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속노화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교수 “건강한 식단으로 MZ들과 소통해요”
지난해부터 ‘저속노화’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특히 SNS에서 ‘저속노화쌤’으로 불리며 젊은이들의 열렬한 호응을 얻고 있는 정희원 교수에게 저속노화의 핵심을 물었다.
문득 궁금해졌다. '빵지순례’와 '약과팅’에 심취했던 MZ들이 달콤한 유혹을 이겨내고 렌틸콩과 잡곡밥에 빠져든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정희원 교수가 펴낸 '저속노화 식사법’에 그 정답이 담겨 있다. '저속노화 식사법’은 지난해 내놓은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의 식사 파트 심화 버전이다. 정희원 교수는 "밥만 바꿔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다"고 말한다. 부모 세대보다 만성질환을 일찍 겪는 데다 심지어 오래 앓을 가능성이 높은 젊은 층에게는 희소식이다.
선진국 중 '노인 통합 관리’ 개념 없는 유일한 나라
노화에 관련해 크게 2가지 개념이 있어요. 하나가 역노화(rejuvenation), 즉 회춘을 말해요. 생물학적인 나이를 뒤엎어 당기는 거죠. 쥐 실험에서는 가능한데, 사람에게는 아직까지 쓸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또 다른 개념인 노화 지연(aging retardation)은 노화 속도를 느리게 만드는 겁니다. 노화 속도를 느리게 하는 여러 생물학적인 메커니즘이 있어요. 이 메커니즘을 조작할 수 있는 약을 투여한다거나 생활 습관을 바꿔 동물실험에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어요. 이런 개념들은 사람으로도 연결이 되죠. 저는 처음에는 노화 지연으로 표현했는데 SNS에서 저속노화로 더 많이 사용하더라고요. 이 저속노화와 반대의 개념이 가속노화(accelerated aging)입니다. 노화 소프트웨어나 노화 관련 하드웨어가 1배속이 아니라 2배속, 3배속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거죠. 제가 지어낸 용어들이 아니고, 이런 노화와 관련된 연구들이 일주일에 수백 편씩 쏟아져 나옵니다.
저속노화를 접하면서 노년내과를 알게 된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노인 의학은 소아과의 반대편에 있다고 생각하면 돼요. 70대 후반이나 80대 초반 이상 되면 단순히 증상에 대해 약만 추가하다 보니 약을 한 번에 10개 정도 드시는 분들이 생기는데, 노인 의학에서 그 숨겨진 원인을 찾고 걷어낼 수 있는 약을 빼내기도 합니다. 총체적인 질환과 기능을 다 같이 보고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는 통합적이고 복잡한 과라 할 수 있죠. 소아과에 소아 종양, 소아 신경 등의 분야가 있듯이 노인학이란 콘셉트 밑에 다양한 분야가 있습니다.
어떤 환자가 많이 찾나요.
안타깝게도 제가 보기를 원하는 환자와 저를 찾아오는 환자가 다를 때가 있어요. 제가 매체나 책 등을 통해 전하는 내용은 병원에 안 오려면 어떤 생활 습관을 가져야 한다는 의료 전 단계의 이야기이고, 그런 상담은 원래 노년내과에서 하는 게 아닙니다. 제가 잘 진료할 수 있는 영역은 기능적인 문제로 잘 못 드시고, 잘 못 걷고, 잘 못 주무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부분이에요. 이런 분들이 다니는 여러 진료과를 좀 정리하고 약도 줄이고 앞으로의 돌봄 계획을 수립하는 진료를 합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제가 연수 가서 배운 노인 의학적 방식으로 진료하기가 쉽지 않아요. 미국은 한 환자를 20~30분 정도, 일본은 1시간에 1명쯤, 싱가포르는 거의 반나절에 6~8명까지 봅니다. 국내에서는 반나절에 50명을 보라고 해요. 게다가 50명 중에 제 도움을 반드시 필요로 하는 분은 사실 절반도 안 됩니다.
그럼 그 절반 이상은 노년내과가 생소해서 잘못 찾아온 경우인가요.
