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미국은 삼성·하이닉스까지 노려"…반도체 '쩐의 전쟁'이 진짜 무서운 이유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8. 26. 09:03
[교양이를 부탁해]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 & 김창욱 보스턴컨설팅그룹 파트너
성장에는 힘이 필요합니다. 흔들리지 않을 힘, 더 높이 뻗어나갈 힘. 들을수록 똑똑해지는 지식뉴스 "교양이를 부탁해"는 최고의 스프 컨트리뷰터들과 함께 성장하는 교양인이 되는 힘을 채워드립니다.
김태유 교수 : 바이든 대통령이 작년에 칩4 동맹을 선언했잖아요. 미국이 한국과 타이완의 방위를 책임지겠다는 뜻이라고 볼 수 있죠.
*칩 포(Chip 4) : 미국 주도로 한국, 일본, 타이완 4개국이 중국을 배제하고 안정적인 반도체 생산·공급망 형성을 목표로 추진 중인 동맹.
그런데 만약 타이완이 중국으로부터 침략을 당하면 TSMC를 폭격해서 폭파해 버려야 된다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즉, 미국이 실제로 보호하고 싶은 것은 TSMC지 타이완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미국이 진짜 보호하려는 것은 삼성전자 반도체와 SK하이닉스 반도체지 한국이 아니라고까지 생각할 수 있다는 거죠.
왜냐하면 1950년 애치슨 선언이라고 들어보셨죠? 미국의 극동 방위선이 알류샨 열도로부터 일본 오키나와, 필리핀을 포함하고 있다는 건데요. 이는 곧 한국하고 타이완은 포함돼 있지 않다는 거거든요. 왜 그런 선언이 나왔는가. 많은 사람들이 '이건 정치적인 오판이다. 뭔가 잘못된 거다'라고 얘기하는데 제가 하는 평가는 조금 다릅니다.
* 애치슨 선언 : 1950년 미국 국무장관 애치슨이 발표한 미국의 극동 방위선. 태평양에서 미국의 지역 방위선을 알류샨 열도 - 일본 - 오키나와 - 필리핀을 연결하는 선. 결과적으로 한국이 미국의 방위선에서 제외.
1950년도 우리나라의 주 수출품이 어패류였어요. 한천과 오징어가 최고 수출품이었어요. 그러니까 미국으로서 한천과 오징어를 수출하는 나라를 꼭 지켜야 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서 의문이 있다는 거예요. 그럼 미국이란 나라는 나쁜 나라냐, 세계 열강이, 모든 나라가 다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우리나라도 그렇게 하고 있어요. 우리가 지금 외교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가 193개국이나 됩니다. 그중 36개 나라에는 외교 사절을 파견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그 나라에서 우리 한국하고 교역할 만한 상품도 없고 국제적인 가치가 떨어지니까 안 하는 겁니다. 이건 국제 관계의 원칙입니다.
김창욱 파트너 : 미국의 칩스 액트를 보면 주요 골자가 생산 시설이나 연구 시설을 만들면 약 70조 7천200억 원을 지원하겠다는 거거든요. 유럽도 최근에 약 68조 원 규모의 유럽 EU 칩스 액트를 얘기를 하고 있고 일본도 총규모는 약 27조 2천억 원 정도의 수준이겠지만 늘려가겠다는 인센티브가 있고요.
* 칩스 액트(CHIPS and Science Act of 2022) : 미국이 자국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는 등의 목적을 위해 만든 법. 반도체와 과학 산업에 약 366조 원을 투자하는 것을 골자로 해 '미국 반도체 지원법'으로도 불림.
왜 다른 나라가 저렇게까지 지원할까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하는데요. 반도체 산업이 국가 경제와 안보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출발한 거거든요. 한 번 반도체 패권을 놓치면 우리는 패권에 절대 다시는 못 들어가는 겁니다. 종속된다는 거죠. 그래서 반도체를 무조건 선점하겠다는 싸움이 붙은 거고 국가 패권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Q. 지금 미중 갈등이나 전쟁 같은 상황들도 사실상 반도체를 다른 패권국에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싸움을 벌이고 있는 거죠?
김태유 교수 : 그렇죠. 세부적으로 보면 미국의 엄청난 보조금 때문에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미국에 투자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우리가 미국에 투자하면 미국에서 기술이 개발되겠죠. 우리나라에서 자체적인 기술에 초격차를 만들지 못하는 순간 대한민국의 반도체 위기가 오고 국가에 위기가 오게 됩니다.
