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르릉' 순간 온몸에 소름이" DL이앤씨 안전체험학교 가보니[르포]

이배운 2024. 8. 26. 09: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체험형 안전교육'으로 건설현장 안전의식 ↑
중장비 끼임, 장비 넘어짐 등 21개 체험시설
협력사 근로자 포함 총 9100명 교육 수료
"안전의식, 근로자 스스로 깨닫는게 중요해"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우르릉’ 굉음과 함께 굴착기의 육중한 본체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등지고 있는 벽과 굴착기 사이에 꼼짝없이 끼어 중상을 면할 수 없는 처지, 위험상황 체험임을 알면서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DL이앤씨 ‘안전한숲캠퍼스’에 설치된 ‘장비 협착 체험시설’ 가동 장면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중장비 운전석은 의외로 시야가 닿지 않는 사각이 많다고 한다. 이러한 끼임 사고가 실제로 자주 일어나느냐는 질문에 안전교육 담당자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뒤에서 아무리 멈추라고 소리쳐도 공사현장의 소음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는 일화는 안전사고의 끔찍함을 절감케 했다.

다음은 추락방지 안전벨트 체험. 거추장스러운 ‘전체식 벨트’ 대신 조끼처럼 편안한 ‘상체식 벨트’만으로 충분할듯 했지만, 이것이 어리석은 생각이었음을 깨닫는 덴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발을 헛디디고 추락해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려도 전체식 벨트는 온몸에 하중을 분산하는 덕분에 30분 이상을 버틸 수 있다. 반면 상체식 벨트는 배에 온 하중이 쏠리는 탓에 10초 만에 고통스러운 신음이 절로 나왔고, 실제로 1분 30초 이상을 버틸 수 없다고 한다. 한 건설업체 최고경영자는 이 체험을 해본 뒤 “상체식 벨트는 못쓰겠네”라고 혀를 차며 장비들을 교체하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안전한숲캠퍼스 ‘추락 안전벨트’ 체험 장면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이데일리는 지난 22일 대전광역시 대덕연구단지 내 위치한 DL이앤씨의 안전체험학교 ‘안전한숲캠퍼스’에 방문했다. 지상 2층, 연면적 1684㎡ 규모의 이 캠퍼스는 건설안전체험관, 영상 체험관, CPR 체험관, 실습관, 가상 안전 체험관 등 총 21개의 체험시설로 구성돼 있다.

DL이앤씨는 2019년부터 체험형 안전교육을 진행해온 가운데, 교육을 수료한 인원은 총 9100명에 달한다. DL이앤씨 소속 임직원과 안전관리자뿐만 아니라 관계사·협력사 관계자들도 이곳에서 1박 2일간 교육을 받고, 사회공헌 차원에서 대학생 등 외부인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기도 한다.

홍성호 DL이앤씨 안전체험학교 부장은 “안전한숲캠퍼스가 국내 건설사 유일·최초의 안전교육시설은 아니지만, 가장 우수한 시설과 프로그램을 갖췄다고 말할 수 있다”며 “이곳을 거쳐 간 타 회사 분들도 입을 모아 인정한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실제로 안전한숲캠퍼스는 2020년 국제표준 교육기관 경영시스템인 ‘ISO 21001’ 인증을 획득하며 우수한 교육 품질을 인정받았다. 이어 2021년에는 국내 최초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안전체험교육 인정서’도 획득해 이곳에서 교육받으면 법정 교육시간(근로자 정기교육)을 2배로 인정받는다.
안전한숲캠퍼스 ‘이동식 작업대 전도 체험시설’ 가동 장면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안전한숲캠퍼스는 수료자들이 체험을 통해 ‘위험을 보는 눈’을 뜨게 하고 현장 근로자의 상황을 이해·공감하도록 하는 게 목표다. 작업대가 기울어 쓰러지는 상황, 난간이 떨어져 나가 추락하는 상황, 3m 높이 구멍에서의 갑작스러운 추락 등을 체험하면서 캠퍼스에는 짧고 강렬한 ‘으악!’ 비명이 끊이지 않았다. 몸으로 위험을 겪고 나자 평소에는 눈길도 안 주던 ‘안전 주의’ 경고문의 무게감이 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캠퍼스는 이러한 위험 체험 프로그램과 더불어 건설장비 안전 사용법, 비상대피 상황 요령, 완강기·소화기 사용, 심폐소생술 등 다양한 안전조치 실습 시설도 갖추고 있다.

이날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있던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현장에서도 제대로 배워볼 기회가 없었던 안전조치를 이곳에서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었다”며 “나중에 실제로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배운 것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표출했다.

또 다른 협력업체 관계자는 “건설현장에는 근로자의 마음을 움직여 자발적으로 안전의식을 갖추도록 한다는 ‘감성안전’이라는 말이 있다”며 “근로자들에게 무조건 안전조치를 강조하는 것보단 스스로 안전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야한다”며 체험 프로그램을 호평했다.
안전한숲캠퍼스 완강기 실습 장면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안전한숲캠퍼스 교육 이수는 강제·필수 사항이 아니다. 그럼에도 DL이앤씨와 협력사 교육 대상자의 80%는 이미 이곳에서 교육을 마쳤다고 한다. 홍 부장은 “교육 대상이면서도 미이수한 분들께 참여요청 공문을 보내면 특별히 일정이 바쁘지 않은 이상 교육을 받으러 온다”고 말했다.

이처럼 많은 대상자가 체험 교육을 마친 만큼 캠퍼스는 한 단계 더 고도화한 실무 교육 단계로 돌입했다. 체계적인 현장 안전관리에 대한 지식을 제공하고, 관리감독자의 지식·기술·태도를 융합한 총체적 능력 향상에 초점을 맞춘 다는 계획이다.

홍 부장은 “캠퍼스를 2번째 찾아온 분들 대상으로 위험성평가 등 안전관리 시스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며 “최근 중대재해법 대응도 현장의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만큼 관리감독자들의 만족도가 아주 높다”고 말했다.

DL이앤씨는 앞으로도 안전한숲캠퍼스 교육 과정을 지속 개발해나가고. 전 구성원이 참여하는 ‘안전문화’를 정착한다는 목표다.

이배운 (edulee@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