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폐형 캔뚜껑 5년내 90억개 생산”

2024. 8. 26.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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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이그니스 대표 인터뷰
‘여닫는 캔뚜껑’ 대량양산 세계유일
세계적 음료·주류社등 수요폭발에
엑솔루션 독일공장 설비증설 한창
400억 자금확보, 내년 상장 예정
박찬호 이그니스 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성동구 이그니스 사무실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독일 뮌헨 시내에 있는 대규모 산업단지 ‘바이마르 스트라세’. 한쪽에서 ‘개폐형 캔뚜껑’ 제조업체 엑솔루션의 생산공장 구축 작업이 한창이다.

기존 체코와 독일 브레멘에 나뉘어 있던 생산공장을 본사가 있는 뮌헨 지역으로 통폐합하는 프로젝트다. 인력 수급이나 물류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다. 특히 생산 규모는 전보다 7배 커졌다.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는 인물은 독일이 아닌 한국 스타트업의 수장이다. 단백질 식품 ‘랩노쉬’로 알려진 이그니스(EGNIS)의 박찬호 대표다.

이그니스는 ‘브랜드 디벨로퍼’를 표방하는 스타트업이다. 다양한 품목에서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엑솔루션의 밀어서 열고 닫을 수 있는 캔뚜껑 제품 이미지 [이그니스 제공]

현재 주력 분야는 식품이다. ‘랩노쉬’로 대표되는 단백질 기능성 식품을 비롯해 닭가슴살(한끼통살), 음료(클룹)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는 건강기능식품(닥터랩노쉬)과 뷰티(브레이)까지 분야를 확장했다. 작년에는 엑솔루션을 인수하며 B2B(기업 간 거래) 사업으로 보폭을 넓혔다,

지난 21일 성동구 이그니스 본사에서 만난 박 대표의 눈은 빛났다. 브랜드 디벨로퍼로 ‘제2의 P&G’ ‘제2의 네슬레’를 지향한다는 발언에서 이그니스의 비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신감의 중심에는 엑솔루션이 있다. 기존 B2C(소비재) 위주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생각하면 뜬금없는 인수였다. 박 대표는 엑솔루션의 성장 가능성을 봤다. 엑솔루션은 캔 음료를 여닫는 뚜껑을 만든다. 플라스틱 용기처럼 오래 보관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개폐형 캔뚜껑을 대량으로 양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곳은 엑솔루션이 유일하다.

이달 초 독일 뮌헨 본사에 출장을 다녀온 박 대표는 “개폐형 캔뚜껑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아주 많아 공장을 확장하고 있다”며 “지난해 엑솔루 션을 인수할 당시 생산 규모는 연산 1억2000만개였는데, 올해 8억개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간 매출액 기준 600억~700억원 규모다.

5년 뒤인 2029년까지 연산 80억~90억개의 생산 규모로 키우는 것이 목표다.

박 대표는 국내외 지역에서 생산 설비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

폭발적인 수요에 비해 공급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박 대표는 “전 세계에서 연간 판매되는 음료가 3000억개에 달하며, 캔뚜껑 시장만 몇십조에 달한다”라며 “엑솔루션의 개폐형 캔뚜껑이 새로운 표준이 되기 위해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엑솔루션의 개폐형 캔뚜껑은 주류 시장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세계 최대 와인 판매업체 이앤제이갤로를 비롯해 세계 최대 맥주 제조사 AB인베브도 엑솔루션 제품을 택했다. 박 대표는 “현재 엑솔루션 제품 판매의 80%가 미국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앞으로 새 캔뚜껑 표준을 만들기 위해서 일반 음료 시장을 장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미 유럽과 미국, 일본 등 유수의 음료 제조사들로부터 “물량을 늘려달라”는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박 대표는 “지금 3세대 캔뚜껑이 자리를 잡을 수 있던 건 펩시와 코카콜라를 잡았기 때문”이라며 “두 업체에 공급하기 위해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

박 대표는 이그니스의 주력 사업이자 정체성이기도 한 식품군과 건기식·뷰티 상품에 대해서도 꾸준한 성장을 자신했다. 그 바탕에는 주류를 따라가는 것이 아닌, 이그니스 제품을 시작으로 새로운 흐름을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는 “식품군의 경우 일정 궤도에 오르는 게 어렵지만, 일단 오르고 나면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다”면서 “다만 그 이후에는 성장성이나 수익성이 약한 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와 달리 뷰티나 건기식은 안정성이 떨어지지만, 성장성이나 수익성 면에서 좋다”고 덧붙였다.

두 포트폴리오를 적절히 조합해 안정성과 성장성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 엿보였다.

지난해 이그니스는 식품군에서만 948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올해는 새로 출범한 건기식·뷰티의 성장세에 힘입어 2300억원이 넘는 매출액과 15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뷰티와 건기식은 해외 비중이 높다. 그만큼 잠재력도 크다. 그는 “브레이는 국내에 선보이는 동시에 일본, 미국, 동남아, 중동 등 해외에서도 출시했다”며 “출시한 지 얼마 안 됐지만, 최근 K-뷰티 열풍에 힘입어 수요가 급증했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연이은 성과의 비결을 경쟁력 있는 마케팅과 아이디어라고 소개했다.

그는 “퍼포먼스 마케팅에 강점이 있는데, 우리가 직접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차별점”이라며 “콘텐츠를 직접 기획·제작·광고하고, 분석을 거쳐 CRM(고객관계 관리)까지 하는 전 과정을 모두 내부에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유행을 좇지 않는 것도 성공 비결이다. 박 대표는 “치열한 소비재 시장에서 대기업이나 다른 회사가 하는 제품을 따라 하면 절대 이길 수 없다”며 “우리가 먼저 제품을 선보이고 대기업이 따라오는 것을 지향한다”고 강조했다.

투자자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지난해 9월 348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고, 올해도 브릿지를 통해 14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달에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예비 유니콘에 선정되며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최대 200억원의 특별보증을 지원받았다. 그는 “올해 총 4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그니스는 이르면 내년을 목표로 상장(IPO)을 준비 중이다. 올해 초 주관사로 하나증권을 선정했다. 박 대표는 “내년 하반기를 상장 목표 시점으로 잡았다”며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내년 상황을 보고 2026년 상반기에 하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김벼리 기자

kimsta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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