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수리 1년 기다려야” 전국 학교 곳곳 ‘찜통교실’

2024. 8. 26.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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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교장은 학내 에어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학생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데 대한 사과와 함께, 내년까지는 수리를 완료하겠다고 공지했다.

9월을 앞두고도 예년보다 길게 무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사용 연수가 오래된 전국 학교에서 에어컨 작동이 문제를 일으키면서다.

경기 용인의 한 중학교는 에어컨 수리가 늦어지며 오전 수업 이후 학생들을 귀가 조치했다.

경기 수원의 한 초등학교 역시 지난 20일 개학했지만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아 오전 수업만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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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까지 무더위 이어지며 ‘찜통교실’ 계속
에어컨 교체 요청해도 “순번 기다려야”
학교들 단축수업에 직장인 학부모 당황
교육청은 “예산도 인력도 부족”
전국 학교가 ‘찜통교실’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챗GPT를 사용해 제작]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폭염에 고생하는 학생과 선생님께 죄송하다는 말밖에 드릴 수가 없습니다…” 최근 서울 강남 소재 단국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단대부고) 오장원 교장은 학교 홈페이지에 이같은 내용의 글을 올렸다. 오 교장은 학내 에어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학생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데 대한 사과와 함께, 내년까지는 수리를 완료하겠다고 공지했다.

단대부고가 지금 사용하는 에어컨은 18년 전 설치됐다. 이 때문에 냉방 온도를 최저로 맞춰도 교실이 좀처럼 시원해지지 않아, 올해 에어컨 수리에 들인 비용만 3000만원이다. 오 교장은 통화에서 “에어컨 수리에만 필요 이상으로 많은 비용을 들이고 있다”며 “차라리 이 돈을 학생 교육이나 복지에 썼다면 훨씬 의미가 있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단대부고는 임시방편으로 이달 말까지 단축 수업을 하기로 했다.

교육부 예산 관리 지침상, 공·사립학교가 에어컨을 교체하려면 교육청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전국 학교에서 에어컨 교체 요청이 속출하고 있어 개별 학교가 즉각 지원을 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단대부고의 경우 지난해부터 에어컨 교체를 요청해왔으나 올해 겨울방학에야 순번이 돌아온다.

무더위 이어지며 전국서 민원 속출
최근 오장원 단대부고 교장이 홈페이지에 게시한 글. [단대부고 홈페이지 캡쳐]

전국 학교가 ‘찜통교실’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9월을 앞두고도 예년보다 길게 무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사용 연수가 오래된 전국 학교에서 에어컨 작동이 문제를 일으키면서다. 이 때문에 각 학교에선 학부모 민원이 잇따라 수업 시간을 단축하는 등 파행이 빚어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소재 숙명여중 역시 최근 각 교실에 설치된 에어컨 수 대가 고장나면서 학생들에게 선풍기를 가지고 오라고 안내했다. 이 학교는 임시로 특별활동실 등 대체 교실을 활용하고 있지만 이마저 수요가 많아 학생들이 돌아가며 쓰고 있다. 강남 소재 한 중학교 관계자는 “강남은 과밀학급이 많아 더위 문제에 더욱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에어컨 수리 및 교체가 늦어진 학교들은 우선 단축 수업으로 대응하고 있다. 경기 용인의 한 중학교는 에어컨 수리가 늦어지며 오전 수업 이후 학생들을 귀가 조치했다. 경기 수원의 한 초등학교 역시 지난 20일 개학했지만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아 오전 수업만 진행했다.

갑작스러운 단축수업에 직장인 학부모들은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학부모 김모(42)씨는 “직장을 다니고 있는데 개학을 하면서 이제 아이들 돌봄 문제는 한시름 놨다 싶었더니 생각지도 못한 에어컨 고장 문제로 단축수업을 하고, 언제 고쳐지는지도 기약이 없어 곤란하다”고 말했다. 입시를 앞둔 고등학교 학부모들 사이에선 차라리 온라인 수업을 해달라는 요구도 나온다.

서울만 33곳 올여름 에어컨 ‘먹통’…교육청은 “예산도 인력도 없어”
더위를 견디기 위해 부채질을 하며 수업을 듣는 학생 [연합]

교육청은 예산 및 인력 부족 문제로 ‘찜통교실’ 문제에 대응할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총 1039억원을 들여 학교 냉난방 시설 개선사업을 벌이고, 213곳의 시설을 수리했다. 이중 냉난방 시설 자체가 ‘먹통’이 돼 긴급하게 시설을 교체한 학교만 33곳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냉난방 문제는 학교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지만 예산이 부족해 즉각 대응엔 한계가 있다”며 “지금도 급식실이나 화장실, 소방시설 등 다른 사업에서 예산을 끌어다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천 역시 대부분 학교 에어컨 사용연수가 임박해 교체 요구가 잇따르고 있지만 연도별로 나눠 교체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인천교육청 관계자는 “예산은 물론이고 인력도 부족해 1년에 30곳씩 에어컨 교체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매년 폭염이 이어지면서 전국 학교의 냉방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국 17개 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7월 전국 교육청이 부담한 전기요금은 969억원에 달했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90억원 늘어난 수치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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