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미지급 부모 첫 실형 확정… 법조계 “엄벌 기조”

최근 피고인 10명 중 7명 실형
“법원, 양육자 자녀 고통에 집중”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부모에게 실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된 지 3년 6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실형 판결이 최종 확정됐다.

사법부가 양육비 미지급자 신상을 공개하는 등의 사적 제재 행위를 위법으로 보는 대신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에 대해서는 엄벌하겠다는 기조를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양육비 이행 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은 A 씨의 판결이 상고 취하로 지난 7월 최종 확정됐다. 해당 혐의로 기소된 사건 중 실형이 확정된 첫 사례다. A 씨는 10년 동안 두 자녀의 양육비 9000여만 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돼 지난 3월 1심 판결에서 징역 3개월을 선고받았다. 해당 판결은 양육비 미지급 혐의로 기소된 사건 중 첫 실형 선고였다. 이후 A 씨는 2심에서 원심보다 더 높은 형량인 징역 6개월을 선고받고 상고했으나 최종적으로 상고를 취하하면서 결국 실형이 확정됐다.

최근 법원은 양육비를 상습적으로 지급하지 않은 부모들에게 실형 선고를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추세다.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법원은 최근 5개월 동안 양육비 이행 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10명 중 7명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양육비 미지급 시 최대 징역 1년을 선고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된 2021년 이후 법원이 전체 사건 17건 중 7건에 대해 실형을 선고했는데, 모든 실형 선고가 지난 3월 이후 이뤄진 셈이다. 지난달 20일에는 15년 동안 두 아들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에게 법정 최고형인 징역 1년이 선고되기도 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음으로써 양육자와 자녀가 겪는 정신적, 물리적 고통을 법원이 점점 더 비중 있게 보고 있다”며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행위로 엄하게 처벌받을 수 있다는 사회적 메시지도 주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법원의 엄벌주의에 대한 반론도 있다.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받아야 할 돈을 받지 못해 고통받는 건 양육비 미지급 피해자만 있는 건 아니다”라며 “양육비를 미지급한 부모에게만 실형을 선고하는 건 형평성 차원에서 맞지 않은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실형 선고는 환영한다”면서도 “재판까지 가는 과정이 너무 힘들기 때문에 지급받지 못한 양육비를 정부기관으로부터 선지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현웅 기자 leeh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