‘요즘 컨디션도 안 좋은데 유명하다니 이야기나 들어보자’ 이런 식의 닥터 쇼핑처럼 오는 분들이 많아요. 원래는 어떤 환자가 노인 의학을 이용해야 하는지 시스템에서 정해줘야 합니다. 그러려면 주치의 제도도 있어야 하고요. 주치의가 1차 진료 세팅을 해서 노쇠하고 많은 약을 먹는 환자를 우리에게 보내면 우리가 정리해서 다시 주치의에게 보내는 시스템이 영국 연방 계통의 노인 의학 모델이에요. 그렇게 하면 세계보건기구(WHO)에 나와 있는 노인 진료 매뉴얼을 참고해 의학적인 문제, 돌봄, 사회보장제도 등을 다 연계할 수 있는데, 선진국 중 유일하게 우리나라만 노인 의학적 세팅 없이 마구잡이로 굴러가고 있습니다.
하다못해 몇 세 이상부터 노년내과 이용 가능 같은 기초적인 가이드도 없나요.
이게 좀 복잡한 부분인 것이, 노인 의학에서는 기능적 연령이 중요합니다. 숫자 나이는 의미가 없어요. 85세여도 젊은이와 다르지 않은 기능을 지닌 사람이 있고, 60대 초반에도 이미 노쇠가 심해 질병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기능적 연령에는 지금 사회적 이슈인 노인의 운전 능력도 들어갈 수 있겠죠. 결국 기능적 연령의 통합 판정 체제가 필요해요. 하지만 한국은 노인 의학적인 개념이 사회 전반에 없기 때문에 기능적 연령이 중요하다는 것 자체를 모릅니다. 그러니 노인 운전 사고 기사에 "무조건 65세 이상에게서 면허를 뺏어야 한다"는 식의 댓글이 달리는 거예요.
그래서 SNS를 통해 저속노화 개념과 방법을 열심히 알리고 있는 건가요.
2가지 이유가 있어요. 일단 사람들이 노인 의학이 뭔지 몰라요.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를 경험한 나라들이 어떻게 노인 의학적 개념을 도입해서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나이 들도록 했는지 배우고, 우리도 세팅해야 합니다. 진료하다 보면 화가 나요. 저는 정말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병원 입장에서는 적자를 내는 저성과자예요. 다른 내과는 하루에 120명, 140명씩 진료를 보는데, 노년내과는 하루에 100명 보려면 밤을 새워야 해요. 그렇다고 제가 후학을 양성해도 노인병 클리닉이 있는 큰 병원이 별로 없다 보니 후학들이 갈 데가 없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무엇인가요.
아시다시피 사람들의 건강 상태가 계속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처음에는 정책을 만들어 젊은 사람들의 건강 상태를 바꿔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불가능하단 걸 깨달았어요. 또 정책을 만들어봐야 사람들이 보건소 같은 곳에 저속노화 습관을 배우러 가지 않으리란 걸 알게 됐죠. 결국 대중을 상대로 인식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이 재미있고, 또 멋있는 라이프스타일이 되면 사람들이 따라 하고 싶어지지 않을까 싶은 거죠. 그러기 위해서 노력 많이 했어요. 저는 원래 다큐 모드로 말하는 사람인데, "여러분 이러다 큰일 납니다. 건강하게 드셔야 합니다"라고 진지하게 말하면 "너나 해라" "그렇게 하다간 더 스트레스 받는다" 등 악플이 엄청납니다. 그래서 유머러스한 사진도 올리고 댓글도 많이 달았어요.
"저처럼 살다가는 오히려 화병 걸려 죽는다고요?"
저속노화 식단을 해보면 선순환이 있어요. 정크푸드를 먹으면 혈당 변동성이 악화하고 수면의 질이 떨어져 스트레스호르몬 수치가 올라가요. 그래서 다음 날 정크푸드가 또 먹고 싶어져요. 그러면 편도체가 활성화되고 전두엽 기능이 떨어집니다. 반대로 좋은 식사를 하면 스트레스호르몬 수치는 낮아지고 부종도 빠지고 배는 들어가고 근육이 생기니까 컨디션이 좋아요. 이런 선순환을 경험해본 사람들이 "해보니 좋더라"며 인터넷에 올린 겁니다. 지난해부터 경기가 급격히 꺾인 점도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저속노화 식단을 하다 보면 식비를 아낄 수 있거든요.
