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 불투명한데, '열섬효과'까지… 그린벨트 해제 의문들 [추적+]
국토부 8ㆍ8 부동산 대책 발표
그린벨트 풀어 8만호 공급 계획
이전 정부도 그린벨트 해제 결정
주택 공급 위해 그린벨트 해제
실질적 공급 효과 있는지 의문
해제시 도심 온도 상승 분명해
그린벨트 해제는 새로운 카드가 아니다. 이전 정부들도 '주택 공급'이란 목표를 내걸고 그린벨트를 해제해 왔다. 이명박 정부의 강남 보금자리주택지구가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 역시 3기 신도시를 위해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했다. 하지만 장기적인 주택 공급 효과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8ㆍ8 부동산 대책을 통해 그린벨트를 해제하겠다고 밝힌 윤석열 정부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역대 정부는 주택 공급이 막힐 때마다 그린벨트 해제를 결정했다.[사진=뉴시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8/26/thescoop1/20240826091017618slue.jpg)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또다시 '공급 카드'를 내밀었다. 가장 규모가 큰 카드는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다. 서울과 경기도 그린벨트를 풀어 8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게 골자다. 사실 그린벨트 해제는 파격적이거나 새로운 정책은 아니다. 이전 정부도 '주택난 해결'이란 미명으로 그린벨트를 여러 차례 해제했다.
그 역사를 서울부터 짚어보자. 총 25개구 중 그린벨트가 있는 자치구는 동대문구ㆍ동작구ㆍ성동구ㆍ영등포구ㆍ용산구ㆍ중구를 제외한 19개구다. 이중 그린벨트가 풀려서 '주택'이 들어선 곳은 서초 보금자리주택지구, 강남 보금자리주택지구, 송파 위례공공주택지구, 강동 고덕강일공공주택지구, 중랑 신내4공공주택지구, 은평 진관동, 양천 신정4 보금자리주택지구, 구로 천왕2 국민임대지구 등이다.
가령, 강남 보금자리주택지구에는 94만m²(약 28만평)의 땅에 6821호가 들어섰다. 서초 공공주택지구에는 77만㎡(약 23만평) 규모에 4400호의 공공주택을 만들었다. 신내4공공주택지구의 경우, 12만㎡(약 4만평) 부지에 788호를 세웠다.
이처럼 그린벨트 해제 지역에 만들어진 택지를 모두 합한 뒤 주택 1호에 필요한 면적을 계산하면 대략 160㎡(약 48평)다.[※참고: 주택 면적별 계산을 따로 하지 않은 값이다. 공공주택지구 내 상업 구역 등도 고려하지 않았다. 그래서 상업 구역이 많은 곳이라면 실제 주택 건설에 필요한 토지 면적은 더 감소한다.]
정부가 내세운 '8만호 플랜'을 달성하려면 12.83㎢(약 388만평=160㎡×8만호)가 필요하단 얘기다. 얼마나 큰 규모일까. 서울에 있는 전체 그린벨트 면적은 149㎢다. 경기도는 1131.25㎢로 서울은 수도권 그린벨트의 11.0%를 차지한다. 8만호 공급에 필요한 면적은 12.83㎢이니, 전체 수도권 그린벨트의 1% 정도다. 이렇게 보면 매우 적은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8만호를 위해 필요한 땅은 웬만한 신도시 택지보다 더 넓다.

실제 사례도 있다. 수도권 대규모 공급 대책을 발표한 문재인 정부는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택지를 마련했다. 200만호 이상을 공급하기로 계획한 3기 신도시 면적의 94.0%는 그린벨트 내에 있었다.
그중 가장 큰 규모였던 남양주 왕숙 신도시는 10.29㎢로 여기에만 5만2000호를 계획했다. 남양주 왕숙지구와 같은 수준으로 주택을 공급한다면 8만호를 위해 필요한 그린벨트 해제 면적은 16.4㎢로 더 늘어난다. 12.83㎢의 1.6배 규모다.
■ 의문➊ 공급 효과 = 그렇다면 남양주 왕숙지구보다 1.6배 큰 8만호를 서울ㆍ경기에 공급하면 주택난을 해소할 수 있을까. 전례前例의 기록을 살펴보자. 2018년 12월 9000호 규모의 송파 헬리오시티가 입주를 시작하자 송파구의 아파트 전세 시장은 식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송파구의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2018년 12월 73.6포인트에서 2019년 1월 73.3포인트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평균 하락치 0.1포인트(79.4→79.3)보다 더 내려앉았다.
하지만 더 떨어지거나 일정한 수위를 유지하던 송파구의 전세가격지수 하락세는 2019년 5월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9000호란 대규모 공급의 약발이 반년 만에 끝났다는 얘기다. 거꾸로 말하면, 주택 가격을 낮추기 위해선 9000호 규모의 대단지를 반년마다 공급해야 한다는 거다.
9000호 수준을 넘어서는 물량이더라도 과잉 공급에서 기인한 '가격하락' 효과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남양주 왕숙지구처럼 정부가 3기 신도시를 통해 대규모 주택 공급을 예고했는데도 집값은 떨어지지 않았다. 이는 그린벨트를 해제하면서까지 주택을 공급해도 효과가 미미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 의문➋ 그린벨트 대안 = 이 지점에서 개발론자들은 이같은 반론을 펼 수 있다. "그린벨트는 개발을 할 수 없는 무의미한 땅 아닌가. 그럼 공급 효과가 미미하더라도 푸는 게 상책이다." 왜곡이다. 그린벨트의 역할은 분명하다. 도심의 열섬현상을 완화하는 데 그린벨트 같은 녹지가 필요하다는 건 반박의 여지가 없다.
그린벨트를 해제해 도시 면적을 늘리고 녹지를 무턱대고 줄이면 가뜩이나 심각한 더위는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주택 공급 효과는 불분명하고 확신하기 어렵지만 폭염이 강해질 것이란 건 '피하기 어려운 미래'다.

![[사진=뉴시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8/26/thescoop1/20240826091021472vqfl.jpg)
이를 의식해서인지 정부는 그린벨트 중에서도 '이미 사용 중이어서 보존 효과가 미미한 3등급' 위주로 주택을 개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문제는 '3등급 그린벨트'는 해제하더라도 '대체 녹지'를 지정할 의무가 없다는 점이다.
정부 역시 '줄어든 그린벨트만큼을 어떻게 대체할지'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지난 2월 환경평가에서 1ㆍ2등급을 받은 그린벨트를 '대체지 조성'을 조건으로 풀어준 것과 대조적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8ㆍ8 부동산 공급대책이 발표된 직후 그린벨트 해제를 비판했다. 지난 12일에도 "그린벨트 해제로 집값을 잡아낸 역사는 없다"며 "녹지만 줄어들 뿐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수도 없는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오는 11월이면 정부는 그린벨트 중에서 구체적인 택지 후보지를 발표한다. 대체지도 없는 그린벨트 해제는 주택 공급 효과라도 발휘할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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