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코로나19 후유증’ 엄마·아빠와는 또 다르다

곽노필 기자 2024. 8. 2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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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필의 미래창
어린이는 두통, 청소년은 피로감이 ‘최다’
운동후 불쾌감 등 성인 후유증과도 달라
어린이와 청소년의 코로나19 장기 후유증(롱코비드) 증상이 서로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뉴욕대 랑곤헬스병원 제공

이달 중순부터 초·중·고교 개학이 시작되면서 코로나19 환자들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감염병)을 지나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단계로 진입한 코로나19가 여전히 두려운 이유 가운데 하나는 장기 후유증(롱코비드)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지난해 초 국제학술지 ‘네이처 리뷰 마이크로바이올로지’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자의 10% 이상이 롱코비드 증상을 겪는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감염자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6500만명이 후유증을 겪고 있었다는 얘기다.

세계보건기구에 코로나19 후유증으로 보고된 증상은 200가지가 넘는다. 지난해 미국 국립보건연구원과 의료 연구기업 ‘매스 제네럴 브리검’은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롱코비드 증상 12가지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롱코비드의 대표적인 증상은 발현 빈도 순으로 운동 후 불쾌감(PEM), 피로감, 뇌 안개, 현기증(어지럼증), 위장 장애, 두근거림, 성욕(성적 능력) 감퇴, 후각·미각 상실·감퇴, 갈증, 만성 기침, 가슴 통증, 이상 동작(abnormal movements)이다.

그러나 그동안의 롱코비드 연구는 주로 성인층에 초점을 뒀기 때문에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어떤 후유증을 겪고 있는지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해 발표한 12가지 대표 증상 역시 성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미국 뉴욕대 그로스먼의대가 중심이 된 연구진이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롱코비드 증상을 조사한 결과, 성인과 다른 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 사이에도 증상이 크게 달랐다.

연구진은 2022년 3월~2023년 12월 미국 전역의 60여개 지역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적이 있는 6~11살 어린이 751명과 12~17살 청소년 3109명의 롱코비드 증상을 추적한 결과, 어린이는 두통, 청소년은 피로감을 경험할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미국의사협회저널(자마)에 발표했다.

미 국립보건연구원 심장·폐·혈액연구소의 데이비드 고프 박사는 “지금까지 대부분의 롱코비드 연구가 성인에 초점을 맞춰져 있는데, 이는 어린이는 코로나 후유증이 장기간 계속되는 경우가 많지 않거나 있더라도 성인과 같을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롱코비드를 코로나19 감염 중에 보인 증상 중 하나 이상이 1개월 이상 지속된 경우로 정의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오미크론 변이 입자(노란색)에 감염된 세포(분홍색)의 컬러 주사전자현미경 사진. 미국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제공

어린이·청소년 모두에게 흔한 후유증 4가지

연구진은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75개의 신체 장기 증상 가운데 코로나19 감염 후 90일 이후에 나타나 한 달 이상 지속된 것이 무엇인지 조사했다. 이와 함께 어린이, 청소년의 건강 상태를 조사했다. 그런 다음 코로나19 감염 이력이 없는 또래들의 증상과 비교한 뒤 연령대별로 롱코비드의 특징적 증상을 가려내 ‘롱코비드 연구 지수’를 완성했다.

이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 이력이 없는 사람과 비교할 때 어린이들은 18가지, 청소년은 17가지 다른 증상을 보였다. 14가지는 두 연령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가운데 어린이의 10가지 증상, 청소년의 8가지 증상을 롱코비드 연구 지수에 포함시켰다.

어린이들에게서 나타나는 가장 흔한 롱코비드 증상은 두통(57%)이었다. 이어 기억력이나 집중력 문제(44%), 수면 장애(44%), 복통(43%) 차례였다. 이밖에 허리나 목 통증, 특정 사물에 대한 공포, 학교 거부, 피부 가려움 또는 발진, 메스꺼움(구토), 현기증(어지러움)이 롱코비드 증상 지수에 포함됐다.

지수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는 근육 및 관절 통증, 낮 동안의 피로감과 졸음, 불안감 등이 있었다.

10대 청소년의 경우엔 낮 동안의 피로감과 졸음이 80%로 가장 많았다. 이어 근육이나 관절 통증(60%), 두통(55%), 기억력 또는 집중력 저하(47%) 차례였다. 이밖에 후각 또는 미각 상실, 걷기 후 피로, 허리 또는 목 통증, 현기증(어지러움)이 포함됐다. 불안감과 수면 장애는 사례가 적어 연구 지수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기억력(집중력) 저하, 허리·목 통증, 두통, 현기증(어지러움) 네 가지 증상은 어린이와 청소년 모두에게 잘 나타났다.

성인에게 많은 미각·후각 상실, 어린이들은 없어

눈길을 끄는 건 성인들이 흔히 경험하는 후각과 미각 상실의 경우 청소년층에도 나타났으나, 어린이들에게선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조사 대상 어린이의 20%, 청소년의 14%가 롱코비드 지수 임계값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그러나 조사 대상 집단의 롱코비드 비율이 평균보다 높을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조사 결과를 곧바로 롱코비드 발생률로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로스 교수는 과학전문지 “연령대별로 왜 다른 증상이 나타나는지는 불분명하다"며 “호르몬과 면역 체계의 차이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로마 제멜리대학병원의 다닐로 부온센소 박사(소아과)는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에 “10대 청소년이 어린이보다 자신의 증상을 더 잘 표현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10대 청소년은 피로감을 호소할 수 있지만, 어린이는 그렇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국립보건연구원이 자금을 지원하는 코로나회복향상연구(RECOVER) 프로그램의 하나로 이뤄진 것이다.

연구진은 “다음엔 5살 이하 어린이를 대상으로 아주 어린 나이의 롱코비드 증상을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논문 정보

doi:10.1001/jama.2024.12747
Characterizing Long COVID in Children and Adolescents.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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