값비싼 영양제 살 돈으로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사서 먹는 편이 남는 장사란 말씀을 이번 책에서도 읽었습니다만, 어떻게 식비를 아낄 수 있죠.
제가 식습관을 제일 열심히 공부했던 때는 사실 딱히 월급이 없는 박사과정 학생이었어요. 생존을 위해 렌틸콩을 사다가 끓여서 카레 가루를 뿌려 먹으며 한 끼를 때우고 했던 게 바탕이 된 겁니다. 저속노화 식단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블루 존(장수 마을)’ 식단도 옛날 우리네 못살던 서민이 먹던 식사와 비슷해요. 서민들이 보리에 콩을 넣어 밥 짓고, 강된장에 두부와 채소 반찬이 주였잖아요. 블루 존 식단도 콩이 주요한 단백질 급원이고 통곡물을 주로 먹고 소고기는 언감생심인 초목근피(草木根皮) 생활을 하던 곳에서 생긴 것이에요.
저속노화가 유행하다 보니 '꼭 그렇게 스트레스 받아가며 먹어야 하느냐’는 반발심을 갖는 사람도 생기고 있어요.
반발은 큰 문제가 아닙니다. 사람들 사이에 알려지다 보면 교조주의화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니까 근본 메시지는 사라지고 마치 제가 렌틸콩만 먹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편집돼 유포되는데,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저한테는 중용과 즐겁게 사는 게 중요합니다.
최근 초등학교 4학년 아들용 식사 사진을 두고 반찬 양이 적다고 논란이 있었잖아요.
아이 앞에 놓인 식판을 찍어 SNS에 올렸더니 아동학대라더군요. 아들도, 아내도 이번 일을 알고 있어요. 사실 아들은 마르기보단 오히려 약간 과체중이에요. 식판 사진 때문에 의도치 않은 논란이 일었지만, 무관심보다는 낫다고 봅니다. 악플로 RT(인용)되더라도 저속노화를 몰랐던 사람들이 알게 될 수 있으니까요. 저 역시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 수 있구나’ 배우는 기회가 되고요. 물론 그렇다고 '어그로’를 끌기 위해 하진 않습니다. 저도 악플은 아파요.
유아, 청소년기에도 저속노화 식단을 하는 게 좋은가요.
성장과 노화는 같이 갑니다. 초가공 식품을 아이들에게 왕창 먹이면 성장이 빨라져요. 성장이 빨라지면 키가 더 크느냐? 그렇지 않아요. 성장이 빨라지면 성조숙증이 옵니다. 그러면 제때 성장 스퍼트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키가 안 커요. 부모들은 그런 애들을 또 성장 클리닉에 데려가 성장호르몬을 맞히는데, 성장호르몬의 부작용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결국 대사 소프트웨어는 일찍부터 만들어지기 때문에 나이 들어서보다는 어렸을 때 더 많이 본인 노화 궤적을 관리해야 해요.
그렇다면 노화 전문가로서 느리게 잘 나이 든다는 게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행복한 가정은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톨스토이의 책 '안나 카레니나’에서 가장 유명한 구절이죠. 잘 나이 든다는 건 기본적으로 신체 기능과 인지 기능, 정서와 사회적 기능, 재정적인 측면 등 여러 가지 요소에서 어떤 한 가지라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 거겠죠. 예를 들어 인지 기능이 나빠져 치매가 생기면 아무리 몸이 튼튼하고 돈이 많아도 결국 일상생활을 잘 영위하기 어렵습니다. 삶의 질이 떨어지죠. 따라서 돌봄 요구를 예방하는 게 노인 의학에서는 중요합니다.
내가 매일 먹는 하루 세끼가 누적되어 내 몸의 모든 특성을 만든다. 식사 습관은 그 사람이 겪고 있는 의학적, 기능적 문제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 정희원 교수도 겪었던 일이다. 식단 관리가 안 되다 보니 박사과정 마지막 해에는 첫해 최저 체중과 비교해 거의 10kg이 늘었고 고혈압도 생겼다. 그런 이유로 세상의 수많은 장수 식단 중 DASH(대시) 식단과 지중해식 식단을 합친 'MIND(마인드)’ 식단에 관심을 갖게 됐다.