김창욱 파트너 : 미국과 중국의 관계에서는 군사적인 목적이 매우 큽니다. 그래서 인공위성과 우주선을 비롯한 여러 가지 무기들에 반도체가 엄청난 역할을 하기 시작했어요. 미국과 중국이 서로 겨루기 시작하면서 칩스 액트가 발효되는데 가장 큰 파급력을 가졌던 것이 '중국에 오늘날 NVIDIA에서 만드는 슈퍼컴퓨터용 AI 반도체를 팔지 않겠다'였어요.
왜냐하면 중국이 인공위성을 만들고 최근 우주선을 쏘아 올리고 있는데 NVIDIA의 반도체 칩들이 없으면 전체적인 기초과학이 부족해지는 거죠. 중국은 현재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없어요. 그래서 가장 먼저 중국에 NVIDIA 고성능 AI 반도체 수출하는 것을 막아놓고 그 뒤에 경제 제재를 가하는 겁니다.
미국이 미중 분쟁 분위기를 만들고 칩스 액트를 발효한 다음 노렸던 거는 미국 내에 생산 시설을 유치하겠다는 거잖아요. 중국이 전 세계 반도체 수입량의 약 40%를 차지해요. 그런데 중국이 '중국 제조 2025'를 발효해서 반도체 자급률을 현재 약 20%인데 7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합니다. 이는 곧 미국 포함한 모든 반도체 수출국에 없어지는 수요예요. 이걸 막아내야 하는 거죠.
* 중국 제조 2025 : 중국이 2015년에 발표한 제조 강대국이 되고자 하는 산업 고도화 전략으로 반도체 자급률 70% 목표 선언.
또 미국이 중국이 생산하던 것을 미국이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칩스 액트 전후에 우리나라가 한 번 발칵 뒤집혔었죠. 미국의 첨단 장비는 마켓 셰어가 90%예요. 장비가 없으면 반도체 생산이 안 됩니다. 그러니까 이 물량을 중국령으로 안 팔겠다는 얘기를 한 거예요. 중국 우시, 시안 등에 한국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팹들이 있어요. 이 팹이 앞으로 몇 년 뒤에는 장비를 수출하지 않으면 팹이 멈추게 되는 위기거든요. 그러니까 미국이 수를 쓴 게 자기가 거의 독점하다시피 한 고급 장비들을 중국령으로 안 파는데, 피해자는 중국도 있지만 한국 팹을 공략했죠. 그러면 한국이 위기가 생겼죠. 그런 다음에 미국이 칩스 액트를 세게 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 놓은 거예요.
그런데 중국령으로 반도체 장비를 팔지 말라고 하면 이 장비사들이 심하게는 10%에서 30%의 매출이 없어지게 돼요. 미국이 "1년 동안 유예해 주겠다, 분위기 보고 내년에 다시 결정할게"라고 했거든요. 날아갈 수 있다는 걱정을 시켜놓고 실제로 30%의 매출이 날아가지 않는 거죠. 그 걱정을 온전히 한국이 다 받았어요. 그래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팹의 손실 금액이 약 40조~50조 원이 될 거라고 추산했거든요. 그렇게 되면 한국은 겁이 나죠. 다들 눈치 보면서 이제 미국에 팹이 몰리기 시작했습니다. 칩스 액트를 공식적으로 발효시킨 엄청난 전략이거든요.
김태유 교수 : 칩스 액트가 발효되는 시점부터 큰 변화가 생겼는데 우리 자체 지역에서 자급자족해 보겠다는 움직임으로 바뀌어요. 예를 들면 모바일 폰을 만들면 세계적인 흐름이 미국이 반도체에 대한 설계 장비를 중국이나 한국 쪽으로 수출하고요. 한국이나 중국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만들고 미국에서 일부 설계를 해서 한국의 파운드리(제조 공장)나 타이완의 TSMC 파운드리에서 생산하죠. 그리고 중국의 폭스콘으로 칩을 넘겨요. 이후 스마트폰으로 완성되어 다시 미국으로 수출되는 이런 모습이에요. 그래서 전체적인 공급망이 전 세계를 거쳐 만들어졌었어요.
