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공포’는 신기술로, ‘캐즘’은 신차로… 전기차, 이중고 넘는다[자동차]
배터리 화재로 ‘포비아’ 확산
제조사 적극 공개로 진화 나서
현대차, 전차종에 BMS 적용
KG, 화재예방 SW개발 마쳐
업계, 새 모델 계획대로 선봬
폴스타4·타이칸·어벤저 출격
국내외 완성차 업계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장기화 속에서 잇따른 전기차 화재 사고로 인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최근 발생한 각종 전기차 화재, 폭발 사고의 원인으로 전기차 배터리가 의심되면서 완성차 기업들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고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등 안전 기술을 적극 알리며 ‘전기차 공포증(포비아)’ 확산 방지에 안간힘을 쓰는 한편, 올해 하반기 전기차 신차 출시를 예정대로 추진하며 차량 안전성, 성능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
26일 관련 업계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외 자동차 브랜드 21곳은 총 69종의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했다. 공개된 차종 중 43종(62.3%)은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제품을 탑재했고, 다른 17종(24.6%)은 CATL과 파라시스 등 중국 기업의 배터리를 장착했다. 나머지는 생산 연도나 트림별로 구분해 한 차종에 국산과 중국, 일본 제조사의 배터리가 함께 들어갔다. 완성차 업체들은 그간 ‘영업비밀’을 이유로 배터리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 사고 차량인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 전기차에 세계 10위권 기업인 파라시스의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명 브랜드 고가 차량에 왜 중국 후발 기업 배터리가 쓰였느냐”는 논란이 커졌다. 이에 따라 배터리 제조사를 알려달라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빗발치자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국내 브랜드가 선제적으로 배터리 정보를 공개했다. 벤츠 등 수입차 브랜드도 뒤늦게 배터리 정보 공개 행렬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지프, 푸조 등이 소속된 스텔란티스는 순수 전기차뿐만 아니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에 들어간 배터리 제조사 정보도 함께 공개했다.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안전 관리 시스템도 적극 공개하고 있다. 배터리 공개에 끝까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던 미국 테슬라는 이례적으로 운전자들에게 자사 제품의 안전성을 소개하는 메일을 보냈다. 테슬라는 메일을 통해 “테슬라 배터리 관리 시스템을 통해 배터리 이상 증상이 감지되면 고객에게 이를 알리고 긴급출동 서비스나 서비스센터 예약 등의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5일 현재 판매 중인 전기차에 적용된 BMS 기술을 이례적으로 세세하게 공개하며 앞으로 출시될 모든 차종에 BMS 신기술을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KG모빌리티(KGM)는 완속 충전기 화재 예방을 위해 완성차 업계에서 유일하게 정부출연기관과 협력해 차량 BMS 및 EVCC(EV 커뮤니케이션 컨트롤러) 소프트웨어 개발을 지난달 말 마쳤다.
국내외 자동차 브랜드는 캐즘과 화재라는 두 가지 악재 속에서도 새로운 전기차 모델을 계획대로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기아는 최근 선보인 EV3에 이어 내년 EV4, EV5 등 전기차 모델을 순차적으로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스웨덴 전기차 브랜드인 폴스타는 지난 13일 쿠페형 전기 SUV인 폴스타 4를 출시했다. 폴스타코리아는 이날 “폴스타 차량은 전 세계적으로 16만 대 전기차가 판매됐지만 화재 보고는 0건”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포르쉐코리아는 최근 자사에서 가장 잘 팔리는 인기 전기차인 ‘타이칸’의 부분 변경 모델을 국내에 공식 출시했다. 이번 모델은 1번 충전하면 최대 500㎞까지 주행이 가능해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를 갈 수 있다. 배터리 용량을 최대 105㎾h로 늘리며 이전보다 주행 거리가 197㎞ 가까이 늘었다. 포르쉐는 올해 안에 전기 SUV인 ‘마칸 EV’도 내놓을 예정이다. 지프는 자사의 첫 순수 전기차인 ‘어벤저’를 다음 달 국내에 출시한다. 어벤저는 지난 2022년 말 유럽에서 출시된 이후 10만 건의 계약을 돌파한 모델로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가능거리는 295㎞다.
완성차 업체들의 이 같은 행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동차 시장의 (자동차가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전환하는)‘전동화’ 흐름이 대세가 되고 있는 만큼 제품 경쟁력을 잃지 않으면서도 안전성을 더욱 높인 차량을 선보여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최지영 기자 goodyoung17@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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