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6년째 강남 학교 옆에서 불법 성매매…오늘도 ‘영업 중’
서울 강남구 역삼동 ‘ㅂ안마’는 1998년부터 26년째 같은 자리에서 성매매를 하고 있다. ㅂ안마가 있는 자리를 직접 가보면, 이 장소에서 26년 동안 불법 성매매 영업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잘 믿어지지 않는다. 창문 하나 없는 5층짜리 푸른색 건물이 주변 주택가 건물들 사이에 생뚱맞게 자리잡고 있다. 주변에는 각각 300~500가구 정도 되는 아파트 단지 8개가 둘러싸고 있다. 이런 주거지 한복판에서 ㅂ안마는 5층 건물을 통째로 쓰고 있다. 게다가 ㅂ안마와 직선으로 120m 거리에 고등학교가, 220m 거리에는 중학교가 자리 잡고있다. 청소년유해업소가 금지된 교육환경보호구역이라는 얘기다. 주민들로부터 민원과 신고가 들어오고, 단속될 가능성이 큰 조건이다.
신고·고발 있어도 형사처벌 받아도 멀쩡하게 ‘영업 중’
이런 상황에서도 ㅂ안마는 여전히 성매매업을 하고 있을까. 2024년 7월23일 오후 5시께 불법 성매매 업소를 현장방문 조사하는 서울시립 다시함께상담센터(이하 다시함께센터) 담당자와 기자가 함께 이곳을 찾았을 때, 주택가의 조용한 건물 주변에는 수많은 폐회로티브이(CCTV)가 접근하는 이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5층 건물 입구로 들어서니, 불투명 유리로 된 업소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뒤쪽에서 무전기를 착용한 30대 남성이 황급히 달려와 다급한 목소리로 “어떻게 오셨어요”라고 물었다. 성매매 업소임을 현장에서 재확인하려 했지만, 다시함께센터는 수사기관이 아니어서 직접 업소에 들어갈 수는 없었다. 그리고 8월14일, 기자는 혼자 현장을 방문해 업소 관리인에게 ㅂ안마가 성매매 업소가 맞는지 물었다. 업소 관리인은 “생각하시는 그게 맞는다”고 답했다.
앞서 다시함께센터는 2018년과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ㅂ안마를 고발했다. 하지만 고발은 불법 성매매 영업을 막지 못한다. 7월23일 한겨레21 탐사팀이 다시함께센터와 함께 한 현장방문 조사에서 ㅂ안마를 비롯해 경찰에 신고·고발된 적이 있는 서울 강남구 성매매 업소 10곳을 찾아가보니, 9곳이 현재도 같은 장소에서 멀쩡하게 영업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10곳 중 9곳만이 아니었다. 한겨레21 탐사팀은 오영환 전 국회의원실을 통해 다시함께센터가 고발해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성매매처벌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업소 74곳의 주소와 상호를 확보한 뒤 현장방문 조사와 로드뷰 등 온라인 검색, 온라인 불법 성매매 후기 누리집 탐색 등을 통해 이를 전수조사했다. 조사 결과, 74곳 가운데 18곳이 법적 처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같은 장소에서 성매매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ㅂ안마처럼 형사처벌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성매매 영업을 할 수 있는 비결은 안마시술소의 상호에 있었다. 같은 장소에서 영업하지만 업소 상호가 여러 번 바뀌어왔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포털사이트의 지도 로드뷰로 건물 사진들을 확인할 수 있는 건 2008년 12월부터다. ㅂ안마의 경우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한글로 ‘ㅂ’, 2014년부터 2018년까지는 영문으로 ‘B’(온라인상에는 ‘ㅂ편의점’으로도 표기), 2020년부터 현재까지는 ‘ㅂ○○’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있다. ㅂ안마라는 걸 암시하면서 살짝 이름만 바꿔온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온라인 불법 성매매 후기 누리집을 보면, ㅂ안마의 또 다른 이름도 확인할 수 있다. 2020년 쓴 성매매 후기를 보면, 성매매를 한 장소는 분명히 ‘ㅂ안마’인데 상호는 ‘ㄷ’이라고 적은 부분이 눈에 띈다. 마찬가지 방법으로 ㅂ안마가 ‘ㅇ안마’로 홍보된 글도 있었다. ㅂ안마이면서 온라인에서는 다른 이름으로 유통되기도 했음을 알 수 있다.
