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안전체험학교를 가다···'아차'하는 순간에 추락

김태영 기자 2024. 8. 26.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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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이앤씨 '안전한숲캠퍼스' 교육 체험기]
21개 체험 시설 마련···누적 9124명 수강
VR 체험선 안전 벨트 고리 안 걸어 추락
"개구부 덮개에 200원 안전 사인은 필수"
그네형-상체형 안전벨트 차이도 직접 경험
DL이앤씨 "교육 과정 지속적 개발할 것"
대전 유성구 대덕연구단지에 위치한 DL이앤씨의 ‘안전한숲캠퍼스’에서 지난 22일 강사가 개구부 덮개판을 들고 개구부 사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태영 기자
[서울경제]

“건설 현장에서 30년 넘게 일하면서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겼는데 위험한 사고는 정말 ‘아차’하는 사이에 일어나더군요. 집중력이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금세 일어나는 게 사고입니다”

대전 유성구 대덕연구단지에 마련된 DL이앤씨의 ‘안전한숲캠퍼스’에서 지난 22일 만난 울산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소장은 ‘어떨 때 사고가 주로 일어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소장의 지적대로 건설 현장은 높은 곳에서 작업하고, 무거운 자재가 오가는 특성으로 인해 생사를 오가는 순간이 특히 많은 산업 현장으로 꼽힌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산업 재해 사망자 598명 중 절반 이상인 303명이 건설업에서 발생했을 정도다.

현장 안전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DL이앤씨도 현장 인력의 위험 상황에 대한 인지 능력을 높여 사고를 줄여보자는 취지에서 안전한숲캠퍼스를 2019년 개소해 6년째 운영하고 있다. 지상 2층, 연면적 1684㎡ 규모 건물에 총 22개의 체험 시설이 마련돼 있어 국내 건설사의 안전체험학교 가운데 시설의 규모나 질 측면에서 수준급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020년에 국제표준 교육기관 인증인 ‘ISO 22001’를, 2021년에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민간 안전체험교육장 인정서’를 업계 최초로 취득했다. 현재까지 본사·관계사·협력사의 현장소장 및 관리감독자 등 9124명이 안전한숲캠퍼스의 안전 체험 교육을 거쳤다. 22일 기자도 한 명의 수강생으로 7개의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DL이앤씨 ‘안전한숲캠퍼스’에서 기자가 지난 22일 가상현실(VR) 기기를 통해 철골 구조물 고공 작업을 체험하는 모습. 사진제공=DL이앤씨

이날 교육은 산업 현장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내는 추락 관련 체험의 비중이 컸다. 먼저 고공 철골 위에서 작업하는 현장을 가상현실(VR)로 경험했다. 철골 모형이 깔린 세트장에 들어서서 기기를 착용하자 눈앞에 격자 모양으로 뻗어 있는 2층 높이의 주황색 가상 철골 구조물이 펼쳐졌다. 실제로 서 있는 곳은 평지와 다름없었음에도 긴장감에 발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추락을 막아주는 안전 벨트를 몸 옆 안전대에 건 뒤, 너비가 단 30cm 정도 돼 보이는 철골 위를 엉거주춤 걸으며 오른손에 쥔 컨트롤러로 철골 바닥의 볼트와 너트를 조였다.

한 층 더 올라가 작업을 이어가던 중 세로로 뻗은 줄걸이가 눈앞에 등장했다. 줄걸이를 피해 전진하려던 순간, 바닥이 훅 꺼졌다. 외마디 비명이 나왔다. 2층과 달리 3층에서는 안전벨트 고리를 난간에 걸지 않아 추락하는 상황을 재현한 것이었다. 강사는 “맨 철골 위로 다니는 이들은 건설현장 근로자 중에서도 소수”라면서도 “안전벨트 고리를 안전대에 거는 것의 중요성을 느끼도록 하기 위해 체험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DL이앤씨 '안전한숲캠퍼스'에서 김태영 기자(왼쪽)가 지난 22일 개구부 추락 직전 자세를 잡고 대기하고 있다. 사진제공=DL이앤씨

이후 추락 위험이 높다고 평가되는 개구부(건물 벽면·바닥에 뚫어놓은 구멍) 체험 시설로 이동했다. 강사는 노란색 판을 들어 보이며 “개구부는 법적 기준에 맞는 덮개로 덮어 둬야 한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건 덮개 위에 붙이는 안전 표지판으로, 비용은 100~200원 정도밖에 안 들지만 이 사인을 붙이지 않아 발생하는 사망 사고가 많아 반드시 부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명을 듣고 4m 높이의 체험장 위에 섰다. 이내 발판이 양옆으로 열리면서 체험자들이 ‘악’ 소리를 내며 발판 아래에 마련된 스티로폼 더미로 떨어졌다. 실제 건설 현장이었다면 사망 사고도 발생할 수 있는 높이였다. ‘200원 짜리 표지판’의 중요성을 실감하며 스티로폼 더미를 힘겹게 빠져 나왔다.

높이가 2m를 넘는 현장이라면 반드시 착용해야 하는 안전벨트를 체험하는 구역은 어떤 안전벨트를 써야 하느냐에 대한 답을 몸소 느끼게 해주는 것이 목적이었다. 건설 현장에서는 상체는 물론 사타구니까지 버클을 채워 추락 시 그네처럼 앉을 수 있는 그네식 벨트와 상체만 감싸는 상체식 벨트가 주로 쓰인다. 한 연구에 따르면 그네식은 추락 후 30분 7초를, 상체식은 1분 38초를 버틸 수 있다. 강사는 “안전벨트는 추락을 막는 도구가 아니라 추락했을 때 구조를 기다리기 위해 착용하는 도구”라며 “상체식은 착용은 편할지 몰라도 체공 시간이 짧고 떨어졌을 때 내장 파열 등의 부상 위험도 크다”고 말했다.

DL이앤씨 ‘안전한숲캠퍼스’에서 교육 참가자들이 지난 22일 그네식 벨트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DL이앤씨

직접 경험해 보니 강사의 경고는 과장이 아닌 듯했다. 먼저 그네식 벨트를 착용한 뒤 기중기에 달린 밧줄에 고리를 연결했다. 기중기가 교육생들의 몸을 들어 올리자 의자에 앉은 듯한 자세로 매달릴 수 있었다. 이어 ‘쿵’ 하는 소리가 나며 교육생들이 10cm 정도 낙하했다. 충격은 있었지만 벨트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몸을 지탱했다. 반면 상체식 벨트는 착용했을 때 불편감은 덜했을지 몰라도 기중기가 몸을 들어올리는 순간 벨트가 복부를 강하게 압박해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이 밖에도 화재 현장 체험, 완강기 사용 체험, 굴삭기 사각지대 체험 등을 진행했다. 실제와 유사한 연출을 해 놓은 세트장 덕에 몰입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안전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면서 DL이앤씨는 안전체험교육을 고도화하고 있다. 체험 교육을 수강한 현장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6월부터는 위험 상황 평가와 관련된 실습 위주로 구성된 2단계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홍성호 DL이앤씨 안전보건팀 부장은 “2단계 교육에서 각종 기계 점검, 환기량 측정 등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교육을 하다 보니 현장 관리자들의 반응이 좋다”며 “지속적으로 교육 과정을 개발해 내년 6월부터는 3단계 교육을 도입해 비상시 대응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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