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헌법불합치 결정 후 축소, 미국은 폐지, 한국은?[세금은 죄가 없다③]
1997년 도입된 한국의 가업상속공제는 독일 제도를 본따 만들었다. 정작 독일은 2014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고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축소했다. 미국은 2013년 이 제도를 폐지했다. 한국은 거꾸로 확대하고 있다.
독일 헌재는 2014년 가업상속공제 제도가 조세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고 헌법 불합치를 결정했다. 당시 독일 헌재는 “가업상속공제는 상속권 보호가 아니라 기업의 영속성과 일자리 보장이라는 공익목적”을 위한 제도라며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가업상속공제가 기업 존속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사회적 이익에 부합할 때만 합헌이라는 것이다.
헌재는 또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에까지 타당성 심사도 없이 상속세를 공제한다면 헌법상 비례원칙에 위배된다”고 했다. 조세 부담 능력이 있는 대기업에게도 중소기업과 같은 혜택을 줘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독일 의회는 헌재 결정 이후인 2016년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대폭 축소하는 후속입법을 마련했다. 먼저 자산총액이 2600만유로(386억원)를 넘는 대규모 기업의 가업상속공제를 심사제도로 전환했다. 상속인이 상속세를 낼 능력이 없고, 상속세를 내려면 가업 자산의 50% 이상을 처분해야 한다고 과세당국에 증명해야만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부여하도록 했다. 한국에서는 과세당국이 상속인의 세 부담 능력을 심사하지 않고, 상속인이 상속세를 낼 능력이 없다고 입증하지 않아도 되는 것과 대비된다.
독일은 상속인이 물려받은 가업 자산 전체를 공제해주지 않는다. 가업자산 중에서도 비사업용 자산을 공제 대상에서 제외한다.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독일은 비사업용 자산 범위를 미술품 등 수집품, 화폐, 귀금속, 빈티지 자동차, 요트 등 사적 목적으로 이용되는 자산으로 확대했다.
반면 한국은 가업상속공제로 인정해주는 가업자산 범위를 점점 넓혀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임직원 임대주택용 부동산과 기업이 임직원에게 빌려준 학자금·주택자금은 가업상속공제 대상에 포함하도록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독일은 또 상속인의 고용유지 의무를 확대했다. 독일 헌재는 20인 미만을 고용한 영세 사업체의 고용 유지 의무(급여총액 기준)를 면제해준 기존 법 조항에 시정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독일은 영세 사업체를 포함한 모든 기업에 사후관리 기간 5~7년간 가업의 임금 총액을 상속받았을 당시의 250~700%로 유지해야 공제 혜택을 유지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강화했다.
미국에서는 오바마 정부 때인 2013년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폐지했다. 가업상속공제를 폐지하기 전까지 미국의 공제 한도는 67만5000달러(약 9억원) 정도였다.
일본은 비상장 중소기업만 가업상속공제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한다. 상장회사의 상속인은 보유지분을 팔아서 상속세를 낼 능력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본의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상속세를 감면해주는 방식이 아니라 납세를 유예해주는 방식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중견기업 상장회사도 가업상속공제를 신청할 수 있다. 한국은 상속세를 영구 감면하거나 면제해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https://www.khan.co.kr/economy/economy-general/article/202408201355001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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