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중국과 갈등 커지는데 대만 주택 가격 급등하는 이유

김효선 기자 2024. 8. 26. 11: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대만 사이의 긴장감이 커지는 가운데, 대만의 주택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중국의 침공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도 대만 전체에 퍼진 FOMO(Fear of Missing Out·포모) 현상이 주택 가격을 끌어올린다는 분석이다. 포모는 자신만 뒤처지거나 소외되는 것 같은 두려움을 가지는 증상을 말한다.

대만 신주 공군 기지 뒤에 주택 단지가 보인다. 최근 대만의 주택 가격이 고공 행진하는 가운데, 신주 지역의 주택 수요는 특히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

최근 들어 대만의 주택 시장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는 대만 내무부 자료를 인용해 타이베이의 주택 매매 중위가격은 중위 가구 소득의 16.1배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싱가포르(3.8배), 뉴욕(7.1배)과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 중위가격은 ‘중앙가격’이라고도 하며 주택 매매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앙에 위치하는 가격을 의미한다. 중위가격은 중앙에 분포한 가격만 따지기 때문에 일반적인 주택 가격의 흐름을 보기에 적합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대만의 주택 가격은 10년 만에 가장 강력한 분기별 성장을 기록한 이후, 지난 3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만 정부가 처음 주택을 구매하는 사람들에게 장기 대출과 저금리 혜택을 제공하면서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5월 기준 대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19%로, 싱가포르의 2.9%, 홍콩의 4.1%에 비해 낮다. 또한 중국과의 정치적 불안정성에도 불구하고 많은 대만인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부동산을 안전한 투자처로 보면서 주택 구매를 서두르는데, 이는 포모 현상으로 이어져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수십 대의 중국 전투기가 대만 근처를 비행하며 긴장이 극대화됐던 지난 6월, 타이베이에 위치한 한 주택 앞에는 30명의 사람이 모였다. 매물로 나온 100만 달러(약 13억원)의 집을 보기 위해서였는데, 첫 번째로 집을 본 사람이 10분 만에 구매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매물을 중개한 부동산 담당자는 블룸버그에 “15년 동안 부동산 일을 하면서 이런 수요는 본 적 없다”라고 말했다. 대만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다는 비비안시는 “물론 전쟁에 대해 걱정하지만 내 우선순위는 자녀에게 더 나은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지금 사지 않으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최근에 2400만 대만달러(약 10억원) 짜리 아파트를 샀다”라고 말했다.

특히 대만 주식 시장에서 기술주가 상승세를 타면서 대만의 반도체회사 TSMC의 본사가 있는 신주 지역의 수요가 더 급증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블룸버그는 “대만 정부는 단기 주택 매매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등의 조치로 투기를 억제하려 했지만, 오히려 공급이 줄어들어 가격이 더 상승하는 역효과가 발생했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중국과 대만 간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대만을 홍콩·마카오와 마찬가지로 특별행정구로 여기고 있다. 중국은 주권이 미치는 지역 안에서 두 가지 정치체제를 조건부로 공존하도록 하자는 일국양제 통일 방안을 추진 중인데, 대만의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정부는 이를 강하게 거부하고 있다. 특히 민진당 차이잉원 총통이 2016년부터 8년 동안 연임한 데 이어 같은 당 라이칭더 총통이 지난 5월 집권한 이후 대만 내에서는 독립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은 라이칭더 정부 출범을 전후해 대만을 겨냥한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미국을 포함한 서방에서는 중국이 2027년 이전에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만 행정원은 내년도 국방 예산을 올해보다 7.7% 늘어난 6470억 대만달러(약 27조원)로 편성할 계획이라고 지난 22일 밝혔다. 이는 기존 역대 최고였던 지난해 6068억 대만달러(약 25조3500억원)를 넘어서는 수준이며 내년도 국내총생산(GDP) 전망치의 2.45%에 해당하는 규모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