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고 떠났지만 더 팍팍한… 일제강점 ‘버텨내는 삶’

안진용 기자 2024. 8. 26.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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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공개된 애플TV+ '파친코 시즌2'의 정서는 주인공인 젊은 선자(김민하 분·아래 사진)의 이 한 마디로 응축된다.

하지만 전쟁의 위협 속에서 김치를 만들 재료도 구하기 힘들어지고, 법 없이도 살 수 있던 선자는 밀주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파친코 시즌2'에서는 조선인 사업가 한수(이민호 분)의 비중이 커졌다.

시즌1 공개 당시 시카고 선타임스가 "TV 역사상 가장 탁월한 오프닝"이라고 평가했던 '파친코'의 두 번째 시즌 오프닝 역시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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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TV+ ‘파친코 시즌2’ 공개
일본 오사카에 터 잡은 선자 가족들
어디에도 못섞이는 ‘경계인’ 일뿐
젊은 선자 지켜보는 사업가 한수
시대를 이겨내는 또 하나의 군상
미국 매체 “현대최고의 드라마 작품”
총 8편 구성… 매주 한 편씩 공개

“버텨낼 낍니다. 항상 그런다 아입니까?”

지난 23일 공개된 애플TV+ ‘파친코 시즌2’의 정서는 주인공인 젊은 선자(김민하 분·아래 사진)의 이 한 마디로 응축된다. 일제강점기, 부산을 떠나 일본 오사카(大阪)에 터를 잡은 선자 가족의 삶은 고단하다. ‘살기 위해’ 고향을 떠났지만 오사카 생활은 더 팍팍하다. 그들의 버티는 삶은, 그 시절을 관통한 한국인 이민자들의 일상이자 숙명이었다고 ‘파친코2’는 웅변한다.

시즌2는 1945년과 1989년의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된다. 1945년 오사카 장터에서는 한국어와 일본어가 질서없이 섞인다. 김치를 만들어 파는 선자는 “맛도 좋고 속도 든든할 것”이라며 “고향의 맛을 느껴 보이소”라고 외친다. 하지만 전쟁의 위협 속에서 김치를 만들 재료도 구하기 힘들어지고, 법 없이도 살 수 있던 선자는 밀주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두 아이를 키우는 선자에게 먹고사는 것이 가장 중하다.

1989년 도쿄(東京), 노년 선자(윤여정 분)의 손자 솔로몬(진하 분)은 일본 재계 실력자의 눈 밖에 나서 투자조차 받기 힘들다. 일본에서 태어나 미국 유명 대학에서 유학까지 마쳤지만 여전히 그는 한국, 일본, 미국 어디에서도 온전히 섞이지 못하는 ‘경계인’일 뿐이다. 선자의 서툰 일본어 말투를 꼬집으며 타박하는 일본인 상인에게 솔로몬은 “당신 같은 멍청이는 우릴 무시할 자격이 없어”라고 성을 낸다. 하지만 일본인들의 눈에는 한국인 이민자 가족의 자격지심으로 보일 뿐이다. 또한 오랜 차별에 익숙해져 불합리한 대우에 항변 한번 못하고 고개 숙이는 노년 선자의 모습은 애달프다.

‘파친코 시즌2’에서는 조선인 사업가 한수(이민호 분)의 비중이 커졌다. 그는 격랑의 시대를 돌파하는 또 다른 인간 군상을 보여준다. 일본 유력 가문의 사위가 된 한수는 지배 계급이다. 그럼에도 일본 정치인들은 회식 자리에서 “식민지에는 쌀이 남아도는데 조선인이 등에 쌀을 지고 헤엄쳐 오게 하면 어떨까요? 게으른 바퀴벌레들에게 좋은 약이죠”라며 은근히 그의 신분을 비꼰다. 하지만 한수는 결코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시즌1에서 간토(關東)대지진을 겪으며 단단해진 한수에게 ‘조선’은 멀리할 존재고, ‘돈’은 취해야 할 대상이다.

하지만 피가 돈으로 치환될 순 없다. 부산에서 정을 통한 젊은 선자를 늘 지켜보는 한수는 선자가 홀로 키우고 있는 숨겨진 아들 노아(박재준 분)에게 “배울 수 있는 모든 것을 배워라. 모든 조선인들을 위해서”라고 가르친다. 노아의 재능을 알아본 학교 교사는 와세다(早稻田)대 대학 시험 기출 문제집을 건네고, 이 안에는 이 교사의 한국 이름이 적혀 있다. 드러내놓고 조선인으로 살 순 없어도, 조용히 조선인을 응원하고 교육을 그 해법으로 제시하는 과정은 뭉클하다.

시즌1 공개 당시 시카고 선타임스가 “TV 역사상 가장 탁월한 오프닝”이라고 평가했던 ‘파친코’의 두 번째 시즌 오프닝 역시 흥미롭다. 등장 인물들이 화려한 파친코를 배경으로 춤을 춘다. 시즌1의 오프닝을 장식한 미국 밴드 그래스 루츠의 ‘레츠 리브 포 투데이’(let’s live for today)에 이어 시즌2 오프닝 곡은 같은 밴드의 ‘웨이트 어 밀리언 이어스’(Wait a million years)다. ‘100만 년 동안 네가 오길 기다린다’는 가사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4대에 걸쳐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가족, 즉 뜨거운 핏줄에 대한 갈망으로 읽힌다. 미국 매체 콜라이더는 시즌2에 대해 “현대 최고의 드라마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작품”이라고 호평했다.

한편 재미교포인 이민진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상으로 옮긴 ‘파친코 시즌2’는 총 8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23일 1회가 공개됐고, 매주 한 편씩 애플TV+를 통해 공개된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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