단속은 어렵고 영업은 쉬운 ‘업소 이름 바꾸기’
수사 중인데도 영업을 계속하는 업소도 있었다. 역삼동에 있는 ‘ㅅ힐링테라피’가 그런 곳이다. 이 업소는 2024년 7월 다시함께센터가 신고해 경찰이 성매매처벌법 위반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그런데도 7월23일 오후 한겨레21 탐사팀이 업소를 찾아가 ‘저희 업소는 선예약 우선제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유리문을 두드렸더니 한 중년 여성이 문을 열어줬다. 그러나 이 여성은 금세 ‘예약하지 않은 손님’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뒤 “안에 손님들이 있으니 나가라”라며 기자를 밀쳐냈다. 이 짧은 시간에도 업소 안팎에서는 이곳이 성매매 업소임을 알 수 있는 수많은 표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1층 입구에서부터 “20대 이쁜 한국 관리사 대기 중”이라는 홍보 문구가 걸려 있었고, 업소 내부에서는 23만원짜리 ‘릴레이 코스’를 안내하고 있었다. 성매매 업소에서 주로 사용하는 용어로, 성매매 알선 포털에서는 ‘릴레이 코스’가 두 번의 성매매를 의미하는 것으로 통용되고 있다.
ㅅ힐링테라피가 단속을 피하는 방법은 ㅂ안마와는 또 다르다. ㅅ힐링테라피가 성매매 알선을 암시하는 광고를 할 때는 ㅂ안마와 같이 ‘ㅇ테라피’라는 다른 이름으로 전단을 돌리고 온라인에 게시하는 건 같다. 하지만 ㅅ힐링테라피는 막상 지도 애플리케이션에는 성매매 업소가 아니라 일반 마사지 가게인 것처럼 등록해뒀다. 언론 기사에 등장하는 홍보성 인터뷰에는 이 업소 원장까지 등장한다. 원장은 자신이 ‘피부멘토’로 불린다며 업소에서 “한국식과 타이식 마사지를 접목한 퓨전 마사지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보면, ㅅ힐링테라피의 경우 재판에 넘겨져 형사처벌을 받더라도, 업소의 온라인상 공식 명칭인 ‘ㅇ테라피’라는 새 이름으로 영업을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복수의 상호로 유통되므로, 장소만 같으면 성매매 영업을 하는 데 별다른 지장이 없다. 대부분 업소가 성매매 알선 포털에 홍보하기 때문에 상호가 바뀐 걸 알릴 수단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성 매수자들끼리 해당 업소의 이름이 교체된 사실까지 일상적으로 공유된다.
