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2026 월드컵 '본선 경쟁력' 강조…"미래지향적 팀 운영"
측면 수비수·미드필더 자리 놓고 고민…"신뢰 주는 감독 되겠다"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10년 만에 다시 한국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홍명보 감독은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경쟁력'을 목표로 미래지향적으로 팀을 운영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홍 감독은 2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으로 열리는 9월 A매치에 참여할 국가대표 선수 26명을 발표하며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홍 감독은 "북중미 월드컵은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본선 규모가) 확대돼 열리는 첫 월드컵이다. 반대로 아시아 예선은 그보다 더 여유가 있을 거라 보지만 본선에서 16강 진출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팀이 발전해가는 과정에서 안정적이면서 더 미래지향적인 선수들을 통해 운영해갈 것"이라며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상 처음으로 48개 팀이 참여하는 북중미 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 이후 32강 토너먼트를 진행한다. 16강으로 치러진 기존 32개국 체제보다 토너먼트 경기가 한 차례 늘어 16강 진출도 더 어려워졌다.
이를 지적한 홍 감독은 양민혁, 황문기(이상 강원), 최우진(인천), 이한범(미트윌란)을 처음 A대표로 발탁한 이유도 '미래'를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기존 대표팀의 주축과 신예 선수들이 조화를 이루는 대표팀 분위기를 형성하겠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2014년 성적 부진과 '의리 축구' 논란 속 지휘봉을 내려놓은 이후 10년 만에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국가대표 '홍명보호'는 내달 5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1차전을 치르고 한국시간 10일 오후 11시 오만 무스카트의 술탄카부스 경기장에서 오만과 2차전을 소화한다.
다음은 홍 감독과 일문일답.
-- 양민혁 선발 배경과 손흥민의 주장 연임 여부는.
▲ 양민혁 선수는 충분히 지금 대표팀에 들어올 수 있는 퍼포먼스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이 가장 좋았을 7월 시기보다는 조금 경기력이 떨어진 점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보여준 모습을 보면 충분히 대표팀에 들어올 자격이 있다. 지금은 기회를 주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에 어떻게 할지는 앞으로 양민혁 선수의 역할이다. 모두가 기대를 크게 거는 선수라서 대표팀에 와서도 잘해주길 바란다. 손흥민에게 계속 주장 역할을 맡길 거다.
-- 팀에 도움이 되고 헌신하는 선수로 누구를 뽑았나. '의리 축구'라는 꼬리표가 이번에는 선수 선발에 부담되지는 않았나.
▲ 두 번째 질문부터 말씀드리겠다. 당시 선수를 선발할 때 알고 있는 범위에서 가장 좋은 선수 선발이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밖에서 보이는 모습이 그렇지 않았다. 아는 선수만 뽑았기에 그런 이야기가 나온 건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만큼 10년 전에는 선수들의 정보가 많지 않은 상태였기에 나 역시도 선택에 어려움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모르는 사람보다는 아는 사람이 장점을 파악하는 데 시간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봐서 그 선수들을 뽑았다. 이후 그런 이야기가 나왔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기에 다 수긍하는 입장이다.
팀에 헌신하는 건 모든 스포츠팀, 특히 이런 단체종목에서는 가장 중요한 철학이다. 나 역시도 팀보다 더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이야기를 충분히 잘 지키면서 팀을 운영해왔다. 대표팀에 꾸준히 들어온 선수들은 이 팀에 대해 잘 알 것이고, 새로 온 선수는 처음 시작하는 입장이라 서로 커뮤니케이션하면서 팀의 방향성을 설명할 필요는 있다.
-- 양민혁 말고 3명이 더 처음으로 발탁됐다. 선발 이유는.
▲ 최우진은 K리그 경기를 하면서 봐왔던 선수다. 물론 그 당시에는 평소에 해왔던 포지션이 아니었기 때문에 약간은 다른 경기력을 보여줬는데 가능성은 느꼈다. '괜찮은 선수' 정도로 생각했다가 인천 경기를 2경기 봤는데, 포백 왼 측면에서 굉장히 정확하게 축구를 했다. 아직 20세라 피지컬 등 모든 부분이 부족한 게 있지만 굉장히 흥미로운 선수였다. 양 측면 포지션은 한국 축구의 고민거리다. 어린 선수가 어떻게 성장하는지는 다 알 것이라 생각한다.