미국의 경우에는 칩스 액트가 미국 내에 반도체 생산을 하겠다는 취지라고 하지만 문제는 인건비가 비싸잖아요. 그래서 후공정을 인건비가 싼 남미에서 진행합니다. 또 미국은 반도체 인력이 부족해요. 그래서 캐나다, 미국, 남미에 프랜드 쇼어링이라는 이름으로 협업해서 인력을 충원하고 있죠.
EU에서는 독일에서 옛날부터 인텔이 생산하던 생산 기지들이 있으니까 독일을 중심으로 전 공정을 생산하고, 후공정은 폴란드와 같은 국가에서 생산해서 인건비를 낮추고, 머리는 이스라엘에서 데려오면서 동맹을 지역적으로 굳혀가는 모습입니다. 기존에 전 세계 국가들이 함께 공정에 참여하는 것에서 지역적으로 나뉘는 움직임으로 바뀌어 가면서 반도체 패권 싸움에서 기존의 틀이 바뀌고 있는 상황이에요.
이런 흐름에서 동떨어져 있는 게 일본과 우리나라예요. 일본 같은 경우는 전통적으로 반도체 소부장이 강한 나라죠. 예를 들면 해외에 TSMC의 팹과 마이크론의 메모리 팹을 유치해서 일본에 있는 소부장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그래서 고립된 모습으로 일본 내 생태계를 더 강화하겠다는 움직임으로 가고 있어요. 반면 한국은 정부 주도가 아닌 기업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어요. 반도체 패권 확보가 더 어려워지는 상황에 가까워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김태유 교수 : 결국 전략적으로 얘기하면 우리가 현재 반도체를 잘하고 있지만 우리 혼자 잘하는 독점 패권으로는 가서는 안 됩니다. 함께 잘하는 과점 패권으로 가야 하거든요. 과거 농업사회는 모든 가치가 땅에서 창출됐어요. 쌀이든지 밀이든지요. 그러니까 땅을 뺏는 건 다 독점이죠. 다시 말해 로마 제국, 몽골 제국 다 독점 패권 국가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상품을 생산하려고 그러면 기술도 필요하죠. 자본도 필요하죠. 소재, 부품, 장비, 인력 모든 게 필요하잖아요. 그러니까 어느 나라도 그걸 다 가지기는 굉장히 어려워요. 미국 같은 나라조차도요. 그래서 함께 연대해서 동반성장을 꾀하고 있죠.
* 과점 패권 : 여러 나라가 함께 패권을 이끌어가는 방식.
그러니까 우리나라가 어떻게 반도체에 있어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국가와 동반 성장하는 과점 패권국이 되느냐가 가장 중요한 숙제인 것 같아요.
Q. TSMC가 일본의 공장을 이제 반도체 공장을 지었잖아요. 주변에 선택지라면 한국도 있었을 텐데 굳이 일본을 선택했던 이유가 있을까요?
김창욱 파트너 : 가장 첫 번째로는 경제적 이유입니다. 일본이 처음에 TSMC 구마모토 팹을 유치할 때 한화로 대략 20조 원 정도가 들었거든요. 그중에 건설비 40%를 한 방에 계좌로 꽂아줬어요. 직접 생산비에 인센티브를 찔러줬죠.
또 일본에서 제시했던 게 소니가 있어요. 소니가 TSMC에 맡기는 제품 중 우리 핸드폰 뒤 카메라에 들어가는 시모스 이미지 센서(CIS)라는 반도체가 있습니다. 소니가 전 세계 최고예요. 소니의 고객이 TSMC에 '모두 이걸 맡기겠다'라고 한 셈이죠. 그러니까 경제적 이유로 일단 고객이 확보된 겁니다. CIS 팹을 만든 거예요.
세 번째가 TSMC에 중국이 침공하면 가장 먼저 엔지니어들을 전부 다 미국으로 공수하고 타이완 TSMC는 폭파한다는 계획이거든요. 시나리오적으로 중국이 타이완을 침공할 확률이 거의 100%까지 올라왔다는 소문은 돌고 있고, 물론 미국도 있겠지만 TSMC를 어느 우방국에다 놓을 거냐가 고민인 겁니다. 일본은 워낙 우호적인 국가죠. 정부 인센티브, 고객 확보, 우호국. 삼박자가 다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갔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김태유 교수 : 그런데 일본은 지진의 나라 아닙니까? 지진이 나면 반도체 생산이 어려울 거로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TSMC 공장을 짓는 입장에서 한국도 아주 안전하다는 판단은 북핵 때문에 할 수가 없었어요. 또 한국에는 TSMC의 파운드리에 도전할 수 있는 유일한 경쟁자가 있어요. 그런데 한국에 공장을 지어서 기술을 전수해 줄 이유가 없죠. 그러니까 타이완하고 한국은 굉장히 경쟁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성장에는 힘이 필요합니다. 흔들리지 않을 힘, 더 높이 뻗어나갈 힘. 들을수록 똑똑해지는 지식뉴스 "교양이를 부탁해"는 최고의 스프 컨트리뷰터들과 함께 성장하는 교양인이 되는 힘을 채워드립니다.
