔을뿐더러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 전 정부를 비난하지 않아 온 것과 관련이 있다고 신문은 짚었다.

중국 역시 미얀마 군부에 대한 불신이 작지 않아 보인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미얀마 군부 정권을 지지하는 입장이었지만 2021년 쿠데타 이후 집권 세력인 흘라잉 군부와 거리를 둬왔으며, 반군과 4년째 전투를 지속하는 현 군부 정권의 '능력 부족'에 불만을 가진 듯하다.

미국평화연구소(USIP)의 미얀마 문제 연구원인 제이슨 타워는 "미얀마 군부가 반군과의 전투에서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중국과 미얀마를 연결하는 송유관 건설 구간의 3만㎢가량을 빼았겼다"면서 "이로인해 힘의 균형이 반군에 쏠리는 현상이 나타났고 중국은 심각한 손실을 봤다"고 짚었다.

타워 연구원은 이런 상황에서 미얀마 군부에 대한 중국의 압력과 반군에의 개입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왕 외교부장이 흘라잉 최고사령관을 처음으로 만난 건 미얀마 군부와 반군 모두에 중국은 현 흘라잉 군부 정권을 사실상 인정한다는 의미로 해석됐다"고 진단하면서, 그런데도 미얀마 군부가 중국에 불만을 표시한 걸 눈여겨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왕 외교부장의 미얀마 방문 시기에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중국을 직접 거명하지 않으면서도 반군 집단에 무기를 제공하는 '외국'에 강한 분노를 표시했으며, 이는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처럼 중국은 일단 미얀마 평화회담을 위해 훌라잉 군부 정권을 '지지'하면서도 반군을 달래려 하고 있으나, 양쪽 모두로부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SCMP는 짚었다.

미얀마 난민촌 포격 잔해 속 걷는 주민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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