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사채는 부채인가 자본인가” 스마일게이트 vs 라이노스 천억대 소송의 핵심

노자운 기자 2024. 8. 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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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아크 모바일./스마일게이트 제공

이 기사는 2024년 8월 25일 11시 45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게임 ‘로스트아크’ 개발사 스마일게이트RPG와 라이노스자산운용 간 100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전이 막을 올렸다(☞[단독] 스마일게이트RPG, 라이노스운용에 1000억원 손배소 당해… “200억 투자했으니 상장 추진했어야”). 1000억원은 소송을 위한 일부청구 금액일 뿐, 향후 청구 취지를 확정하면 실제 금액은 늘어날 수 있다는 게 원고 측 입장이다.

2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변론기일에서 양측은 스마일게이트RPG 지정감사인의 감사조서 제출을 놓고 ‘기싸움’을 벌였다. 감사조서는 감사보고서가 나오기 전까지 작성된 구체적인 자료를 뜻한다.

원고 라이노스 측이 감사조서 제출을 요구하는 이유는 이 소송전의 핵심 쟁점과 관련 있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전환사채(CB) 전환권을 부채로 봐야 하는지’ 여부다. 라이노스는 7년 전 스마일게이트RPG에 200억원을 투자했고 120억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이 나면 상장하기로 합의했는데, CB가 회계상 부채로 인식되며 적자가 발생해 상장 요건을 미충족하게 됐다. 라이노스 측은 스마일게이트RPG가 CB 전환권을 자본으로 인식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었음에도 부채로 계상해 의도적으로 상장 약속을 어겼다고 주장한다.

라이노스는 스마일게이트PRG가 상장했다면 CB를 주식으로 전환해 상당한 차익을 올릴 수 있었는데, 스마일게이트PRG가 고의로 상장을 회피하면서 CB 원금과 이자만 받게 됐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 라이노스 “CB 전환권, 자본으로 처리할 수도 있는데 왜 부채로 봤나”

25일 투자은행(IB) 및 법조계에 따르면, 22일 스마일게이트RPG와 라이노스 간 손배소 1심 첫 변론기일에서 원고 라이노스 측은 CB 전환권의 회계 처리와 관련된 대주회계법인의 감사조서 제출을 요구했다.

원고 측 변호인은 “피고(스마일게이트RPG) 측이 회계법인으로부터 전환권을 부채로 처리하는 게 적정하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주장하는데, 관련 증거가 없다”면서 감사조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피고 측 변호인은 “감사조서에는 이 사건과 관련 없는 내용도 있을 수 있으니, 원고 측에서 궁금한 것이 무엇인지 추려서 사실 조회를 하는 방식이 더 합리적이다”라고 맞섰다. 보통 감사조서에는 감사를 위해 수집한 각종 로데이터(raw data·분석 및 가공이 이뤄지지 않은 자료)가 포함돼 있다. 회계법인 고객사들에 관한 민감한 정보가 들어 있을 수 있다.

원고 측이 ‘전환권의 부채 처리’ 경위를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것은 이번 사건 자체가 CB를 통한 투자에서 비롯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017년 스마일게이트RPG는 미래에셋증권을 통해 2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고 라이노스가 펀드를 통해 이를 사들였다. 만기는 작년 12월 20일까지였다.

그중 30%는 스마일게이트RPG가 2019년 콜옵션을 행사해 상환했으며, 나머지 70%는 작년 11월 20일 주식 전환 기한이 만료돼 CB로 남아있는 상태다. 해당 물량의 공정가치는 2022년 말 190억원이었는데, 주식으로 환산할 시 가치가 5357억원으로 추산됐다. 이 부분이 당기순손실로 계상된 것이다.

양측은 계약서 속 한 줄을 놓고 첨예하게 다투는 중이다. 바로 ‘전환사채(CB) 만기 직전 사업연도 당기순이익이 120억원 이상일 시 상장을 추진할 수 있다’는 문구다. CB 만기일 직전 사업연도(2022년)의 당기순이익이 120억원 이상이면 상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CB 발행 이후 스마일게이트RPG는 로스트아크의 대성공으로 승승장구했다. 2022년 영업이익이 3641억원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당기순이익은 달랐다. 흑자 120억원은 고사하고, 오히려 1426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이는 CB 전환권이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부채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11년부터 전체 상장사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을 적용하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스마일게이트RPG와 라이노스 측 주장이 엇갈린다. 스마일게이트RPG는 CB 전환권을 회계 원칙에 따라 부채로 인식하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라이노스 측은 이것이 ‘선택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회사의 의지에 따라 부채로도, 자본으로도 인식할 수 있었는데 스마일게이트RPG 측이 상장하지 않기 위해 ‘이례적으로’ 부채로 계상했다는 게 라이노스 측 주장이다.

CB 전환권을 자본으로 계상해도 된다는 주장은 2011년 금융감독원의 질의회신 ‘회제이-00094′를 근거로 한 것으로 해석된다. 당시 금감원은 신주인수권부사채에 포함된 신주인수권을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봐야 한다는 비공식 유권해석을 내놓았으며, 2019년 금융위원회는 이를 토대로 코스닥 상장사 코리아센터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자본과 부채로 회계 처리하는 게 모두 가능하다”는 의견을 냈다.

다만 금감원의 유권해석은 13년 전에 나온 것이며 그 당시에도 많은 논란을 낳은 바 있다. 한 회계사는 “지정 감사인이 K-IFRS에 따라 전환권을 부채로 계상하는 게 맞다고 판단한 이상, 회사 입장에서 이를 거부하고 자본으로 반영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피고 “기업가치 2400억 되면 상장하자고 합의? 그런 적 없다”

원고 측은 ‘당기순이익 120억원’만이 상장 요건이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반박한다. 계약서에는 당기순이익 120억원의 조건만 적혀 있지만, 실제로는 ‘기업가치가 얼마 이상이 되면 상장하자’는 게 당시 계약 당사자들의 의사였다는 것이다.

원고 측이 말하는 ‘기업가치’란 약 2400억원으로 알려졌다. 당기순이익 120억원이 되면 상장하자는 계약 내용은 ‘기업가치가 2400억원이 되면 상장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는 게 원고 측 주장이다.

이 같은 주장은 피고 측 입장과 반대된다. 어느 수준의 기업가치를 토대로 당기순이익 조건을 도출해낸 원고 측 논리가 있었다 하더라도, 이 부분이 계약서에 명시된 건 아니라는 것이다. 기업가치가 2400억원이 되면 상장하겠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합의한 사실이 전혀 없다는 게 피고 측 주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원고 측은 2021년에 스마일게이트RPG가 현금으로 스톡옵션을 정산하고 300억원의 기부금을 특수관계인인 오렌지플래닛창업재단에 넘긴 부분 등도 문제 삼고 나섰다. 스마일게이트RPG가 향후 패소할 경우를 대비해 손해배상액을 줄이기 위해 의도적인 회계처리를 했다는 주장이다. 손해배상액은 당기순이익을 토대로 산정되는데, 여기에서는 전환권을 부채로 반영한 금액이 차감되진 않는다.

이에 대해 피고 측은 기부는 원래 매년 해왔던 것이며, 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현금으로 지급한 데도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스톡옵션을 받아서 행사하면, 실제로 팔아 시세차익을 실현하지 못하더라도 근로소득으로 인식돼 4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이 같은 맹점 때문에 일부 회사는 상법에 의거해 차액정산 형태로 스톡옵션 행사 및 차익 실현 시 얻을 수 있는 돈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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