▶ 교양이 노트
오랜 시간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 점유율을 자랑해 온 한국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압도적인 규모의 국가 주도 투자와 그간의 암묵적 약속을 무시하는 보호무역주의 때문이죠. 너도나도 이 첨단 기술 전쟁에 사활을 걸고 참전하는 이유는 '반도체'가 차기 패권국을 결정할 핵심 산업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초유의 상황에서 과연 한국이 첨단 산업 과점 패권을 선취하고 일류 국가로 올라설 수 있을지 파헤쳐 봤습니다.
김태유 교수 : 바이든 대통령이 작년에 칩4 동맹을 선언했잖아요. 미국이 한국과 타이완의 방위를 책임지겠다는 뜻이라고 볼 수 있죠.
*칩 포(Chip 4) : 미국 주도로 한국, 일본, 타이완 4개국이 중국을 배제하고 안정적인 반도체 생산·공급망 형성을 목표로 추진 중인 동맹.
그런데 만약 타이완이 중국으로부터 침략을 당하면 TSMC를 폭격해서 폭파해 버려야 된다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즉, 미국이 실제로 보호하고 싶은 것은 TSMC지 타이완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미국이 진짜 보호하려는 것은 삼성전자 반도체와 SK하이닉스 반도체지 한국이 아니라고까지 생각할 수 있다는 거죠.
왜냐하면 1950년 애치슨 선언이라고 들어보셨죠? 미국의 극동 방위선이 알류샨 열도로부터 일본 오키나와, 필리핀을 포함하고 있다는 건데요. 이는 곧 한국하고 타이완은 포함돼 있지 않다는 거거든요. 왜 그런 선언이 나왔는가. 많은 사람들이 '이건 정치적인 오판이다. 뭔가 잘못된 거다'라고 얘기하는데 제가 하는 평가는 조금 다릅니다.
* 애치슨 선언 : 1950년 미국 국무장관 애치슨이 발표한 미국의 극동 방위선. 태평양에서 미국의 지역 방위선을 알류샨 열도 - 일본 - 오키나와 - 필리핀을 연결하는 선. 결과적으로 한국이 미국의 방위선에서 제외.
1950년도 우리나라의 주 수출품이 어패류였어요. 한천과 오징어가 최고 수출품이었어요. 그러니까 미국으로서 한천과 오징어를 수출하는 나라를 꼭 지켜야 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서 의문이 있다는 거예요. 그럼 미국이란 나라는 나쁜 나라냐, 세계 열강이, 모든 나라가 다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우리나라도 그렇게 하고 있어요. 우리가 지금 외교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가 193개국이나 됩니다. 그중 36개 나라에는 외교 사절을 파견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그 나라에서 우리 한국하고 교역할 만한 상품도 없고 국제적인 가치가 떨어지니까 안 하는 겁니다. 이건 국제 관계의 원칙입니다.
반도체 패권이 중요한 이유: 국가의 안보가 걸린 반도체
조 바이든ㅣ미국 대통령 (지난 2022년 8월)
미국 역사에서 한 세대에 한 번뿐인 투자이자, 미국 국민이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법에 서명했습니다.
김창욱 파트너 : 미국의 칩스 액트를 보면 주요 골자가 생산 시설이나 연구 시설을 만들면 약 70조 7천200억 원을 지원하겠다는 거거든요. 유럽도 최근에 약 68조 원 규모의 유럽 EU 칩스 액트를 얘기를 하고 있고 일본도 총규모는 약 27조 2천억 원 정도의 수준이겠지만 늘려가겠다는 인센티브가 있고요.
* 칩스 액트(CHIPS and Science Act of 2022) : 미국이 자국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는 등의 목적을 위해 만든 법. 반도체와 과학 산업에 약 366조 원을 투자하는 것을 골자로 해 '미국 반도체 지원법'으로도 불림.
