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대도 신뢰도 잃어가는 인권위…권고 급감, 존재감 ‘휘청’

고경태 기자 2024. 8. 2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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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해 권고’는 307건서 85건으로 72% 감소
상반기 진정처리도 1204건(21.4%)이나 줄어
1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이충상·김용원(왼쪽부터)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올해 상반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진정사건 처리 건수와 진정접수 건수가 지난해 대비 각각 21.4%와 9.3%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경찰 등 권력기관을 포함한 권리침해사건의 권고 건수는 3분의1 수준으로 대폭 하락했다. 인권위 파행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인권위가 인권침해 진정인들에게 신뢰와 기대를 잃은 게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소위원회(소위)에서의 소극적인 권고 행태가 명백한 데이터로 나타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침해 사건의 상당 부분을 책임진 소위원장은 김용원·이충상 상임위원이다.

26일 인권위가 국회에 제출한 ‘2024년 상반기 진정사건 처리 및 권고이행 현황 보고’를 보면, 2024년 6월 기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진정사건 처리는 6555건에서 5150건으로 1204건(21.4%) 감소했다. 진정사건 접수 자체는 5361건에서 4864건으로 497건(9.3%) 하락했다. 진정사건 접수는 해당 기간에 접수된 건만을 의미하며, 진정사건 처리는 이월된 진정 건을 포함해 누적분 처리 건수를 가리킨다.

권고와 징계권고, 합의종결, 조사 중 해결을 포함한 권리구제 건수는 508건으로 전년 대비 856건에 비해 348건(40.6%) 감소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한 감소세를 보인 것은 ‘침해 사건’의 권고 및 징계권고 건수로, 307건에서 85건으로 72% 감소세를 보였다. 세 배 넘게 줄어든 것이다. 이에 비해 ‘차별 사건’의 권고 및 징계권고 건수는 40건에서 45건으로 오히려 12.5% 늘어 대조를 이뤘다.

‘침해 사건’이란 경찰이나 검찰, 군·교도기관과 교육 및 의료기관을 상대로 한 권리침해 진정을 이르는 것으로 침해구제제1위원회(침해1소위), 침해구제제2위원회(침해2소위), 군인권보호위원회, 아동권리위원회,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일부)에서 나눠 심의한다. ‘차별 사건’이란 성별·종교·장애·나이·사회적 신분·출신 지역에 의한 차별을 진정한 건을 말하며, 이는 차별시정위원회,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일부)가 심의한다.

2024년 상반기 국가인권위 진정사건 처리현황. 인권위 제공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검찰·경찰 사건을 주로 다루는 침해1소위에서 올해 상반기 경찰 관련 사건 진정에 대한 권고는 16건으로 2023년 대비 36건에서 절반 넘게 줄었고, 검찰사건의 경우엔 올해 권고가 0건이었다. (2023년 상반기 1건) 침해1소위원장은 김용원 상임위원이다. 이충상 상임위원이 소위원장을 맡은 침해2소위에서 다루는 교정시설 관련 권고도 34건에서 14건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전체 진정접수 건수의 하락에도 경찰 사건 접수는 올해 670건으로 지난해 673건과 대동소이했고, 교정시설 관련 접수는 1137건에서 1282건으로 오히려 는 상태였다.

역시 이충상 상임위원이 소위원장인 아동소위에서 중고교를 상대로 한 일과시간 휴대전화 단속 관련 사건은 ‘인권침해가 아니’라는 의견이 소위 내 다수가 되면서 대부분 권고되지 않고 보류 중인 상태이며, 전원위 논의를 기다리고 있다.

인권위 한 관계자는 “일선 학교의 휴대전화 단속은 그동안 인권침해로 보았던 게 결정례인데, 바뀔 가능성이 큰 현실을 보여준다”며 “이는 소위원장을 포함한 인권위원들의 보수적 의견이 진정 사건 권고 여부에 반영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보수적인 안창호 인권위원장 후보 지명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경우 이런 흐름은 더욱 가속화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경찰과 관련된 정의기억연대 수요집회 보호 진정은 아예 소위원장이 횡포를 부려 권고의 싹을 자른 경우였다. 지난해 8월1일 침해구제1소위에서 김용원 상임위원은 “3명의 소위 위원 중 1명만 반대해도 기각한다”는 본인의 소위 의결 해석에 따라 인용 의견이 있음에도 직권으로 기각했다.

이후 “기각 결정에 법적 근거가 없다”는 해명자료를 낸 사무처 간부를 문제 삼아 침해1소위를 넉달간 열지 않았고, 이로 인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되기도 했다. 12월7일 소위가 재개된 뒤에도 자기 뜻대로 해석한 의결 방식을 적용해 안건을 무더기 기각해 소위 내 김수정 위원으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지난 7월26일 서울행정법원은 ‘소위원회 의결 정족수’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위법하다는 1심 판결로 정의연의 손을 들어주었고, 패소한 인권위는 법무부의 지휘를 받아 항소를 포기했다. 하지만 김용원·이충상 상임위원은 행정법원 판결을 따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용원·이충상 상임위원은 남규선 상임위원과 함께 27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회 업무보고에 출석한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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