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치홍·채은성 없이 두산전 스윕이라니, 13번 당한 끝에 19년 한을 푼 한화…드디어 5강 눈앞에 왔다
[OSEN=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무려 19년 만에 두산 베어스를 스윕하며 5강 앞으로 바짝 다가섰다.
한화는 지난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두산과의 원정경기를 3-1로 승리했다.
선발투수 류현진이 7이닝 5피안타(1피홈런) 1사구 4탈삼진 1실점 호투로 시즌 8승(7패)째를 거둔 가운데 박상원이 2이닝 2탈삼진 무실점 퍼펙트로 시즌 2세이브째를 따냈다.
타선에선 1-1 동점으로 맞선 6회초 장진혁이 우중간 가르는 1타점 2루타를 터뜨리며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장진혁과 함께 이도윤이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멀티히트 활약.
이날 승리로 한화는 23~25일 두산과의 원정 3연전을 싹쓸이했다. 한화의 두산전 스윕승은 지난 2005년 6월 4~6일 청주 3연전 이후 19년 만이다. 일수로는 무려 7020일 만이다.
당시 3연전 선발은 문동환(7⅓이닝 3실점 2자책), 정민철(6이닝 무실점), 김해님(5.1이닝 4실점)으로 타선의 활약도 돋보였다. 현재 KIA 사령탑인 이범호가 첫 날부터 멀티포를 가동하며 3연전 3홈런을 폭발했다. 은퇴 후 한화 영구 결번된 김태균이 마지막 날 만루포를 치는 등 3연전 동안 8개의 홈런을 터뜨린 타선이 두산 마운드를 두들겼다.
19년 전인 2005년은 류현진이 프로 데뷔하기 1년 전이었다. 올해 전체 1순위로 입단한 신인 투수 황준서가 2005년 8월22일생이니 그가 태어난 뒤로는 한화가 두산을 스윕한 걸 본 적이 없었다. 한화의 두산전 스윕을 보기까지는 무려 19년이 걸렸다. 19년의 긴 세월 동안 두산이 한화전 스윕만 13번이나 했다. 한화도 두산에 3연전 첫 2경기를 잡은 게 10번 있었지만 마지막 날에 항상 졌다.
그 사이 두 팀은 영광과 좌절의 시간을 보냈다. 이 기간 두산이 11번이나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며 3번이나 우승한 반면 한화는 꼴찌만 8번이나 할 만큼 힘을 쓰지 못했다. 두산 왕조와 한화 암흑기로 크게 엇갈렸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상대 전적도 2018년(8승8패) 제외하고 11년이나 두산 우위였다.
하지만 23~25일 잠실 3연전에서 한화가 마침내 두산전 스윕으로 오랜 한을 풀었다. 상대 전적 9승6패로 13년 만에 우위를 확보했다. 라이언 와이스(6이닝 1실점), 하이메 바리아(5이닝 2실점), 류현진(7이닝 2실점)으로 이뤄진 선발투수들이 호투한 가운데 타선의 집중력이 돋보였다. 장진혁이 타율 4할6푼2리(13타수 6안타) 1홈런 5타점, 이도윤이 타율 4할6푼2리(13타수 6안타) 2타점), 요나단 페라자가 타율 3할6푼4리(14타수 4안타) 1홈런 2타점), 노시환이 타율 3할3푼3리(14타수 4안타)로 타선을 이끌었다.
중심타자 안치홍과 채은성 없이 거둔 스윕이란 점에더 더욱 놀라운 결과다. 안치홍은 다리에 불편함이 있어 보호 차원에서 지난 21일 1군 엔트리 말소됐고, 허리 통증으로 3연전 첫 날 두 타석 소화한 뒤 교체된 채은성도 24~25일은 결장했다. 안치홍은 대타 출장 의지를 보였지만 김경문 감독이 만류하며 회복 시간을 줬고, 채은성도 무리시키지 않고 다음 원정지인 부산으로 먼저 내려갔다.
그동안 뎁스가 얇아 주전 의존도가 높았던 한화는 주축 선수가 다치거나 부진하면 그냐 무너졌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중심타자 둘이 빠진 상황에도 한화 선수들은 굉장한 응집력을 보였다. 안치홍의 2루 수비는 황영묵이 든든히 채웠고, 채은성이 빠진 중심 타선에는 장진혁이 들어가 해결사로 나섰다.
24일 경기에선 4-6으로 뒤져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9회초 극적으로 동점을 만들어 연장 10회 역전승으로 장식하는 뒷심을 보였다. 8회말 김서현이 제구 난조를 보이며 4실점으로 무너진 충격을 빠르게 극복했다. 주현상이 블론세이브로 무너졌지만 이상규가 9~10회 2이닝을 실점 없이 막고 이적 첫 승을 거뒀다. 25일 경기에선 마무리 주현상, 필승조 한승혁이 2연투로 인해 등판 불가였지만 선발 류현진이 7이닝을 길게 끌어준 뒤 박상원의 2이닝 세이브로 막으며 투수 2명만 쓰고 끝냈다.
두산에 오랜 한을 푼 한화의 상승세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지난달 23일부터 최근 25경기 18승7패(승률 .720)를 거두며 이 기간 리그 최고 성적을 내고 있다. 승패 마진 -15를 -4까지 줄인 한화는 시즌 성적 56승60패2무(승률 .4828)를 마크, 5위 KT(59승61패2무 승률 .492)에 1경기 차이로 바짝 다가섰다. 6위 SSG(58승62패1무 승률 .4833)에 승차 없이 승률만 살짝 밀린 상태로 5강 싸움에 뛰어들었다. 남은 26경기에서 5강 막차 티켓을 따낼 기회를 잡았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두산전 스윕 후 "3연승은 생각 못했는데 뜻하지 않게 좋은 결과가 나왔다. 류현진이 너무 훌륭하게 7이닝을 막아준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선수들 모두 일주일 동안 고생 많았다"고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한화는 27~29일 사직구장에서 8위 롯데 상대로 원정 3연전을 가진 뒤 31일 대전 홈에서 5위 경쟁팀 KT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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