DASH 식단은 고혈압을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해 고안된 식단이다. 복합탄수화물과 식물성 단백질, 올리브오일 섭취를 강조하며, 붉은 고기를 피하고 나트륨을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중해식 식단의 경우 지중해 연안 국가들의 전통적인 식습관을 반영해 신선한 채소, 과일, 생선, 해산물을 많이 섭취할 것을 권고한다. 두 식단의 장점을 조합하되 뇌 건강에 이로운 식품을 강조한 MIND 식단은 인지 기능 저하를 늦추는 베리류와 푸른잎채소 섭취를 특히 권장한다. 또 낮은 당지수의 복합탄수화물인 통곡물과 콩 등을 주요 칼로리와 단백질원으로 삼아 전체적으로 느리게 소화되고 흡수되어 혈당 수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포만감을 준다.
정희원 교수는 이 같은 저속노화 식단인 MIND 식단을 우리나라 식자재로 쉽게 구현할 수 있도록 설명을 보태 소개 중이다. 정희원 교수는 "내가 MIND 식단을 좋아하는 이유는, 치매를 포커스로 개발했지만 굉장히 넓은 범위를 허용하기 때문"이라며 "기본 원칙만 지키면 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MIND 식사에서는 통곡물을 매일 3회분 이상, 콩류는 매주 4회분 이상 섭취할 것을 권고한다. 이는 밥에 렌틸콩을 비롯한 콩류를 섞어 먹는 것만으로도 실천 가능하다. 퀴노아는 기장, 수수, 피, 조 등으로 대체할 수 있고, '밭에서 나는 고기’ 렌틸콩 대신 단백질 함량이 높은 대두로 가공한 된장, 두부를 섭취해도 좋다.
초가공 식품, 단순당, 정제 곡물은 노화의 가속페달
제가 만들어 먹는 식단을 영양사에게 부탁해 따라 하기 쉬운 레시피로 만들었어요. 우리 집에서는 이것보다 좀 더 본격적으로 먹습니다. 어제 저녁 저와 아내는 병아리콩 30%와 믹스 잡곡 70%를 섞어 밥을 지어 밑반찬 1〜2가지, 아주 많은 양의 순두부를 넣은 순두부찌개와 함께 먹었어요. 오늘 아침 저는 양배추 한 줌과 찐 달걀 2개, 무당 100% 두유에 에스프레소 1샷을 섞어 먹었고요. 아이는 잡곡밥에 생선, 닭고기, 약간의 소고기를 먹기도 합니다. 사실 콩이 들어 있는 밥은 단백질이 충분해서 굳이 메인 메뉴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어요. 닭고기나 기타 고기는 주로 물로 조리해서 국물은 많이 마시지 않아요.
이런 식의 식사를 본격적으로 한 지 얼마나 됐나요.
2012년 전공 2년 차 때부터예요. 1년 차 때 36시간 연속 근무를 일주일에 네 번 정도 하는 생활을 하면서 컨디션이 굉장히 안 좋아졌어요. 옛날에는 저도 칼로리만 맞춰서 먹으면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칼로리를 적게 섭취하는데도 배는 나오고 체력이 떨어지고 근육은 빠져버리니까 어떤 식으로 먹으면 당직을 서면서도 안 죽을 수 있는지 고민했죠. 그때부터 온갖 콩 통조림을 먹기 시작했어요. 제가 박사과정을 할 때 지도해주셨던 교수님한테 이번에 나온 책을 보냈더니, 교수님이 실험실에서 먹던 렌틸콩 얘기하는 거냐고 하셨어요(웃음).
그런데 책을 읽으며 기존의 건강 상식을 뒤집는 몇 가지를 발견했어요. 일단 붉은 고기가 노화를 가속한다는 점에 배신감을 느낍니다.
