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년 전 신석기인들도 물리학·기하학 기본 알았다

홍아름 기자 2024. 8. 26.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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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기 시대 건축가들이 물리학과 지질학, 기하학의 개념을 이해했다고 볼 만한 단서가 나왔다.

연구진은 관찰한 내용을 종합해 신석기 시대 건축가들이 하중이나 마찰과 같은 물리적 특성뿐 아니라 각도와 같은 기하학 개념을 이해하고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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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연구진, 세계문화유산 ‘멩가 고인돌’ 분석
스페인 멩가 고인돌./위키미디어, 페드로 J 파체코

신석기 시대 건축가들이 물리학과 지질학, 기하학의 개념을 이해했다고 볼 만한 단서가 나왔다. 신석기 시대가 원시 사회라고 봤던 기존 관점을 뒤엎는 결과다.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 해양학 센터와 안달루시아 지구과학연구소 공동 연구진은 지난 23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멩가 고인돌’을 분석해 신석기 시대 사람들이 초기 과학의 개념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건축물을 지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발표했다.

멩가 고인돌은 기원전 3800년에서 3600년 사이에 건설된 구조물로 이베리아 반도에서 발견된 큰 거석 중 하나다. 거대한 돌 32개로 구성됐으며, 지붕과 벽, 기둥을 포함한 전체 무게는 약 1140t에 달한다. 구조물의 지붕인 덮개돌은 무게가 150t으로 이베리아에서 옮겨진 돌 중 가장 크다.

연구진은 레이저를 멩가 고인돌에 비춰 입체 구조를 컴퓨터에 만들었다. 동시에 사진과 발굴 기록도 분석했다. 덮개돌은 약간 볼록하고, 벽과 기둥 역할을 하는 돌들은 ㎜(밀리미터, 1000분의 1m) 단위로 기울어져 있어 아치형 구조를 이뤘다. 아치는 누르는 힘을 옆으로 분산시켜 하중을 줄일 수 있는 구조다. 연구진은 “우리가 아는 한 아치의 원리를 적용한 최초의 구조물”이라고 설명했다.

구조물의 지붕인 덮개돌은 부드러운 사암이었다. 연구진은 “1㎞ 떨어진 채석장에서 거대한 돌을 깨뜨리지 않고 운반하려면 특별한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라며 “덮개돌의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썰매와 같은 도구를 이용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벽을 이루는 돌들은 마치 테트리스 게임의 블록처럼 빈틈없이 맞물렸다. 특히 기반암에 1.5m 깊이로 구멍을 내고, 여기에 돌을 고정했다. 연구진은 관찰한 내용을 종합해 신석기 시대 건축가들이 하중이나 마찰과 같은 물리적 특성뿐 아니라 각도와 같은 기하학 개념을 이해하고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레오나르도 가르시아 산후안 스페인 세비야대 교수는 “당시 건축가들은 구조물이 비, 바람, 지진을 견디며 6000년 넘게 그대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며 “과학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카티나 릴리오스 미국 아이오와대 교수는 “멩가 고인돌이 신석기 사람들의 과학적 사고방식을 보여준다”면서 “건축물뿐만 아니라 당시 도자기나 석기 도구, 의류, 불을 사용했던 흔적들에서도 과학에 대한 이해를 엿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참고 자료

Science Advances(2024), DOI: https://doi.org/10.1126/sciadv.adp1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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