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드업 대세 김동하, 국어교사 출신이 말아주는 ‘스탠드업 코미디’ “넷플릭스로 갈 겁니다!”[스경X인터뷰]
코미디언이 한 명 나와서 마이크만 잡고 하는 형식인 ‘스탠드업 코미디’. 이 스탠드업 코미디는 한눈에 봤을 때는 제약이 많아 보인다. 화려한 조명도 없고 음악도 없다. 코미디언이라면 필수라고 여겨지는 우스꽝스러운 분장이나 의상도 없다. 여러 가지 ‘조크’를 이어가는 형식이니 딱히 줄거리도 없다.
하지만 입으로 하는 말, ‘입담’의 관점에서 보면 스탠드업 코미디에는 제약이 없다. 스탠드업 코미디언은 모든 소재를 담을 수 있다. 욕설은 기본이다. 성적인 농담은 물론 정치, 사회, 종교, 문화 등 모든 담론을 담을 수 있다. 물론 공연장 안에서의 농담을 밖으로 가져가면 곤란하다. 오직 무대와 객석 안에서만 소비되기 위해, 그리고 웃음을 위해 스탠드업 코미디언은 무슨 말이든 할 수 있다.
코미디언 김동하는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대한민국 스탠드업 코미디씬이 배출한 스타 중 한 명이다. 그의 스탠드업 코미디 실력이 단연 최고라고 하기엔 애매하지만, 관객과의 호흡 그리고 그 대중성에서는 현재 그를 따라갈 사람은 없다. 그는 지난해 스탠드업 코미디언 최초로 전국투어를 돌았고, 혼자서 1000석 공연장을 채웠다.
지금 가장 ‘뜨거운’ 코미디언인 그를 제12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이하 부코페)이 열리고 있는 부산 해운대에서 만났다. 그는 마침 그날 부산 남구 대연동에 있는 한 코미디클럽 공연을 보러 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그의 실력만큼 씬(Scene)의 확장에도 관심이 많다.
“2019년부터 여섯 번째 부산을 찾습니다. 처음에는 알아보는 사람도 없었지만, 지난해부터 열기가 올라와서 이제는 부코페에서 매진되는 몇 안 되는 공연이 됐어요. 저는 주로 오프라인 기반으로 활동합니다. 메타코미디클럽 홍대, 서울코미디클럽 무대에 오르고 있고요.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한 시간짜리 단독쇼를 하기도 합니다.”
김동하의 저력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SNS’에 그의 이름을 쳐보면 알 수 있다. 그는 몇 년 전부터 꾸준히 공연영상을 올리고 있다. 이른바 ‘크라우드 워크(Crowd Work)’라 불리는 관객과의 호흡을 통해 그는 직설적이면서도 즉흥적이고 현란한 말솜씨를 선보인다.
“처음 스탠드업 장르를 할 때는 ‘10년을 하면 사람들이 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6년 만에 전국투어를 하게 됐어요. 저희가 소위 ‘매스미디어’의 힘을 빌린 건 아니니까, 자생적으로 올라온 힘을 생각하면 앞으로도 알아주는 코미디가 되겠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그냥 짜온 ‘조크’ 없이 관객과 대화하는 형식으로만 꾸린 공연을 생각할 정도로 김동하가 좌중을 휘어잡는 능력은 크다. 그는 ‘스탠드업 코미디’의 매력으로 솔직함을 꼽는다. 누구나 어떤 상황에서 하고 싶지만 내뱉지 못하는 말을 스탠드업 코미디언은 한다. 그래서 그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도 “속 시원하다” “사이다” “하고픈 말을 대신해 줘 고맙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평소 사석에서 대화할 때도 공연을 염두에 두고 대화하곤 해요. 도발도 해보고, 져주기도 하면서 분위기를 보는 거죠. 사실 대학교에 다니면서 레크리에이션 MC도 해보고 대중 앞에 서는 일을 많이 했거든요. 그 모든 순간이 지금 일의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동하의 독특한 이력이라면 국어교육을 전공한 교사 출신이라는 점이다. 국어교육학을 전공한 후 부산의 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국어를 가르쳤다. 하지만 그 전부터 코미디언이 꿈이긴 했다. 수업하면서도 좌중을 휘어잡는 일 자체에 흥미를 느꼈고, 더 늦기 전인 29살에 아예 교사를 그만두고 코미디언 전유성이 운영하는 청도 철가방극장에 들어갔다.
“물론 일자리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었어요. 그래도 청도 극장은 합숙을 했거든요. 처음에는 주중에는 수업, 주말에는 공연하다 아예 넘어와 버렸어요. 5년 정도를 청도에서 지냈는데, 조급함이 생기면 제가 왜 개그를 시작했는지에 대한 출발점을 생각하며 견뎠습니다.”
물론 공채 개그맨이 되기 위해 시험도 봤다. 하지만 연기보다는 혼자 마이크를 들고 말을 하는데 적합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결국 청도 극장이 문을 닫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다. 그 과정에서 서울의 코미디클럽에서 스탠드업 코미디를 만났고 “내가 하면 저것보단 잘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에 스탠드업 씬에 몸을 던졌다.
“물론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스탠드업? 그거 더럽고 야한 이야기 하면 되는 코미디 아니냐’고요. 하지만 모든 장르의 극이 그렇듯 모두 구조가 있고 정교한 형식이 있어요. 스탠드업 코미디는 일반 콩트보다는 반전이 더욱 극적입니다. 그리고 대사가 극히 짧아야 해요. 대사를 만들어놓고 사족을 없애고, 이른바 ‘펀치라인’이라는 웃기는 포인트를 강하게 배치해야 합니다.”
그의 꿈은 스탠드업으로 세계로 나아가는 일 그리고 김동하의 다양한 재능을 보여주는 일이다. 1차 목표는 넷플릭스에서 단독 쇼를 론칭해보는 일이다. 그를 위해서는 인지도나 유명세가 필요하다. 그래서 스탠드업 공연 말고도 티빙의 예능 ‘야구대표자’로 버라이어티에도 진출했다. 방송에 나갈 때는 스탠드업의 화법을 버리고 ‘선 안의 개그’를 지향한다.
“지금 우리나라 스탠드업씬에서 15분 정도를 탄탄하게 웃기는 코미디언이 10명에서 15명 정도 됩니다. 이 선수들이 50명만 된다면 더욱 단단해질 거 같아요. 그리고 티켓 판매력이 있는 아티스트가 2~3배로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더욱 많은 공연으로 많은 분들을 만나고 싶어요.”
서울을 비롯해 대도시를 중심으로 스탠드업을 주로 하는 클럽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는 후발주자들을 위해 무대에 대한 존중과 스탠드업 자체를 좋아하는 마음 등을 강조했다. 누구나 마음만 먹는다면 스탠드업을 할 수 있다. 김동하는 많은 이들의 도전을 응원했다.
“물론 불편하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직접 오셔서 보시면 매력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저희가 추구하는 방향은 메시지를 전하는 것보다는 모든 소재가 그저 웃음으로 가는 도구로 여겨지는 것입니다. 머리 비우고, 사석에서 낄낄대며 농담 따먹기 하는 웃음을 느끼고 싶으시다면, 지금 저희를 찾아오세요!”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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