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금 울린 김인경의 마지막 인사 “모두에게 감사, 여러분이 내 이야기를 아름답게 해주었다”
“모두 은퇴를 말렸어요. 청야니(대만)는 계속해서 울었고, 저도 함께 울었어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7승을 거둔 김인경(36)이 26일 영국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열린 AIG 여자오픈(전 브리티시 여자오픈) 최종라운드를 마치고 18년 투어 활동을 마감하며 선수 은퇴를 선언했다.
대회 주최자인 마틴 슬럼버 영국 R&A 회장에게 은퇴 결심을 알리고 인터뷰에 나선 김인경은 “2022년 뮤어필드에서 AIG여자오픈을 치르고 난 뒤부터 은퇴를 생각했고, 어디서 저의 마지막 18홀을 치를까 고민했었다”며 “어젯밤에 코치를 비롯해 친구, 가족들에게 은퇴 결심을 알렸다”고 말했다. “늦은 밤에 세계 여러 곳의 지인들에게 전화로 은퇴 결심을 밝히니 모두 다 만류했다”고 밝힌 그는 “9살 때 골프를 시작했고, 9년 뒤 LPGA 투어에 입문해 18년을 뛰었으니 9, 9, 18이라는 골프숫자에 의미를 두고 싶다”고 말했다.
2007년 LPGA 투어에 데뷔한 그는 2010년 멕시코에서 열린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에서 3번째 우승을 차지한 뒤 22만 달러 전액을 미국과 멕시코의 유소년 교육을 위해 기부해 큰 화제를 모았다.
2012년 나비스코 챔피언십 최종라운드 18번홀에서 30㎝ 퍼트를 실수해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을 놓친 아픔은 오래도록 큰 상처로 남았다. 지인들, 심지어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그 이야기를 꺼내며 눈물을 보이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씻기 어려운 좌절을 극복하고 2016년 레인우드 LPGA 클래식에서 다시 우승하고 2017년에는 숍라이트 클래식, 마라톤 클래식에 이어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마침내 메이저대회 우승 한풀이를 한 그에게 골프의 고향 세인트앤드루스는 은퇴를 알리는 최고의 무대가 됐다.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자책도 많이 했는데 2017년 브리티시 오픈을 우승하며 자신과 화해도 했고, 제가 성장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밝힌 그는 “선수생활 동안 많은 성공과 좌절이 있었는데, 그 이야기를 아름답게 만들어준 여러분들께도 감사한다”며 미디어에도 작별인사를 고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LPGA 투어에서 최선을 다해 뛰어온 것이 가장 자랑스럽다면서 눈물어린 인터뷰를 마쳤다.
“천부적 재능이 있지는 않았지만, 골프를 사랑했다. 여기서 최선을 다한 것이 가장 자랑스럽다. 어디든 가서 골프를 치고, 배우려고 노력했고 함께 한 동료선수들에게서도 많은 것을 배웠다.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그들 모두에게 감사한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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