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모토 오와라이쇼' 日 코미디, 웃음은 어디로 [ST리뷰]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일본 최고의 코미디언들이 한국을 찾았지만, 웃음의 깊이는 생각보다 얕았다.
24일 부산 남구에 위치한 부산예술회관에서 '요시모토 오와라이쇼 - 제12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이 열렸다.
요시모토 오와라이쇼는 일본의 코미디 기획사 요시모토흥업을 대표하는 코미디쇼다.
코미디에 있어 한일 양국간 웃음 코드가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낀 공연이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부산=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일본 최고의 코미디언들이 한국을 찾았지만, 웃음의 깊이는 생각보다 얕았다.
24일 부산 남구에 위치한 부산예술회관에서 '요시모토 오와라이쇼 - 제12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이 열렸다.
요시모토 오와라이쇼는 일본의 코미디 기획사 요시모토흥업을 대표하는 코미디쇼다.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픽토그램 마임을 선보인 바 있는 가베지, 틱톡 1200만 팔로워이자 테이블 빼기 개그의 달인 웨스-P, 근육 개그팀 이누가 한국 관객들을 만났다. 일본식 개그는 과연 어떨지에 대한 기대가 컸다.
본 공연의 특징은 언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만국 공통인 '몸짓'으로 웃음을 준다는 것이다. 때문에 일본어를 모르더라도 즐기는 데 큰 지장이 없다.
다만 대사가 없다 보니 몸으로만 웃겨야 하는 1차원적인 개그는 깊이가 떨어지고 보는 사람에 따라 취향이 갈릴 수 있다. 이날 이누는 좀비로 분장한 사람이 달려들 때마다 봉으로 막고 벤치프레스, 윗몸일으키기 등을 하는 '좀비 헬스 트레이닝'을 선보였다.
한국에서도 익숙한 좀비를 소재로 써서 공감대를 형성한 건 좋았지만, 매달린 좀비를 들어올린다는 단순한 아이디어에 그친 것은 아쉬움을 남겼다. 또한 상의를 탈의하고 멋진 근육을 공개해 감탄을 자아냈지만, 특별히 눈에 띄거나 임팩트를 줄 수 있는 고난도 동작은 없었다. 그 밖에도 가베지가 선보인 마임은 다소 단순한 상황 설정하에 이뤄져 아쉬움을 남겼다.
100% 완벽한 공연은 없듯, 공연 중 실수도 나왔다. '브리티시 갓 탤런트', '프랑스 갓 탤런트' 등 글로벌 TV쇼에 출연해 활약한 웨스-P는 이날 한국 관객들을 만나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그가 선보인 테이블 빼기는 여러 번의 실수가 나왔다. 두 번의 시도 모두 실패로 돌아갔고, 당황한 웨스-P는 시간 관계상 다음 도전으로 넘어가야 했다. 다행히 가장 어려운 도전을 단 한 번 만에 성공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또 한일간 정서상의 차이도 느껴졌다. 음악에 맞춰 입고 있는 티셔츠를 비키니, 카디건, 바니걸 의상 등으로 변형시키는 웨스-P의 아이디어는 참신하지만, 한국 정서에는 다소 맞지 않는 듯했다. 일본에서는 통할 수 있을지 몰라도 국내에서는 자칫 '성 상품화' 논란으로 번질 수 있는 개그 소재다. 또한 젖꼭지에 빨래집게를 꽂는 등 가학 개그도 보는 이들에 따라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코미디에 있어 한일 양국간 웃음 코드가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낀 공연이었다.
한편 이번 공연에서는 일부 좌석에 한해 '개그 페이' 시스템이 도입됐다. 지난 제10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에서 첫선을 보인 '개그 페이'는 웃은 만큼 관람료가 책정되는 신개념 관람료 지불 시스템이다. 사람의 표정을 인식하는 AI 앱을 통해 웃음 횟수를 자동으로 카운팅한 다음 공연이 끝나고 요금을 산출한다. 1회 웃음당 500원으로 측정되며 최대 2만 원까지 결제된다.
'웃은 만큼 지불한다'는 합리적인 시스템이지만, 일각에서는 자신 앞의 AI가 '어디 웃나 안 웃나' 감시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 편하게 웃으면서 공연을 관람하기 힘들다는 반응도 있다. 또한 사람마다 웃음 취향이 갈리다 보니 평소 웃음이 많은 사람도 어느 포인트에서 웃어야 할지 몰라 공연 내내 웃음 횟수가 한 자릿수를 기록하는 경우도 있었다. 객석에서 환호성은 터졌어도 전체적으로 '빵빵' 터지는 웃음은 거의 나오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
Copyright © 스포츠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