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떠도는 ‘의사 블랙 리스트’… 추적·삭제 못하게 ‘디지털 박제’

전수한 기자 2024. 8. 26.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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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 등 의사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은 전임의 등을 '감사한 의사'라고 조롱하며 소위 '블랙리스트'를 공개한 게시글이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추적이 어렵고 삭제가 불가능한 사이트에 재등장했다.

이 글 작성자는 앞서 수사 대상이었던 복귀 전공의·의대생 명단까지 복구하며 수백여 명의 의사 개인정보가 담긴 블랙리스트를 '디지털 박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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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카이브로 명단 게시
복귀 전공의·의대생까지 포함
경찰, 게시물 작성자 추적 중
복직의들의 제보를 받고 있는 ‘감사한 의사 명단’. 아카이브 캡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 등 의사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은 전임의 등을 ‘감사한 의사’라고 조롱하며 소위 ‘블랙리스트’를 공개한 게시글이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추적이 어렵고 삭제가 불가능한 사이트에 재등장했다. 이 글 작성자는 앞서 수사 대상이었던 복귀 전공의·의대생 명단까지 복구하며 수백여 명의 의사 개인정보가 담긴 블랙리스트를 ‘디지털 박제’하고 있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집단사직에 참여하지 않은 전임의 등의 실명과 소속 병원 등을 나열한 ‘감사한 의사 명단’ 게시글이 한 아카이브 사이트로 둥지를 옮겼다. 아카이브 사이트란 게시글의 내용을 데이터로 보존하는 곳으로, 사이트 서버나 운영방침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자체적 링크를 생성할 수 있다. 앞서 이 글 작성자는 해외 해커들이 사용하는 파일 공유 사이트 등을 옮겨가며 블랙리스트를 업로드해왔지만, 최근 신고 등으로 게시글이 내려가자 영구 박제에 나선 것이다.

해당 리스트는 현장에 복귀한 전임의들을 중심으로 작성돼 지난 9일 등장했다. 가장 최근 버전인 20일자에는 복귀 전공의·의대생들의 개인정보를 공개해 유포자들이 검찰에 넘겨진 기존 ‘참의사 리스트’의 복구까지 시도하고 있다. 또 ‘명예의 전당’이라면서 환자들의 피해와 의사들의 현장 복귀를 호소해온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 의료 개혁 필요성에 대해 기사를 써온 기자 등의 명단을 올리기도 했다. 전임의 800여 명, 전공의·의대생 100여 명 등을 포함해 명단에 등장한 인물만 1000여 명에 이른다.

복직의들에게 다시 병원을 나오라는 협박조의 공지. 아카이브 캡처

작성자는 명단에 포함된 의사들을 향해 “다른 의사 50명을 제보하면 그 대가로 이름을 내려주겠다”며 거래를 제안하기도 했다. 또 “지금 (리스트에서) 안 빠지면 영원히 남습니다. 30년 뒤에도 이 리스트가 남아 있을 것입니다”라며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작성자의 업무방해·개인정보법 위반 혐의가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은 해외 공조를 통해 작성자를 추적하고 있다.

전수한 기자 hanih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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