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매트 딴곳서 펼친뒤 설치’ 기본도 안지킨 소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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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 당국이 매뉴얼과 훈련을 표준화하는 등 공기 안전 매트(에어매트) 운용을 선제적으로 관리했더라면 지난 22일 경기 부천시 호텔 화재 당시 추락사한 2명의 생명을 구할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6일 일선 소방서에서 진행된 에어매트 전개 훈련을 부천 호텔 화재 상황과 비교해 보면 당시 인명 구조 과정에서의 문제점이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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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때 낙하법 등 소통도 없어
참사 이후 서울 소방 훈련땐
‘무작정 투신 방지’ 지침 작성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 비판
소방 당국이 매뉴얼과 훈련을 표준화하는 등 공기 안전 매트(에어매트) 운용을 선제적으로 관리했더라면 지난 22일 경기 부천시 호텔 화재 당시 추락사한 2명의 생명을 구할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2일 화재 당시 8층에 있던 이들은 구조를 위해 펼친 에어매트에 뛰어들었지만, 매트가 뒤집힌 끝에 숨졌다. 당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통합 매뉴얼을 만들고 훈련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놨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란 비판도 나온다.
26일 일선 소방서에서 진행된 에어매트 전개 훈련을 부천 호텔 화재 상황과 비교해 보면 당시 인명 구조 과정에서의 문제점이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화재 다음 날인 23일 서울 지역 A 소방서는 에어매트 훈련 결과를 보고하며 주의사항의 하나로 ‘낙하 예상 지점 직접 전개 지양’을 적시했다. 에어매트를 펼치는 도중 구조 대상자가 섣불리 낙하할 우려가 있으니, 인근 지점에서 완전히 펼친 후 낙하 지점으로 이동시켜 설치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번 부천 화재에서 소방 당국은 호텔 앞에 에어매트를 설치했고, 투숙객 2명이 바로 낙하했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70∼80% 부푼 상황에서 (투숙객이) 매달려 있다가 낙하했다”고 밝혔다.
첫 번째로 뛰어내린 투숙객이 가장자리로 낙하하면서 에어매트가 뒤집혔고, 이 상태로 다른 투숙객이 곧장 뒤따라 낙하했다는 점도 인명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꼽힌다. 현장 소방대원이 낙하 위치와 시기를 불빛·확성기 등으로 지시해야 정확한 지점에 낙하할 수 있기 때문이다. A 소방서도 에어매트 전개 시 또 다른 주의사항으로 ‘요구조자 낙하 전 소방차량 확성기 등을 이용, 낙하 시기·방법·위치 지시 반드시 이행’을 적시했다. 서울 지역 B 소방서 역시 이번 화재로 긴급 에어매트 훈련을 진행하며 ‘구조대상자에게 탈출 자세 미고지 등 문제점 대책 마련’을 강조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번 화재에 사용된 에어매트는 2006년 지급된 제품으로, 제조사는 국내 업체지만 이미 폐업한 상태다. 또 에어매트 사용에 대한 통합 매뉴얼이 없어, 현장에서는 보유하고 있는 에어매트 제조사의 사용 설명서대로 훈련을 진행한다는 설명이다. 수도권의 11년차 구급대원 C 씨는 “표준작전절차라는 큰 틀에서의 가이드라인은 있지만, 제조사마다 사용법이 달라 큰 도움은 안 된다”며 “에어매트가 펼쳐진 뒤 소방의 통제에 따라 안전하게 착지해야 하는데 이번엔 그 부분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15년차 소방관 D 씨도 “이제야 통합 매뉴얼을 만들겠다는데,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며 “현장 혼란을 주지 않도록 사용법 통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표준 매뉴얼이 생기면 현장 대응력이 훨씬 높아질 것”이라며 “설치법뿐 아니라 구조 대상자에 대한 착지 안내 등이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기남부경찰청 부천 호텔 화재 수사본부는 호텔 업주 등 2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형사 입건하고 출국금지 조치했다고 이날 밝혔다. 경찰은 사망자 등을 상대로 온라인상에 모욕성 글을 올린 네티즌들에 대해서도 입건 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해당 게시글엔 ‘평일에 호텔을 이용했다’는 이유로 피해자들을 모욕 또는 성희롱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조재연·이승주·전수한·조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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