왜 다른 나라가 저렇게까지 지원할까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하는데요. 반도체 산업이 국가 경제와 안보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출발한 거거든요. 한 번 반도체 패권을 놓치면 우리는 패권에 절대 다시는 못 들어가는 겁니다. 종속된다는 거죠. 그래서 반도체를 무조건 선점하겠다는 싸움이 붙은 거고 국가 패권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Q. 지금 미중 갈등이나 전쟁 같은 상황들도 사실상 반도체를 다른 패권국에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싸움을 벌이고 있는 거죠?
김태유 교수 : 그렇죠. 세부적으로 보면 미국의 엄청난 보조금 때문에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미국에 투자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우리가 미국에 투자하면 미국에서 기술이 개발되겠죠. 우리나라에서 자체적인 기술에 초격차를 만들지 못하는 순간 대한민국의 반도체 위기가 오고 국가에 위기가 오게 됩니다.
고도의 국가 전략이 담긴 미국의 '칩스 액트'
왜냐하면 중국이 인공위성을 만들고 최근 우주선을 쏘아 올리고 있는데 NVIDIA의 반도체 칩들이 없으면 전체적인 기초과학이 부족해지는 거죠. 중국은 현재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없어요. 그래서 가장 먼저 중국에 NVIDIA 고성능 AI 반도체 수출하는 것을 막아놓고 그 뒤에 경제 제재를 가하는 겁니다.
미국이 미중 분쟁 분위기를 만들고 칩스 액트를 발효한 다음 노렸던 거는 미국 내에 생산 시설을 유치하겠다는 거잖아요. 중국이 전 세계 반도체 수입량의 약 40%를 차지해요. 그런데 중국이 '중국 제조 2025'를 발효해서 반도체 자급률을 현재 약 20%인데 7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합니다. 이는 곧 미국 포함한 모든 반도체 수출국에 없어지는 수요예요. 이걸 막아내야 하는 거죠.
* 중국 제조 2025 : 중국이 2015년에 발표한 제조 강대국이 되고자 하는 산업 고도화 전략으로 반도체 자급률 70% 목표 선언.
또 미국이 중국이 생산하던 것을 미국이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칩스 액트 전후에 우리나라가 한 번 발칵 뒤집혔었죠. 미국의 첨단 장비는 마켓 셰어가 90%예요. 장비가 없으면 반도체 생산이 안 됩니다. 그러니까 이 물량을 중국령으로 안 팔겠다는 얘기를 한 거예요. 중국 우시, 시안 등에 한국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팹들이 있어요. 이 팹이 앞으로 몇 년 뒤에는 장비를 수출하지 않으면 팹이 멈추게 되는 위기거든요. 그러니까 미국이 수를 쓴 게 자기가 거의 독점하다시피 한 고급 장비들을 중국령으로 안 파는데, 피해자는 중국도 있지만 한국 팹을 공략했죠. 그러면 한국이 위기가 생겼죠. 그런 다음에 미국이 칩스 액트를 세게 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 놓은 거예요.
그런데 중국령으로 반도체 장비를 팔지 말라고 하면 이 장비사들이 심하게는 10%에서 30%의 매출이 없어지게 돼요. 미국이 "1년 동안 유예해 주겠다, 분위기 보고 내년에 다시 결정할게"라고 했거든요. 날아갈 수 있다는 걱정을 시켜놓고 실제로 30%의 매출이 날아가지 않는 거죠. 그 걱정을 온전히 한국이 다 받았어요. 그래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팹의 손실 금액이 약 40조~50조 원이 될 거라고 추산했거든요. 그렇게 되면 한국은 겁이 나죠. 다들 눈치 보면서 이제 미국에 팹이 몰리기 시작했습니다. 칩스 액트를 공식적으로 발효시킨 엄청난 전략이거든요.
반도체 자급에 사활 건 국가들-변화하는 '반도체 동맹'
미국의 경우에는 칩스 액트가 미국 내에 반도체 생산을 하겠다는 취지라고 하지만 문제는 인건비가 비싸잖아요. 그래서 후공정을 인건비가 싼 남미에서 진행합니다. 또 미국은 반도체 인력이 부족해요. 그래서 캐나다, 미국, 남미에 프랜드 쇼어링이라는 이름으로 협업해서 인력을 충원하고 있죠.
