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총재 선거 한달 앞…이시바-고이즈미, 여론조사서 동률

홍석재 기자 2024. 8. 2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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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를 직간접적으로 밝힌 후보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 고노 다로 디지털상,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 AFP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뒤를 이어 차기 일본 정부를 이끌 자민당 총재 선거가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다음달 27일 투개표가 진행되는 총재 선거는 지금까지 모두 11명의 후보가 출마를 선언하거나 출마할 뜻을 내비쳐, 열전에 돌입할 채비를 하고 있다.

가자 앞서 있다고 보이는 인물은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과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이다. 26일 일본 아사히신문은 전국 여론조사(24∼25일 실시)에서 ‘차기 자민당 총재에 적합한 인물’을 묻는 말에 이시바 전 간사장과 고이즈미 전 환경상이 모두 21%씩을 얻어 나란히 1위에 올랐다고 전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8%),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6%) 등 3위 그룹들은 10%를 넘지 못했다. 이날 요미우리신문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23~25일 진행)에선 22%로 1위를 차지한 이시바 전 간사장을 고이즈미 전 환경상(20%)가 2%포인트 차로 턱밑까지 추격하는 양상이다.

특히 주목받는 것은 고이즈미 전 환경상이다. 최근 지지율을 급격히 끌어올리면서, 지지 의사를 드러낸 자민당 의원만 40명이 넘는다는 말도 나온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아들로 인지도가 높은데다, 젊고 개혁적인 이미지를 바탕으로 전 연령대 국민들과 남녀 모두에게 두루 인기가 높다. 자민당 ‘킹메이커’의 하나인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가 “고이즈미 전 환경상의 쇄신감이 가장 강하다”며 지지 뜻을 내비친 것도 지지율에 한몫했다. 높은 인지도와 달리 각료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는 30일 공식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만년 우승 후보’로 꼽혀온 이시바 전 간사장은 이번에 배수진을 쳤다. 높은 대중적 인기에도 불구하고 당내 약한 지지 기반 탓에 의원들의 지지가 절대적인 총재 선거에서 번번이 쓴맛을 봐야 했다. 자민당 파벌이 대부분 해체된 데다 후보들이 난립하면서 의원들의 구심점이 분산되자, 대중적 인기가 높은 이시바 전 간사장에 유리한 선거가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다만 자민당 총재 선거는 결선투표로 갈 경우, 당원 대비 의원들의 투표권 비중이 크게 높아지기 때문에 당내 기반이 취약한 이시바 전 간사장에게 내내 불안 요소가 되고 있다. 이시바 전 간사장도 최근 주위에 “고이즈미 전 환경상도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는 등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고 한다. 지난 총재선거에서 이시바, 고이즈미와 함께 ‘고이시가와’로 불리며 동맹 체제를 구축했던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전보장상은 3위 그룹에서 선두그룹을 추격하고 있다.

사상 첫 자민당 여성 총재로 이름을 올리려는 후보들도 눈길을 끈다. 현재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 노다 세이코 전 총무상 등 여성 의원 3명이 총재 선거 출마 뜻을 밝히고 있다. 특히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은 지난 2021년 아베 신조(1954∼2022) 전 총리의 지원을 받으며 총재 선거에 출마해 최종 3위를 기록한 적이 있다. 특히 당시 의원 표만 따지면, 기시다 후미오 총재 당선자에 이어 2위에 오를 만큼 저력을 보였다.

이번 선거의 또다른 관전 포인트는 ‘킹메이커’들이다. 일본 언론들은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와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가 킹메이커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둘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이달 중순까지만 해도 이들의 지원을 기대하며 총재 선거 출마를 준비했던 기시다 후미오 현 총리가 일선 퇴진을 선언한 뒤, 스스로 킹메이커가 됐다. 여전히 의원 40여명 정도를 움직일 강력한 힘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마이니치신문은 지난 14일 기시다 총리가 돌연 총재 선거 불출마를 선언하자 자민당 관계자 말을 빌려 “기시다 총리가 총재 선거의 캐스팅보트를 쥐게 됐다”며 “그가 킹메이커가 되는 길을 선택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오는 9월27일 누가 자민당 총재에 당선되든, 결과가 중의원 조기 해산과 총선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요미우리신문은 26일 “중의원 임기 만료가 내년 10월로 다가오면서 새 총재가 선출된 분위기를 이어 중의원 선거에 돌입해야 한다는 조기 해산론이 힘을 얻고 있다”며 “가장 빠르게는 10월 15일 공고, 27일 투개표 안이 거론되고 있다”고 짚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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