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안내고 해외 재산 파악도 어려운데...’ 기초연금 타는 복수국적 노인 10년간 5.4배 늘어
지급액 22.8억→212억원, 9.3배↑
장기간 해외 체류, 재정기여도 없어
소득인정액도 낮아, 형평성 논란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기초연금을 타는 복수국적자 노인이 최근 10년 사이에 5배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 지급한다.
복수국적 노인은 외국에서 오랫동안 살았기에 국내에서는 거의 조세부담을 지지 않았을 개연성이 높다. 복수국적자의 현지 부동산, 연금 등 해외 재산을 우리 정부가 파악하기 어려워 재산을 소득으로 변환하는 '소득 인정액'이 낮게 나올 수 있다.
그런데도 국민의 소중한 세금으로 조성한 기초연금을 일반 국민과 똑같이 받는 것이어서 일각에서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기초연금을 타는 복수 국적자는 기초연금 제도가 도입된 2014년 1047명에 그쳤지만, 이후 2018년 2338명, 2021년 3608명, 2022년 4626명, 지난해 5699명으로 매년 증가했다.
지난해 기초연금 수령 복수 국적 노인은 2014년과 견줘서 10년 새 5.4배로 올랐다.
전체 기초연금 수급자에서 차지하는 복수국적자의 비중도 계속 늘어 2014년 0.02%에서 지난해에는 0.09%로 증가했다.
이렇게 복수국적 기초연금 수급자가 늘면서 이들에게 주는 지급액도 2014년 22억8000만원에서 2018년 63억7000만원, 2021년 118억원, 2022년 163억원, 지난해 212억원 등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2014년과 비교해서 지난해 복수 국적자에게 지급한 기초연금액은 9.3배로 급증했다.
이들에게 준 기초연금액이 전체 연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전체의 0.1%로 올랐다.
이들은 인생 대부분을 장기간 해외에 체류해 국내에서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 등 재정 기여도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막대한 혈세가 들어가는 기초연금의 도입 당시부터 형평성 논란이 벌어진 이유다.
정부는 국내에 살지 않는 복수국적 노인은 기초연금을 타지 못하게 기초연금 시행 전에 방지 장치를 마련했다.
즉 기초연금법상 외국에 60일 이상 머무는 65세 이상 하위 70% 노인은 기초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조항을 끼워 넣었다. 이전까지 180일 이상 국외에 체류하면 기초노령연금(기초연금의 전신)을 주지 못하도록 한데서 조건을 더 강화해 체류 기간을 60일 이상으로 단축했다.
이렇게 해서 최소한 국내에 거주하지 않는 등 삶의 기반이 없는 복수국적 노인에게는 기초연금이 지급되지 않도록 했다.
일부 전문가는 "형평성 차원에서 국내 거주 기간 등 기초연금 지급 조건을 보다 더 엄격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일각의 지적을 반영해 정부는 제도 개선을 위해 해외사례를 조사하는 등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가령 스웨덴은 형편이 어려운 65세 이상 노인 대상의 '최저 보증 연금'을 시행하고 있는데, 3년 이상 자국 거주한 사람으로 한정해서 지급하고 있다.
복수국적 노인의 경우 단일 국적 국내 노인보다 더 쉽게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복수국적자의 경우 외국 현지 부동산이나 연금 등 해외 재산과 소득을 한국 정부가 파악하기 어렵다 보니, 부동산 등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금액과 각종 소득을 합쳐 기초연금 지급 기준으로 삼는 소득인정액이 낮게 나온다.
실제 2023년 기준 복수 국적자의 1인당 평균 소득인정액은 월 34만4000원으로 단일 국적자(월 58만7000원)의 58.7%에 머물렀다.
이 때문에 일부 복수 국적자는 외국에 살 때 다달이 수백 달러의 개인연금을 받았는데도, 국내에 들어와 소득 인정액이 '0원'으로 평가돼 기초연금을 받는 사례도 있었다.
기초연금은 65세 이상의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세금으로 마련한 재원으로 매달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노후소득 보장 장치의 하나다. 올해 7월에 도입 10주년을 맞았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해마다 조금씩 오르는 기초연금의 올해 1인당 기준연금액은 월 33만4814원(단독가구 기준 최고 금액)이다.
2024년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 선정기준액은 배우자가 없는 노인 단독가구를 기준으로 월 소득인정액 213만원이다. '월 소득인정액'은 월 소득평가액과 재산의 월 소득환산액을 합친 금액을 말한다.
근로소득, 기타소득(사업·이자소득), 연금소득 등 각종 소득과 일반재산, 금융재산, 부채 등을 소득으로 환산한 금액을 더해서 산정된다.
이런 월 소득인정액이 선정기준액보다 낮으면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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