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룟값 떨어졌는데… 치킨의 '겁없는' 가격 인상과 대체재 경제학
삼계탕 한그릇 2만원 시대 열려
업주 “원재료 가격 인상 때문”
가격 오른 원재료도 있지만
주재료 ‘생닭’ 가격 내려앉아
치킨 가격 상승세 더 가파른데
그 중심에 프랜차이즈 업체 있어
대체재 없는 음식의 인플레이션
삼계탕 한그릇 가격이 1만5000원을 훌쩍 넘어섰다. 서울 시내 유명 삼계탕집의 한그릇 값은 2만원대로 올라섰다. 삼계탕만이 아니다. 치킨 가격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삼계탕이든 치킨이든 주 원재료 가격은 하락했단 점이다. '대체재'가 없어서 맘놓고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는 걸까. 더스쿠프가 닭 관련 제품의 가격을 '대체재 경제학'을 통해 살펴봤다.
더위가 식을 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삼계탕 한 그릇으로 몸보신하는 것도 부담스러운 시절이다. 삼계탕 가격이 올라도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시내 삼계탕 평균 가격(1만6885원)은 1만7000원에 육박했다.
지난해 같은 달(1만6423원)과 비교하면 1년 새 3%가량 올랐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서울 시내 유명 삼계탕집의 한그릇 가격은 2만원대로 올라섰다. 일례로, 서울 종로구 유명 삼계탕 집 토속촌의 기본 삼계탕 가격은 2만원인데, 여기에 산삼 등 보양재료를 추가하면 값이 가파르게 올라간다. 삼계탕집 업주들은 "주재료 가격과 인건비가 올라서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업주들의 말처럼 삼계탕 일부 원재료 가격이 오른 건 사실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7일 기준 찹쌀(중도매ㆍ40㎏ 기준) 가격은 11만5200원으로, 전년(10만733원) 대비 14.4% 올랐다.
인삼 가격 역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충남 금산군 인삼가격정보를 보면, 가장 최근 자료인 7월 22일 기준 수삼 가격은 10뿌리당 3만4000원으로 전년(2만8000원) 대비 25.0% 올랐다.
그런데 정작 주된 원재료인 생닭 가격은 큰폭으로 하락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7월 닭 유통가격(도매)은 3229원으로 전년 동월(4098원) 대비 21.2% 떨어졌다. 삼계탕 집이 가격을 올린 게 '원재룟값' 때문만은 아니란 얘기다.
그렇다면 치킨은 어떨까. 공교롭게도 치킨가격은 삼계탕보다 더 올랐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7월 소비자물가지수 조사 항목 중 삼계탕은 119.89로 1년 전(117.66)보다 1.9% 올랐지만, 치킨은 같은 기간 119.19에서 125.34로 5.2% 상승했다. 여기에는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지난해부터 가격을 끌어올린 게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교촌치킨(교촌에프앤비)은 지난해 4월 오리지날(간장) 가격을 1만6000원에서 1만9000원으로 18.8% 인상했다. 허니콤보와 레드오리지날도 각각 15.0%, 17.6% 올렸다. 연말에는 bhc(비에이치씨)가 85개 제품의 가격을 최대 3000원까지 올렸다. 올 6월엔 BBQ(제너시스BBQ)가 제품 100개(치킨 84개ㆍ사이드 26개) 중 황금올리브 계열 제품 23개 가격을 올렸다. 전제 제품의 평균 인상률은 6.3%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생닭뿐만 아니라 밀가루 같은 원재료 가격이 치솟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치솟았던 밀가루 가격은 안정세에 접어든 지 오래다.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소맥 선물 가격은 2022년 8월 22일 788.25센트(1부셸당)까지 치솟았지만 지난해 8월 21일 625.50센트로 하락했다. 현재(20일 기준)는 이보다 11.0% 더 떨어진 556.50센트 선에 머물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들이 줄줄이 가격을 끌어올린 배경엔 '탐욕'이 깔려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를 입증하듯, 프랜차이즈 치킨 업체들의 가격 인상은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치킨 프랜차이즈 1위 bhc는 전년 대비 5.5% 늘어난 매출 5356억원을 기록했다. BBQ의 매출 역시 같은 기간 13.0% 증가한 4732억원을 찍었다.
카타르 아시안컵(1~2월), 파리올림픽(7~8월) 등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가 열린 올해엔 매출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더구나 원재료 하락 국면에서 제품 가격을 인상해 영업이익도 증가할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삼계탕ㆍ치킨 등 유독 '닭 관련 제품'은 가격 인상을 하든 말든 소비자들이 줄지 않는 걸까. 전문가들은 '대체재가 없다'는 데서 그 이유를 찾는다. 서용구 숙명여대(경영학)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톱3는 이미 고정돼 있다. 대체재가 없는 소비자로선 가격이 오르더라도 지속적으로 구매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선두주자가 가격을 올리면 후발주자가 따라가는 식으로 가격 인상이 이어지는 거다. 명백한 '프랜차인플레이션(프랜차이즈+인플레이션)이다."
김하나 더스쿠프 기자
nayaa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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