붉은 고기 자체는 중간이에요. 하지만 불에 탄 고기를 먹으면 발암 물질이 나오니까 나쁜 점이 많고요. 젊은 성인들은 붉은 고기보다 식물성 단백질로 대체하는 게 좋습니다. 젊어서 단백질을 많이 먹으면 '인슐린유사성장인자 1(IGF-1)’과 엠토르 같은 노화의 가속페달이 활성화됩니다. 몸이 고장 나면 그때부터는 근육을 더 많이 축내는 몸으로 체질이 바뀌어요. 젊어서는 단백질에 집착할 필요가 없고 75세 넘으면 그때부터 많이 드시면 좋아요. 여성은 완경기 이후 뼈밀도가 떨어지는데, 이런 분들은 운동 열심히 하면서 붉은 고기 더 드셔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노쇠하면 씹는 힘이 떨어지고 소화가 안 돼 고기가 필요한데도 더 못 먹습니다. 젊을 때 조금만 술과 고기를 아껴놓으면 건강하게 나이 들어 더 오랫동안 즐길 수 있어요.
올리브오일을 가열하면 산패된다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화학 물질의 변화는 없어요. 보통 튀김 요리에 알맞은 기름 온도가 170~180℃인데, 210℃ 이상 끌어올리면 불이 날 수 있겠죠. 아주 신선한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은 좀 더 낮은 발연점을 갖고 있을 수 있으니 가열용으로는 차라리 적당히 싼 올리브오일을 사용하는 편이 낫습니다. 퓨어 그레이드 요리용 올리브오일도 있어요. 가장 좋은 건 치킨, 감자튀김 이런 튀김류를 최대한 피하는 거예요. 씨앗 기름을 가열하면 트랜스 지방이 생겨납니다.
교수님만의 건강한 식재료 및 식단 유지 팁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밥을 지을 때 시중에서 판매되는 혼합 잡곡을 활용해보세요. 직접 여러 종류를 사서 밥 지으려면 불려야 하고 귀찮은데, 이런 점을 고려해 개발된 믹스 잡곡으로 밥을 지으면 소화도 잘되고 맛과 식감도 좋습니다. 다양한 믹스 잡곡을 테스트해보면 자기한테 맞는 게 있을 거예요. 또 우리 집은 샐러드 김장을 담급니다. 한 5일 치 분량을 주말 저녁에 소분해두는 걸 그렇게 표현하는 건데요. 플라스틱 안에 든 샐러드를 사면 비싸지만, 직접 여러 가지 채소를 사서 소분하면 한 끼당 단가가 1000원대로 떨어져요. 냉동 채소, 냉동 블루베리, 렌틸콩 통조림도 유용합니다.
단숨에 바꾸기 힘든 식습관, 이것부터 먼저 시작해보라고 권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초가공 식품을 피하세요. 식료품점, 슈퍼마켓 매대에서 파는 음식 대부분이 원재료를 알아볼 수 없게 만든 초가공 식품이에요. 탄단지 동일한 성분이라도 극단적으로 인공감미료나 화학첨가물을 넣은 초가공 식품을 먹으면 도파민과 엔도르핀이 나와 원래 자기 양보다 더 많이 먹게 돼요. 초가공 식품과 더불어 단순당 및 정제 곡물, 콜라·사이다·주스 같은 액체로 된 칼로리 음료만 피해도 많은 것이 좋아집니다.
평소 먹는 음식들에서 빼내는 게 중요하네요.
초가공 식품, 단순당, 정제 곡물에 중독돼 있는 한 악순환이 반복되니까요. 더 비만해지고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스트레스호르몬 수치가 올라가면 화가 많아지니까 제 동영상 보면서 악플 달고 싶어지고, 생산성이 떨어지니 야근하게 되고요. 야근하면 집에 가서 맥주 마시죠. 다음 날 출근해서 점심시간에 흰쌀밥 먹으면 오후에 '브레인 포그(머리에 안개가 낀 것 같은 상태)’ 때문에 정상적인 업무가 안 됩니다. 그러면 커피를 들이붓고 당 떨어졌다며 과자 먹고요. 이런 가속노화의 환경에서 빠져나오지 않으면 희망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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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상윤
사진제공 문학동네
윤혜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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