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정의 차이나 라이브 | 中 냉장 파스타 1위 풀무원 중국 공장 가보니] 파스타로 중국 소비자 입맛 꽉 잡아… 다음 무기는 ‘두부바’
7월 23일 중국 베이징 핑구구에 있는 풀무원 중국 법인 ‘푸메이둬(圃美多)’ 공장. 온몸을 꽁꽁 감싸고 수차례 소독한 끝에 들어선 1공장에서는 냉장 보관용 파스타 생산이 한창이었다. 이 제품은 전자레인지에 면과 소스를 2분만 데우면 완성되는 간편식이다. 알덴테(가운데 심이 살짝 남아있는 식감) 정도로 삶아진 면은 정량대로 봉투에 담긴 뒤, 유통기한 확보를 위해 산(酸) 처리를 거쳐 밀봉까지 빠르게 마쳤다.
하지만 최종 포장까지는 한 단계를 더 거쳐야 했다. 89도의 뜨거운 물에 담그는 살균과 급속 냉각 과정이다. 김용주 공장장은 “뜨거운 물로 미생물을 억제한 뒤 빠르게 식히면 보존 기한이 늘어난다. 우리 파스타 유통기한이 냉장 제품은 3개월, 상온 제품은 9개월까지 가능한 비결”이라며 “(중국 파스타 생산 기업 중) 이만큼 설비를 갖춘 곳이 없어 매주 최소 두 팀씩 참관을 올 정도”라고 했다.
2015년 중국 시장에서 최초로 간편식 파스타를 개발해 출시한 풀무원이 점유율 1위 굳히기에 들어갔다. 지난해는 중국 내수 부진으로 다소 주춤했지만, 올해는 첨단 설비· 기술을 앞세워 공격적으로 제품군을 확대하고 실적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7월부터는 단백질 간편식 ‘두부바’를 출시하는 등 파스타 다음 타자 발굴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를 통해 2025년 매출액 10억위안(약 1904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올해 파스타 매출 전년 比 22% 성장 전망
풀무원은 2010년 중국 식품 시장에 진출해 업계 후발 주자로 꼽히지만, 지금은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기업 중 하나다. 풀무원은 현재 44종의 간편식 파스타를 생산하고 있는데, 이 제품은 중국 최대 회원제 창고형 마트인 샘스클럽,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신선 식품 전문 슈퍼마켓 허마셴성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소비재(B2C) 냉장 파스타 시장에서 풀무원의 시장점유율은 70%로 1위다.
시장점유율이 쭉쭉 오르는 만큼 관련 매출도 고속 성장했다. 2016년 출시 첫해 1035만위안(약 20억원)에 불과했던 파스타 매출은 2019년 1억위안(약 19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2020년 2억위안(약 380억원), 2021년 3억위안(약 571억원) 등 매년 앞 자릿수를 갈아치웠다. 2022년 3억5468만위안(약 675억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는 중국 경기 부진 등으로 인해 매출이 2억7550만위안(약 525억원)으로 축소됐지만, 올해는 이보다 22% 늘어난 3억3555만위안(약 639억원)까지 회복할 것이라는 게 풀무원의 전망이다. 중국 사업에서 파스타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 역시 2016년 8%에서 올해 45%까지 늘어나게 된다.
시장 확대를 위한 생산능력도 준비돼 있다. 이날 본 풀무원 베이징 공장은 시간당 1만4000식(食)의 면을 삶을 수 있는 열탕 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100% 가동 시 연간 2000억원의 매출이 가능한 수준이다. 2022년 베이징 2공장을 준공할 때 생산 시설을 재배치해 연간 생산능력을 두 배 이상 끌어올린 덕이다. 면과 함께 들어가는 소스 역시 네 개 라인에 걸쳐 시간당 1만6000식씩 생산할 수 있다. 박태준 풀무원 영업본부장은 “2016년부터 올해 6월까지 여기서 생산된 파스타만 1억4600만식에 달한다”라고 설명했다.
빠르게 많이 생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타제품 대비 긴 유통기한 등 품질 경쟁력을 위한 설비와 기술을 갖췄다는 게 풀무원 측 설명이다. 실제 풀무원은 2022년 중국 정부로부터 ‘고신(高新) 기술 기업’ 인증을 받아 첨단 기술 기업임을 인정받았다. 이 인증은 취득 후 3년간 총 15개의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해야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법인세 10% 감면 혜택도 주어진다.
김 공장장은 “식품 기업 중 첨단 기술 기업 인증을 받은 곳은 거의 없다”며 “설비는 사실 자금력만 있으면 누구나 갖출 수 있다. 같은 설비를 어떻게 운용하는지에 따라 결과물이 크게 달라지고, 그게 핵심 기술”이라고 했다.
첨단 기술로 제품군 확대⋯ 두부바도 출시
풀무원은 2025년까지 중국 시장에서 10억위안(약 1904억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매출(6억7000만위안· 약 1280억원)에서 50% 가까이 늘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첨단 설비와 기술을 토대로 올해 파스타 제품군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당장 올해 상반기에 냉장 보관이 필요 없는 상온 파스타가 출시됐다. 여기에 지금은 길고 동그란 면인 스파게티 제품만 보유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스파게티를 꽉 누른 납작한 면인 링귀네와 만두 모양의 라비올리, 국물 있는 파스타도 출시하기로 했다. 김 공장장은 “신제품들은 모두 테스트가 끝났고, 바이어와 협의 단계”라며 “조만간 출시될 것”이라고 했다.
파스타의 뒤를 이을 다음 타자도 준비돼 있다. 먼저 단백질 간편식 두부바다. 두부바는 핫바, 소시지바처럼 얇고 긴 사각형 두부에 다양한 양념을 가미한 음식이다. 풀무원 일본 법인 아사히코에서 가장 먼저 출시한 두부바는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일본 내 누적 판매량 7000만 개를 돌파했다. 일본에서 식사 대용, 운동 후 단백질 섭취, 안주 등으로 남녀노소가 즐기는 편의점 건강 간식으로 자리매김했다.
두부바 출시에 힘입어 풀무원의 중국 내 두 제품 매출도 급상승할지 주목된다. 풀무원은 포장 두부, 포두부, 두유 등 다양한 두부 제품도 베이징 2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데, 올해 매출 전망치는 1억2633만위안(약 241억원)으로 아직 파스타의 3분의 1가량에 불과하다.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7% 수준이다.
박 본부장은 “7월 2일부터 베이징을 비롯한 화북 지역 세븐일레븐 편의점 330곳에 두부바가 입점했다”라며 “바이어는 물론 소비자에게도 반응이 좋아 매장당 일 판매량을 현재 0.6개에서 10월 국경절 연휴 전까지 0.8개까지 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 공장장 역시 “지금은 두부바를 시간당 3000개 생산할 수 있지만, 향후 빈 곳을 모두 두부바 관련 설비로 채우는 등 대폭 확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8월 말부터는 최근 미국에서 품절 대란을 일으킨 ‘냉동 김밥’도 들여와 현지 판매를 시도하기로 했다. 냉동 김밥은 미국 식료품점 체인 트레이더조에서 판매량 250만t, 김밥 100만 줄에 해당하는 양이 2주 만에 완판돼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중국에도 김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재료 등에서 현지 생산 제품과 차이가 있는 만큼 시장 반응을 살펴보고 추후 판매 확대 여부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박 본부장은 “중국에서 푸메이둬가 젊은 이미지의 식품 기업이라는 인식이 형성돼 있다는 점은 향후 현지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기대하게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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