반면 단속하는 입장이 되면 이런 현란한 상호 변경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게 된다. 한 업소가 형사처벌을 받았더라도, 이 업소가 다른 이름으로 바꿔 영업하면 수사기관이 새롭게 성매매 알선 혐의를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성매매 업소를 단속하는 경찰의 한 풍속계 관계자는 “업소명을 바꾼 경우에는 또다시 불법을 저지르는지 포착해 적발해야 한다. 의심만으로 단속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성매매 업소는 ‘상호 바꾸기’ 외에 ‘사람 바꾸기’로도 단속을 피한다. 성매매 업소들이 내세우는 ‘바지사장’이 사례 중 하나다. 성매매업자 ㄱ씨는 이미 성매매 알선죄 등으로 6번의 전과가 있는 상황에다 집행유예 기간이어서, 업소가 2020년 6월 단속되자 직원 ㄴ씨에게 허위로 업주인 척해달라고 요구했다. 대가로 ㄴ씨 월급을 올려주고 벌금도 ㄱ씨가 대신 내주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이 수사로 밝혀졌고, ㄱ씨는 성매매 알선죄 등에 범인도피교사죄까지 추가돼 2023년 6월 서울중앙지법 형사2부로부터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바지사장 3명, 직원도 실소유주 모른다”
하지만 이는 그나마 수사기관에서 바지사장의 존재를 밝혀낸 경우다. 실제 이렇게 적발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게 업계 쪽 사람들의 전언이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역삼동 ㅂ안마의 경우에도 다른 형사사건과 연루된 관련 판결문 6건을 살펴보면, 저마다 업소 대표자나 담당자로 등장하는 이들의 이름이 달랐다. 성매매 업소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ㄹ씨는 “일할 때 바지사장만 3명이었다. 업소가 단속된 적이 있었는데, 바지사장 3명 가운데 1명이 처벌됐다”며 “직원들도 실소유주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바지사장이 처벌돼도 성매매 영업은 계속된다”고 말했다. 권경란 다시함께센터 감시사업팀장은 “바지사장을 바꿔서 경찰에 단속되면 ‘그 전에 있던 업소 주인이랑 모르는 사람이다. 인수한 것뿐’이라고 잡아떼는 수법을 많이 쓴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문제는 건물주다. 업소 이름이 바뀌고 바지사장이 여러 명 거쳐 가지만 그나마 이들은 신고나 고발 과정에서 언급이라도 된다. 하지만 건물주는 대부분 수사 과정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한겨레21 탐사팀이 역삼동 ㅂ안마 건물주를 추적한 결과, 이 5층짜리 건물은 지난 26년 동안 매매가 2번 이뤄졌다. 1998년부터 2007년까지 이 건물을 보유했던 정아무개(77)씨는 장애인 시설과 학교를 운영하는 지역 재단법인의 이사장을 맡았던 지역 유지다. 정씨는 가족으로 추정되는 이와 건물을 공동 소유했는데, 2007년 건물을 매도한 뒤 2010년 사망했다. 정씨는 ㅂ안마의 운영과 직접 관련성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2000년대 초반 정씨가 지역 재단법인에서 횡령과 사기를 저지른 혐의를 지적하는 보도에서 정씨가 안마시술소를 운영한다는 표현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한때 정씨의 주소지도 ㅂ안마 건물이었다.
2007년부터 2018년까지 이 건물을 보유했던 정아무개씨와 백아무개(75)씨 역시 이 건물에서 성매매 업소가 운영되고 있음을 모르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ㅂ안마가 입주한 건물과 불과 250m 거리에 있는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2018년 이 건물을 인수해 현재까지 보유하고 있는 김아무개(78)씨도 마찬가지다. 경기고와 서울대를 졸업하고 은행과 대기업에서 근무했던 김씨는 국내 재계순위 상위권인 대기업 2곳과 중견기업 1곳에서 임원을 지냈다. 대기업 1곳에서는 계열사 대표까지 지냈다. 그는 자녀로 추정되는 이에게 이 건물 지분 일부를 증여하며 6년째 보유 중이다. 다시함께센터가 2018년 이후 ㅂ안마를 신고하고 고발했으므로, 경찰은 최소 2번 이상 ㅂ안마가 성매매처벌법 위반으로 형사입건된 사실을 김씨에게 통지했을 것으로 보인다.
최소 30억원 수익에도 수사 선상 오르지 않아
하지만 김씨는 이후로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만약 김씨가 안마시술소를 직접 운영하지 않고 6년 동안 임대를 줬다면, 30억원이 넘는 임대 수익을 올렸을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21 탐사팀이 부동산 통계업체인 ‘부동산 플래닛’의 전용면적당 평균 임대료(NOC·관리비 포함)를 기반으로 계산해보니, ㅂ안마는 건물주 김씨에게 월 4400만원을 내는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이를 6년 기간으로 환산하면 31억6800만원에 이른다. 김씨는 취재진과 통화에서 건물에서 벌어지는 성매매와 경찰의 형사 입건 통지를 두고 “그런 건 전혀 모른다. 건물 관리인에 일임한 상태이고 나는 임대료만 받는다”면서 “(임차인 업종이)안마 시술소라고만 알고 있다”고 답했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곽진산 기자 kjs@hani.co.kr·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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