EU에서는 독일에서 옛날부터 인텔이 생산하던 생산 기지들이 있으니까 독일을 중심으로 전 공정을 생산하고, 후공정은 폴란드와 같은 국가에서 생산해서 인건비를 낮추고, 머리는 이스라엘에서 데려오면서 동맹을 지역적으로 굳혀가는 모습입니다. 기존에 전 세계 국가들이 함께 공정에 참여하는 것에서 지역적으로 나뉘는 움직임으로 바뀌어 가면서 반도체 패권 싸움에서 기존의 틀이 바뀌고 있는 상황이에요.
이런 흐름에서 동떨어져 있는 게 일본과 우리나라예요. 일본 같은 경우는 전통적으로 반도체 소부장이 강한 나라죠. 예를 들면 해외에 TSMC의 팹과 마이크론의 메모리 팹을 유치해서 일본에 있는 소부장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그래서 고립된 모습으로 일본 내 생태계를 더 강화하겠다는 움직임으로 가고 있어요. 반면 한국은 정부 주도가 아닌 기업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어요. 반도체 패권 확보가 더 어려워지는 상황에 가까워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장중머우ㅣTSMC 창업자
저는 일본의 반도체 생산의 르네상스가 시작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김태유 교수 : 결국 전략적으로 얘기하면 우리가 현재 반도체를 잘하고 있지만 우리 혼자 잘하는 독점 패권으로는 가서는 안 됩니다. 함께 잘하는 과점 패권으로 가야 하거든요. 과거 농업사회는 모든 가치가 땅에서 창출됐어요. 쌀이든지 밀이든지요. 그러니까 땅을 뺏는 건 다 독점이죠. 다시 말해 로마 제국, 몽골 제국 다 독점 패권 국가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상품을 생산하려고 그러면 기술도 필요하죠. 자본도 필요하죠. 소재, 부품, 장비, 인력 모든 게 필요하잖아요. 그러니까 어느 나라도 그걸 다 가지기는 굉장히 어려워요. 미국 같은 나라조차도요. 그래서 함께 연대해서 동반성장을 꾀하고 있죠.
* 과점 패권 : 여러 나라가 함께 패권을 이끌어가는 방식.
그러니까 우리나라가 어떻게 반도체에 있어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국가와 동반 성장하는 과점 패권국이 되느냐가 가장 중요한 숙제인 것 같아요.
TSMC가 한국이 아닌 일본을 선택한 이유
김창욱 파트너 : 가장 첫 번째로는 경제적 이유입니다. 일본이 처음에 TSMC 구마모토 팹을 유치할 때 한화로 대략 20조 원 정도가 들었거든요. 그중에 건설비 40%를 한 방에 계좌로 꽂아줬어요. 직접 생산비에 인센티브를 찔러줬죠.
또 일본에서 제시했던 게 소니가 있어요. 소니가 TSMC에 맡기는 제품 중 우리 핸드폰 뒤 카메라에 들어가는 시모스 이미지 센서(CIS)라는 반도체가 있습니다. 소니가 전 세계 최고예요. 소니의 고객이 TSMC에 '모두 이걸 맡기겠다'라고 한 셈이죠. 그러니까 경제적 이유로 일단 고객이 확보된 겁니다. CIS 팹을 만든 거예요.
세 번째가 TSMC에 중국이 침공하면 가장 먼저 엔지니어들을 전부 다 미국으로 공수하고 타이완 TSMC는 폭파한다는 계획이거든요. 시나리오적으로 중국이 타이완을 침공할 확률이 거의 100%까지 올라왔다는 소문은 돌고 있고, 물론 미국도 있겠지만 TSMC를 어느 우방국에다 놓을 거냐가 고민인 겁니다. 일본은 워낙 우호적인 국가죠. 정부 인센티브, 고객 확보, 우호국. 삼박자가 다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갔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김태유 교수 : 그런데 일본은 지진의 나라 아닙니까? 지진이 나면 반도체 생산이 어려울 거로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TSMC 공장을 짓는 입장에서 한국도 아주 안전하다는 판단은 북핵 때문에 할 수가 없었어요. 또 한국에는 TSMC의 파운드리에 도전할 수 있는 유일한 경쟁자가 있어요. 그런데 한국에 공장을 지어서 기술을 전수해 줄 이유가 없죠. 그러니까 타이완하고 한국은 굉장히 경쟁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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