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만 있는 멸종위기 민물고기, 현대모비스가 보호 나선 이유는
5월부터 어미 확보·사육…진천군과 3000마리 방류
“사회공헌 사업 일환…생태계 보전 활동 확대할 것”
현대모비스가 지난 23일 충북 진천군 한 하천에 민물고기 수천마리를 방류했다. 이 물고기는 열대어처럼 체색이 화려하거나 특별히 멋진 생김새를 가진 종류는 아니다. 흔히 보이는 미꾸라지와 비슷한 ‘미호종개’다. 현대모비스는 왜 우리 강과 개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민물고기에 관심을 갖고 방류 행사까지 가졌을까.
26일 현대모비스에 따르면 회사는 충북 진천군과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 등과 함께 충북 진천군 미호강 일대에서3000마리의 미호종개를 물에 풀었다.
한국 강이나 개울에 서식하는 토종 민물고기 중에는 ‘~종개’라고 불리는 미꾸라지와 비슷하게 생긴 물고기가 많다. 참종개, 미호종개, 부안종개 등이 주인공이다.
종개란 이름 앞에는 개체의 특징이나 서식지가 붙는다. ‘미호종개’는 진천 인근 미호강에 서식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미호종개는 미꾸라지보다 몸 중앙부가 조금 굵고, 체색은 약간 밝다. 몸 전체에 흩어진 무늬도 미꾸리나 미꾸라지와 다르다.
미호종개는 한국에만 서식하는 토종 민물고기로 몸길이는 6∼7㎝에 이른다. 1984년 신종으로 발표됐는데, 대청호 이남 금강 지류인 미호강이 서식지로 알려져 있다.
미호종개는 주변 환경이 오염되고, 서식지도 훼손되면서 개체수가 급감했다. 이에 환경부가 1996년 특정어종으로 정했고, 2005년 3월17일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2012년 5월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 됐으며, 허가 없이는 채집이나 채취를 할 수 없는 귀한 개체다.
현대모비스가 미호종개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미호강이 있는 진천에 현대모비스 자동차 전장부품 생산 사업장이 있기 때문이다.
모비스 관계자는 “회사가 오래전부터 사회 공헌 사업의 일환으로 멸종위기 야생생물 복원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면서 “진천 사업장 인근 하천에 한국 토종어류인 미호종개가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보호 작업에 나섰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5월 진천 미호강에 서식 중인 미호종개 친어(어미 물고기) 30마리를 확보해 개체 수 확대에 나섰다.
이후 국가유산청 사육 허가를 받아 서식지 보존기관에서 100일간의 사육과정을 거쳐 3~5㎝ 크기의 치어 3000마리 증식에 성공했다. 친어 확보부터 치어 증식까지 체계적인 과정을 거쳐 미호종개 방류가 진행된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2012년부터 100억원을 투자해 진천군 초평호 인근에 친환경 생태숲을 조성해 지역에 기부 채납했다. 지난해에는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해 진천군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올해부터 생태계 보전 활동을 추진 중이다.
현재 진천 미호강에는 천연기념물 수달과 미호종개를 비롯해 법정보호종 붉은새매, 참매, 원앙 등이 서식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멸종위기 생물 복원 사업을 일회성 방류 행사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 사회공헌 활동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앞으로 5년간 진천 미호강 농다리 지점을 중심으로 방류 활동을 이어갈 방침이다. 또 친환경 생태 공간인 해당 지역이 국제적인 가치를 인정받는 ‘국제 람사르습지’로 등록될 수 있도록 다양한 보전활동을 추진한다.
회사 관계자는 “유관 기관과 함께 방류된 미호종개를 꾸준히 모니터링해 개체 복원 여부를 확인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지역사회, 유관기관과 협력해 친환경 생태계 보전활동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준 선임기자 j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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