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시세] "내 부하직원도 퇴준생?"… 입사 1년 후 내민 사직서

최진원 기자 2024. 8. 26.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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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편집자주]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남다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머니S는 Z세대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그들의 시각으로 취재한 기사로 꾸미는 코너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Z시세)을 마련했습니다.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퇴사와 취업준비생을 합친 의미의 퇴준생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 사진=이미지투데이
"평생직장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요? 취업해도 퇴사나 이직은 늘 가까이 있으니까 항상 준비해야죠."

서울 서대문구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유모씨(25·남)는 MZ세대의 잦은 퇴사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MZ세대에게 퇴사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평생 한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 극히 드문 MZ세대는 가슴 한켠에 항상 사표와 이력서를 품고 산다.

이 같은 MZ세대의 행보에 '퇴준생'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퇴준생은 퇴사와 취업준비를 조합한 신조어로 직장을 다니면서 동시에 퇴사를 계획하는 사람을 말한다.

퇴준생은 충동적으로 퇴사하지 않고 시간을 들여 퇴사를 준비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조건이 더 좋은 회사나 자아실현 등의 이유가 생기면 차근차근 준비단계를 밟아 망설임 없이 퇴사한다.


적은 급여·수직적 조직문화… MZ세대가 퇴사하는 이유


병원 응급실에서 이송기사로 일하는 김씨는 적은 급여와 수직적 조직문화를 퇴사의 원인으로 꼽았다. 사진은 김씨가 본업을 하며 돈을 모으기 위해 투잡을 뛰는 모습. /사진=최진원 기자
병원에서 이송기사로 일하는 김모씨(28)는 응급실에서 일하고 남은 시간에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오토바이 배달을 하는 등 퇴사를 준비하며 돈을 모아왔다.

김씨는 "급여가 적은 데다 조직문화를 따르는 것이 힘들다"며 "택배회사로 이직할 생각이었다. (택배는) 혼자 일하고 급여도 더 나을 것 같았다. 다시 병원 일을 할 생각은 없었다"고 퇴사를 준비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던 중 김씨는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했다. 김씨는 그동안 모은 돈을 모두 잃었고 4000만원가량의 빚이 생기고 말았다. 현재 김씨는 개인회생을 진행 중이다. 그는 "개인회생이 끝나는 3년 뒤에 이직하지 않을까 싶다"며 "퇴사하고 싶었지만 (사기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다니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김씨는 MZ세대가 자주 퇴사하는 이유로 낮은 대우를 꼽았다. 그는 "응급실에서 같이 일하는 간호사의 이직률도 높다"며 "과다한 업무량에 비해 급여가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MZ세대는 자신이 생각한 환경과 다르다 싶으면 퇴사한다"며 "MZ세대는 (직장에서) 버티는 것을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입사와 동시에 퇴사 준비… '비전을 위해'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어학연수를 하는 고씨는 입사 후 1년 안에 퇴사를 계획했고 실행에 옮겼다. 사진은 아일랜드에서 생활하는 고씨의 모습. /사진=고모씨 제공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1년째 어학연수 중인 고모씨(29)는 한국에 있을 때 종합광고대행사에서 광고기획자로 근무했다.

고씨는 대학교 3학년을 마친 2020년 휴학해 아일랜드로 어학연수를 떠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터지면서 어학연수가 무산됐다.

이후 고씨는 광고 공모전에 나가 포트폴리오를 쌓으며 치열하게 취업을 준비했다. 2년 간의 준비 끝에 2021년 광고대행사 입사에 성공했다. 고씨는 취업 후 예전부터 생각해온 어학연수 준비를 병행했다. 고씨는 취업을 준비할 때부터 1년 동안만 회사생활을 하고 자금을 마련해 어학연수를 떠날 계획을 세웠다.

고씨는 "운좋게 좋은 회사에 합격했고 퇴사 직후에도 (해외로) 떠나는 저를 붙잡듯이 좋은 기회가 많이 찾아왔다"며 "마음에 들었던 회사를 그만두기까지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3개월가량 남은 어학연수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 재취업하는 것과 미국에서 취업하는 문제로 고민 중이다. 그가 취업을 희망하는 곳은 광고대행사. 그는 그곳에서 3~4년 더 경력을 쌓은 이후 인하우스 광고담당자로 이직할 예정이다.

고씨는 "MZ세대 퇴사율이 높은 이유는 회사생활 만족도가 낮기 때문"이라며 "특히 한국에서 연봉을 높이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 이직인 이유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후를 위해 젊었을 때 고생하자'는 기성세대와 '당장 인생을 즐기자'는 MZ세대 간 마인드 차이도 한몫한다고 덧붙였다.


이탈하는 MZ세대… 관리자급 "새 직원 뽑기·재교육 힘들어"


관리자급 직원들은 MZ세대의 잦은 이직으로 인력 충원과 직원 교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MZ 직원의 이직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올라왔다. 팀장급으로 추정되는 A씨는 "새 직원 뽑기도 힘든 데다 새로 채용해도 교육을 다시 시켜야 하는데 교육하다 끝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직을 준비한다면 인사평가 시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난해 올라온 한 게시글에서 자신을 팀장급 직원이라고 소개한 B씨는 "우연히 팀원 중 한 사람이 구인·구직 사이트에 이력서를 업데이트한 사실을 알았다"며 "이미 회사에서 마음이 떠난 직원이고 언제든 나갈 수 있는 만큼 상대평가인 인사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누리꾼의 의견은 엇갈렸다. "회사에 다니면서 이직 생각을 안 하는 직원이 얼마나 있을까" "퇴사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멋대로 평가하는 것것은 문제가 있다" "인사평가는 과거를 기준으로 하는 것인데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일로 나쁘게 평가하는 건 부당하다" 등 B씨를 나무라는 의견이 많았다.

반면 B씨를 옹호하는 쪽은 "팀장 입장에서는 회사에 오래 다닐 가능성이 높은 직원이 더 소중하다" "이직을 준비한다는 사실을 들킨 이상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등의 논리를 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규모의 차이"라며 "(규모가) 큰 회사의 경우 떠날 사람이라도 정확하게 평가해 공정성을 확립하는 것이 좋고 작은 회사는 남을 직원을 챙겨야 직원 불만이 조금이라도 줄어든다"고 밝혔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5월 경제활동인구 조사 청년층 부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의 경제활동참가율은 50.3%다. 이들 중 졸업 후 첫 일자리 취업에 소요되는 기간은 11.5개월로 집계됐다.

청년층이 첫 직장에서 재직하는 기간은 평균 1년7개월이다. 이 가운데 65.7%는 첫 직장을 그만둔 것으로 확인됐다. 1년가량 준비해 어렵게 취직한 첫 직장을 채 2년도 다니지 않고 그만둔 셈이다.

취업 경험과 횟수를 살펴봐도 청년층의 이직은 심각하다. 조사자의 58.8%가 이미 두 번 이상 취직한 경험이 있고 그중에서도 15.7%는 네 번이나 이직을 경험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15일 사람인 HR연구소의 'HR 매거진'과 인터뷰한 중소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요즘 우리같은 중소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후 징검다리 삼아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부쩍 늘어났다"며 "대기업처럼 급여와 복지를 늘리기 힘든 상황인데 어렵게 뽑은 젊은 인재들이 눈에 띄게 줄어가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최진원 기자 chjo063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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