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회담 ‘생중계’ 일단 주워담기…정치쇼 비판 의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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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대선 티브이(TV) 토론' '정치적 쇼'라는 당 안팎의 비판에 결국 이재명 대표와의 회담 생중계 제안을 사실상 거둬들였다.
더불어민주당이 한 대표의 생중계 제안 의도를 '협상 성과'보다는 '자기 정치'에 있다고 의심하는 상황이어서, 한동훈-이재명 대표 회담이 재추진될 경우 기존처럼 '머리발언 생중계-협상 비공개-합의 내용 공개' 순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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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대선 티브이(TV) 토론’ ‘정치적 쇼’라는 당 안팎의 비판에 결국 이재명 대표와의 회담 생중계 제안을 사실상 거둬들였다. 전격적인 여야 대표회담 합의 직후 전례 없는 생중계 조건을 일방적으로 던져 국회 정상화 전망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대표는 26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회담의 전부를 국민에게 그대로 공개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면서도 “회담의 전제조건으로 고집하진 않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 한 대표의 생중계 제안 의도를 ‘협상 성과’보다는 ‘자기 정치’에 있다고 의심하는 상황이어서, 한동훈-이재명 대표 회담이 재추진될 경우 기존처럼 ‘머리발언 생중계-협상 비공개-합의 내용 공개’ 순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생중계 논란은 회담 합의 이튿날인 지난 20일 박정하 국민의힘 당 대표 비서실장이 한 대표의 생중계 아이디어를 기자들에게 알리며 시작됐다. 박 비서실장은 “회담이 굉장히 오랜만이고 국민께 빨리 결과를 드려야 한다. 그 내용도 민주당이 동의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오픈해서 하면 어떨까 제안하려고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불쾌함을 숨기지 않았다. 이해식 민주당 당 대표 비서실장은 “실무회의에서 회담 형식과 내용 등에 대한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 하는데, 미리 툭 던지듯이 언론을 통해 생중계하자고 밝힌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 결국 한동훈 대표가 여야 회담을 하나의 정치적 이벤트 정도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회담 형식과 내용을 조율할 여야 실무협상도 하기 전에 한 대표가 일방적으로 ‘전체 생중계’를 내걸자 당 안팎에서 논란이 커졌다. 전례도 없고, 효과도 불분명한 생중계 조건을 고집하면서 회담 불발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한 대표 쪽이 생중계 폭탄을 던진 뒤 실무협상은 한 차례만 열렸다. 이 대표의 코로나19 확진으로 애초 지난 25일로 예정됐던 여야 대표회담이 미뤄지며 회담 불씨가 살아나자, 회담 성과보다 회담 형식에 무게를 두는 듯한 한 대표 행보에 대한 정치권과 보수언론의 ‘훈수’도 잦아졌다. 윤상현 의원 등 일부 당내 중진은 협상과 타협이 아닌, 이기고 지는 논쟁으로 번질 수 있는 회담 생중계는 전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정치 초보인 한 대표가 ‘뭘 잘 모른다’는 취지의 지적도 나왔다.
결국 한 대표는 부정적 여론이 높아지자 자신이 던진 생중계 승부수를 일주일 만에 거둬들였다. 공교롭게도 한 대표가 생중계 제안을 한 지난 20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과는 ‘비공개’로 만난 사실이 25일 알려졌다.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6일 한국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비공개로 한 이유는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눠야 된다는 기본적인 기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생중계 제안) 입장 변화는 아니다. 새 정치의 전모를 보여드리는 게 의미가 있다고 본다. (회담 결과에 대한) 해석 여지가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곧이어 “(회담) 전제조건은 아니다. 그것 때문에 회담을 안 하게 되는 상황은 만들지 않겠다”고 했다.
한 대표가 ‘회담 결과 해석’ 논란을 줄이기 위해 생중계를 제안했다고 밝힌 것을 두고, 정치권에선 대통령실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이 대표와 비공개 회담을 했을 경우 채 상병 특검법 등과 관련해 이면 합의 등을 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피하려 했다는 것이다.
한편, 국민의힘 공보실은 이날 오후 한 대표가 회담 생중계 제안을 철회했다는 관련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며 “한 대표는 생중계가 회담의 전제조건이 아님을 재차 강조하는 동시에 생중계의 필요성을 설명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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