황문기는 굳이 말하지 않겠다. 강원이라는 팀이 정상에 올라와 있고, 경기력도 아주 좋다. 그 안에서 가장 많은 역할을 하는 선수가 황문기다. 강원의 3경기를 관찰했을 때 전체적인 컨디션과 경기력이 꾸준했던 선수가 황문기다.
이한범은 그동안 프리시즌이라 경기 출전 시간이 확보되지는 않았으나 비공식 경기에 출전해왔고, 최근 경기에 풀타임을 뛰었다. 그 선수 역시 미래지향적인 팀 운영에 맞는 선수다. 물론 이들이 실제 출전할지는 소집해서 봐야겠지만 앞으로도 불러서 같이 훈련하겠다.
-- 가장 고민했던 포지션이 어느 곳인가.
▲ 두 군데가 있다. 미드필더와 양 풀백이었다. 마지막까지 고민했다. 특히 측면은 팔레스타인, 오만과 경기할 때 우리가 어떤 모델로 플레이할지에 맞는 선수 뽑아야 한다. 상대를 몰아놓고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면 어떤 선수가 필요한지, 왼쪽에 설영우가 필요한지 이명재가 필요한지 등을 따졌다.
미드필더를 보면 기존 4-3-3 포메이션을 했을 때 멀티 포지션 소화 능력이 있는 선수가 누구냐를 고려했다. (미드필더가) 한 명 있을 때, 두 명 있을 때 각자 다른 선수 필요하다. 그 와중에 홀딩 미드필더는 꼭 필요했다. 박용우와 정우영이 그 선수들이다. 다른 경쟁자가 마지막까지 있었으나 두 선수를 결과적으로 선택했다.
-- 협회가 감사 대상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도 정몽규 회장, 홍명보 감독님을 소환해서 선임 절차를 비롯해 여러 논란을 따지겠다고 한다. 이번 소집된 선수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하나.
▲ (감사에 대해) 직접적으로 들은 이야기는 없다. 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닌 것 같다. 나 역시 (선수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을지 확신하지는 못하겠지만 신뢰를 주는 감독이 되는 게 중요하다.
-- 배준호와 손준호가 뽑히지 않았다. 이유는.
▲ 배준호는 최근에 부상을 당했다. 물론 직전 경기는 출전했으나 부상 기간이 있었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점검했다. 우리도 배준호의 능력은 충분히 안다. 다만 결과적으로 엄지성과 경쟁에서 전체적인 몸 상태, 경기력에서 지금은 엄지성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손준호는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아직 (중국과 관련해) 뭔가 명확하게 돼 있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물론 앞으로 우리가 중국축구협회 쪽이든 문의를 거쳐서 해야 할 부분인데 이와 관련된 리스크가 조금은 있었다.
-- 외국인 코치들이 이번 선발에 어떤 역할을 했나.
▲ 이번 선수 선발에 끼친 영향은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K리그를 한 두 경기 보고 그 선수와 다른 선수를 비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누가 낫다고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도 해외에 있는 선수들의 퍼포먼스는 꾸준히 지켜봤기에 그 부분을 조언한 건 사실이다. K리그가 이 정도 리그라는 걸, 조금 더 공부하는 차원이라는 게 정확하다. 앞으로는 더 적극적으로 관여해야겠다.
특히 유럽에 있는 선수들, 손흥민처럼 누구나 쉽게 찾아보는 선수 말고 지금 어린 선수들을 어떻게 성장시키느냐가 한국 축구에 중요한 부분이다. 그 선수들과 소통하고, 연습 경기나 훈련장에서 그 선수들의 감독·코치들과 소통해 상황을 꾸준히 관찰하는 역할을 할 거다.
-- 월드컵 예선을 놓고 '여유 있다'는 표현을 썼다. 임하는 각오를 알려달라.
▲ 여유 있다고 한 건 아무래도 그 전보다는 티켓이 늘었다는 차원에서 말씀드린 것이다. 상대 팀과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이 여유 있다고 오해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2002 월드컵 이후 최종 예선을 그나마 편하게 통과한 게 카타르 월드컵 말고는 없었다. 나도 이번 3차 예선 과정이 쉬울 거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그만큼 많이 노력해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는 건 모두가 다 안다.
월드컵 나갈 팀은 많아졌지만 본선에 진출하면 거기서 그 위의 단계로 올라가는 데 더 많은 경쟁이 필요해졌다. 그렇기에 월드컵 본선 경쟁력도 우리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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