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연락하면 벌금 8500만원” 법률 도입한 이 나라
호주에서 26일(현지시각)부터 노동자의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을 담을 법률이 시행된다. 이에 따라 호주 노동자들은 업무시간 이후 오는 업무 이메일과 전화 등 연락을 무시할 수 있게 됐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호주는 이날부터 ‘연락 끊을 권리’(right to disconnect) 법률을 시행한다. 통신은 “이 새로운 법률은 직원이 근무 시간 외에 고용주나 고객의 연락을 읽거나 답변하기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처벌받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만약 이를 위반할 경우 직원은 최대 1만9000호주달러(약 1700만원), 기업은 최대 9만4000호주달러(약 8439만원)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다만, 노동자가 연락을 거부하는 것이 부당한 경우는 예외로 사내 징계를 받을 수 있다. 거부가 불합리한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호주 산업 심판관인 공정 노동 위원회(FWC)의 몫이다. 위원회는 해당 직원의 역할, 연락 이유, 연락 방법 등의 요소를 고려해 판단을 내린다.
이 법률은 노동자들이 업무 이메일, 문자메시지, 전화 등으로 개인 생활을 침해받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한 목적에서 도입됐다. 통신은 “이러한 현상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집과 직장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심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존스 홉킨스 스원번기술대 조교수는 “디지털 기술이 생기기 전에는 침해가 없었다”며 “(이전 시대의) 사람들은 근무가 끝나면 집으로 돌아갔고, 다음 날 근무 시간이 돌아올 때까지 어떠한 접촉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이제 전 세계의 노동자들이 휴가 중일 때조차도 업무 연락에 답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여겨진다”고 했다.
통신은 호주연구소 미래연구센터(The Centre for Future Work at the Australia Institute)의 연구 조사를 인용해 “호주인은 2023년 평균 281시간 무급 초과근무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 노동의 금전적 가치는 1300억호주달러(약 116조7452억원)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현지 노조와 인권단체 등은 이 법안을 환영하고 있으나, 고용주 단체인 호주산업그룹 등은 “생산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산업그룹 측은 입장문을 통해 “이 법안은 문자 그대로나 비유적으로나 엉뚱하게 만들어졌다. 실질적인 효과에 대한 최소한의 협의 없이 도입되었으며 고용주들이 준비할 시간도 거의 주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이 법안의 적용 규칙도 모호하며, 고용주와 노동자에게 혼란을 줘 고용 유연성을 해치고 경제를 둔화시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호주 노동조합 협의회의 미셸 오닐 회장은 “이는 업무상 합리적인 요청을 방해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경영진의 계획 부족으로 일반 노동자들이 대가를 치르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업무 시간 외 연락을 금하는 내용의 법안을 도입한 건 호주가 처음은 아니다. 퇴근 후 ‘연락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는 비슷한 법률이 프랑스,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와 라틴 아메리카 등 20여개국에서 시행되고 있다. 앞서 2018년에는 해충관리 기업 렌토킬이니셜이 이 법을 위반했다가 프랑스 법원으로부터 6만 유로(약 8900만원)의 벌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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