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도 김현수 나성범 나온다. '달의 매직', 가을야구 가든 못가든, 한화야구는 이미 달라졌다

정현석 2024. 8. 2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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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두산전. 한화가 3대1로 승리하며 무려 19년 만에 두산과의 3연전을 싹쓸이 했다. 김경문 감독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4.8.25/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베테랑 사령탑인 한화 이글스 김경문 감독은 팀 빌딩에 탁월한 지도자다.

선수 능력치를 꿰뚫어 보는 안목과 잠재력이 만개할 때까지 기회를 주는 뚝심으로 팀의 중심을 잡아줄 선수를 키운다.

어느 정도 성과가 난다고 나태해질 수도 없다.

그렇게 큰 선수를 방치하지도 않는다. 또 다른 선수를 발굴해 끊임 없는 경쟁 구도로 긴장감을 유지한다.

강력한 카리스마는 선수단이 흐트러지는 걸 막는 안전 장치다.

경기장 안팎에서 팀워크를 해치는 행동에 대해서는 가차 없다. 원칙에서 벗어나는 행동, 이기적인 플레이 등은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한화-두산전을 앞두고 한화 김경문 감독이 두산 선수단과 인사했다. 양의지와 인사하는 김 감독.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4.6.11/
두산 시절 김경문 감독과 김현수. 스포츠조선DB

김경문 감독이 거쳐간 두 팀에서 성장한 선수들이 수두룩 하다.

두산 베어스 사령탑 시절에는 신고선수 김현수를 비롯, 손시헌 이종욱 고영민 최준석 임재철 이원석 오재원 등이 폭풍 성장해 팀의 중심을 잡았다.

2차 8라운더 예비역 포수 양의지를 2010년 부터 뚝심 있게 기용해 리그 최고의 포수로 발돋움 하게 한 것도 김경문 감독이었다. 마운드에서는 이재우 고창성 등을 발굴하며 강력한 불펜을 만들었다.

골든글러브 포수 홍성흔의 지명타자 전향을 권한 장본인도 김경문 감독이었다. 남다른 타격 재능을 알아본 김 감독은 "타자에 전념하면 더 큰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FA를 앞둔 홍성흔은 처음에 이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스프링캠프를 불참하고 배재고에서 개인훈련을 하며 시즌을 준비하는 강대강으로 맞섰다. 하지만 2008년 시즌, 홍성흔은 결국 스스로 포수를 포기하고 지명타자로 전향했다.

김 감독의 예언은 현실이 됐다. 줄곧 2할대에 머물던 홍성흔은 지명타자 전향 후 3할을 훌쩍 넘는 장타력까지 갖춘 리그 최고타자로 발돋움 했다. 방망이 하나로 롯데로 FA 이적했고, 4년 연속 지명타자로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뒤 또 한번의 FA 계약을 통해 두산으로 금의환향 했다.

NC 시절 김경문 감독과 나성범. 스포츠조선DB

신생팀 NC 다이노스 사령탑 시절에는 150㎞를 뿌리는 대형유망주 좌완 투수 나성범의 과감한 타자 전향을 권한 장본인이 김경문 감독이었다. 나성범의 타자 전향은 엄청난 성공으로 이어졌다.

이밖에도 권희동, 김성욱, 김준완, 이민호, 임정호 등 젊은 선수들을 팀의 주축 선수로 키워냈다. 삼성 시절 단 1도루에 그쳤던 김종호의 주루 능력을 알아보고 50도루의 도루왕을 만든 장본인도 김경문 감독이었다. 모창민, 지석훈, 이재학, 원종현, 임창민, 김진성, 최금강 등이 김경문 체제 하에서 성장한 선수들이다.

이러한 빌딩 능력으로 김경문 감독이 거쳐간 팀들은 모두 최강팀으로 올라섰다.

두산 베어스는 김 감독 시절 리그 최강팀이었다.

2003년 시즌 종료 후 두산 베어스 감독으로 선임된 김 감독은 2011년까지 8시즌을 보내면서 6차례 포스트시즌을 이끌었다. 이 중 3차례가 한국시리즈 진출이었다. 김경문 감독 이후 두산이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황금기를 보낼 수 있었던 기초가 바로 이때 세워졌다.

신생팀 NC 다이노스도 마찬가지. 무에서 유를 창조하며 꼴찌 전력의 신생팀을 한국시리즈까지 진출시켰다. 역시 김경문 감독 이후 NC가 창단 첫 통합 챔피언에 오를 수 있었던 데에는 김 감독의 단단한 기초 공사를 무시할 수 없다. 2011년부터는 NC 초대 사령탑으로 선임됐던 김 감독은 2018년 중반까지 6시즌 중 4차례 가을야구를 경험했다.

선수의 미래를 보는 안목이 탁월하고, 결정하면 믿음 속에 뚝심 있게 키워내는 일관성이 있다. 합리적 카리스마로 모래알 같은 팀을 조직력 있는 야구단으로 변모시키는 것도 김 감독 특유의 능력이다.

24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두산의 경기, 한화가 연장 승부 끝 7대6으로 승리하며 2연승을 달렸다. 김경문 감독과 기쁨을 나누는 이상규의 모습.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4.08.24/
경기 종료 후 김경문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는 장진혁.

6년 만에 현장으로 돌아온 김경문 감독은 "야구계를 위한 마지막 헌신"이란 마음으로 자신의 집약된 노하우를 이글스에 쏟아붓고 있다. 시즌 중인데다 짧은 기간이었음에도 한화 야구는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기초 전력이 강하다 할 수 없지만 탁월한 선수 보는 안목으로 김서현 장진혁 박상원 김인환 이상규 등 방황하던 젊은 선수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며 단단한 팀을 만들어 가고 있다.

한화는 지난 25일 19년 만에 두산 3연전을 스윕하며 5위 KT 위즈에 1게임 차로 따라붙었다. 신기루 같던 가을야구가 성큼 눈 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김경문 감독은 올시즌 후 가을 마무리 훈련과 내년 겨울 스프링캠프의 본격적인 경쟁구도 속 지속가능한 강팀 만들기에 나설 예정이다. 팀 리더 류현진이 강조하는 "수비는 실책, 투수는 볼넷 줄이기" 프로젝트가 강도높은 훈련을 통해 현실화 될 것이다. 시즌 중 부임하고도 이 정도 성과를 내고 있는데 캠프를 거치면 과연 어떻게 달라질 지 새 구장 입성을 앞둔 한화팬들의 기대가 커질 수 밖에 없다.

무더위 속에서도 홈구장 매진행렬, 원정팀 관중 동원 1위가 바로 한화인 이유다.

지는 경기를 하도 많이 봐서 '보살팬'으로 불리는 한화 찐팬들에게 행복한 꿈을 꿀 수 있도록 해주고 있는 마법의 사령탑. 가을야구를 가든 못 가든 '김경문 매직'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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