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120년 역사상 이런 일은 한 번도 없었다··· 2회 1사까지는 토론토였던 대니 잰슨, 두 달만에 보스턴 유니폼 입고 같은 경기 나선다
지난 6월 27일(한국시간), 보스턴 홈구장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보스턴과 토론토의 경기. 7번 타자 포수로 선발 출장한 토론토 대니 잰슨이 2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상대 투수 커터 크로포드의 초구 한가운데 커터를 잰슨이 때렸지만 파울이 됐다. 상황은 여기까지.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며 경기는 중단됐고, 결국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됐다.
0-0, 2회초 1사로 두 달 동안 얼어붙었던 경기가 27일 같은 장소에서 다시 열린다. 6월 상황 그대로 재개돼야 하지만 그럴 수가 없다. 타석에 있던 잰슨이 지난달 말 트레이드가 되었기 때문이다. 잰슨의 행선지는 다름 아닌 경기 중단 당시 상대 팀이었던 보스턴이다.
메이저리그(MLB) 120년 역사상 단 1차례도 없었던 일이 벌어지려 한다. 한 선수가 양쪽 팀 소속으로 한 경기를 소화한 경우는 전례가 없다. 잰슨이 보스턴 소속으로 27일 토론토전에 나선다면 그 첫 사례가 된다. 6월 경기 당시 보스턴 선발 포수로 나섰던 리즈 맥과이어는 마이너리그로 내려가 있다. 보스턴은 무조건 다른 포수를 투입해야 한다. 알렉스 코라 보스턴 감독은 잰슨을 투입할 거라고 확언했다. 요컨대, 잰슨은 2개월 전 토론토 타자로 들어섰다가 중단된 바로 그 경기, 그 타석에 보스턴 포수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토론토 소속으로 경기를 시작했던 잰슨이 보스턴 유니폼을 입고 같은 경기에 투입되는 건 야구 규칙상 아무런 문제도 없다. 공식 야구규칙 7.02(c)는 “원래 경기에는 출전선수로 등록되지 않았더라도 속행경기의 출전선수로 등록돼 있으면 그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러 조건이 동시에 맞아떨어져야 가능한 상황이라 그간 전례가 없었을 뿐이다.
잰슨의 타석, 1스트라이크 상황에서 경기가 중단됐다. 잰슨을 대신해 타석에 들어설 토론토 타자가 무슨 기록을 남기든 그건 대타의 기록이 된다. 만약 스트라이크 하나만 더 당했더라도, 상황은 훨씬 더 기묘할 뻔했다. 대타 관련 규정에 따르면 전임 타자가 볼 개수와 상관없이 2스트라이크를 당한 상황에서 중도 투입된 타자가 삼진을 당할 경우, 그 삼진은 전임 타자의 것으로 기록된다. 앞서의 가정대로라면 이미 보스턴 유니폼을 입은 잰슨이 토론토 소속 타자로 삼진을 당한 것으로 기록에 남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가정에 가정을 더해, 잰슨이 보스턴 포수로 들어서고 토론토의 대타가 낫아웃 삼진을 당했다면 기록상으로는 ‘포수 잰슨이 타자 잰슨을 태그 아웃’하는 진풍경이 벌어질 뻔도 했다.
잰슨은 디어슬레틱 인터뷰에서 ‘대타가 삼진을 당하면 그것도 내 기록이 되느냐’고 궁금해했다. 다행히 그렇지는 않다는 말에 그는 감탄사를 내뱉으며 “생각만 해도 웃긴 상황”이라고 했다.
마이너리그 경기에선 이미 그런 사례가 있었다. 외야수 데일 홀먼은 1986년 6월 시러큐스 대 리치먼드의 경기에 시러큐스 우익수로 선발 출장해 첫 타석 안타를 때렸다. 이후 경기는 서스펜디드 게임이 됐고, 8월 다시 열렸다. 그 사이 홀먼은 시러큐스에서 방출당했고, 리치먼드에 입단했다. 재개된 경기, 홀먼은 리치먼드 소속으로 다시 경기에 투입됐고 또 안타를 때려냈다. 같은 경기, 양쪽 구단 소속으로 모두 참가해, 안타까지 때려냈다는 이야기다. 디어슬레틱과 만난 홀먼은 당시 상황을 돌이키며 “잰슨은 어떻게 해도 나처럼 양쪽에서 안타를 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나와는 비교가 안 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트레이드 이후 잰슨은 보스턴에서 꾸준히 활약 중이다. 전에 없던 역사의 주인공이 될 수 있겠다는 말에 그는 “정말 멋지다. 놀라운 일이다. 야구를 하면서 불가능한 상황은 없는 것 같다. 모든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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